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삶의 향기-2

해국

by 박용기
111_9383-94-st-s-Scent of life in October-2.jpg 10월의 삶의 향기-2, 해국




해국은 바닷가에 피어야 제 맛이지만
멀리 바닷가에 가서 만날 수 없어도
해국은 바다를 품고 있습니다.


서글픈 이야기를 담고 피어나서 인지

이 아이를 보고 있으면

마음에는 파도 소리가 들립니다.


옛날 어느 바닷가에 금슬 좋은

젊은 부부가 살았다고 합니다.


금슬 좋은 부부라도 가끔은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는 법.

사소한 다툼 끝에

남편은 배를 타고 먼바다로 떠나갔고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딸을 데리고 갯바위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그만

높은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얼마 뒤

풍랑이 심해 잠시 다른 섬에

피해 있던 남편이 돌아와 보니

아내와 딸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듬해 늦가을

남편은 아내와 딸이 죽은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다가

바위틈에 피어난 꽃을 발견하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내와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고 합니다.


바로 해국의 슬픈 설화입니다.




해국/ 김경성


부리가 둥글어서 한 호흡만으로도 바람을 다 들이킨다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는 그는

수평선의 소실점에 가닿을 수 있는 것은 향기뿐이라고

부리 속에 향 주머니를 넣어 두었다


후 우우 내쉴 때마다

곡예사처럼 바람의 줄을 잡고 절벽을 오르는 향긋한 숨

둥근 부리를 열어 보이는 일이

하늘 높이 나는 것보다 더 농밀하다


날지 못하는 바닷새, 상강 무렵

바다를 향해 연보라빛 부리를 활짝 열었다

향기가 하늘까지 해조음으로 번졌다

바다가 새보다 먼저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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