백일홍-1
여름이 떠나가는 끝자락,
가을이 시작되는 초엽은 계절이 겹쳐집니다.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피는 백일홍도
두 계절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외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
어느 집 나무 담장 밖에는
예쁜 백일홍 작은 꽃밭이 있습니다.
내부 공사를 하느라 열려있는
대문 안쪽 정원에도 백일홍이 피어있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자기 집 정원에만 꽃을 심지 않고
집 밖 길가에 꽃을 심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 마음이 참 곱고 고맙습니다.
그곳을 지나다니는 많은 아이들은
어쩌면 그냥 지나치겠지만,
등굣길 하굣길에
밝은 웃음으로 인사하는 백일홍이 있어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는 꽃이 피어날 것 같습니다.
외손녀를 기다리는 사이
잠시 틈을 내어 백일홍을 사진에 담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겹치는 걸 보니
늦여름이 가고 초가을이 오는
계절인가 봅니다.
가을에/ 오세영
너와 나
가까이 있는 까닭에
우리는 봄이라 한다.
서로 마주하며 바라보는 눈빛,
꽃과 꽃이 그러하듯 ……
너와 나
함께 있는 까닭에
우리는 여름이라 한다.
부벼대는 살과 살 그리고 입술,
무성한 잎들이 그러하듯 ……
아, 그러나 시방 우리는
각각 홀로 있다.
홀로 있다는 것은
멀리서 혼자 바라만 본다는 것,
허공을 지키는 빈 가지처럼 ……
가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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