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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Oct 13. 2020

나를 붙잡는 순간들-14

둥근잎유홍초

나를 붙잡는 순간들-14, 둥근잎유홍초


지난해에는 가끔씩 찾아가

계절 따라 피어나던 예쁜 꽃들을 사진에 담아오던

지인의 정원에

올해엔 한 번도 들리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지면 들려보려 했던 게

벌써 10월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상황은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그 동네 앞길은

외손녀가 킥보드 타기에 안성맞춤의 길이 있어

얼마 전 들러 보았습니다.


외손녀가 킥보드를 타는 사이

나는 길가에 피어나는 들꽃들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철조망을 타고 올라가

붉고 작은 꽃을 피우고 있는

둥근잎유홍초가 반가웠습니다.

마치 탱고를 추는 무희처럼

정렬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 모습에 반해

한동안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참 힘든 한 해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기 위한

길거리 춤 공연을 펼치는

이 아이를 만나 잠시 행복했습니다.



유홍초/ 김승기


얼마나 뜨거웠으면
 양 볼짝 똥그랗게 부풀어
 저토록 새빨갛게 달아올랐을까
 
 얼마나 따가웠으면
 둥글넓적 커다란 이파리 낱낱이
 저토록 빗살처럼 갈기갈기 잎몸 찢어졌을까
 
 어찌 맑은 날만 있었으랴
 흐린 하늘도 보았고 가뭄도 장마도 겪었겠지
 비바람도 몰아쳤겠지
 
 그렇게 여름강을 건넜어도 가을은 저만치에 있고
 만신창이로 남은 몸뚱이
 온몸 곳곳 열꽃이 핀다
 
 왜 쉽게 살지 못했을까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배고픈 유혹
 뿌리치며 뿌리치며
 힘껏 공중으로 날려보내도
 땅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내리는 트럼펫 나팔 소리
 걸어온 발자국마다 피눈물로 고인다
 
 그랬다, 지금까지 그랬다
 그렇게 피눈물을 밟고 다시 일어선 지금
 이제부터라도 활짝 웃음꽃 피워야지
 
 오늘도 날마다 거울 보며
 웃는 연습
 두 손으로 입꼬리 치켜올린다




#나를_붙잡는_순간들 #둥근잎유홍초 #하기동길 #길거리_춤_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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