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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Oct 14. 2020

나를 붙잡는 순간들-15

왕고들빼기

나를 붙잡는 순간들-15, 왕고들빼기


요즘 풀밭 어디에서나
한낮이면 꽃을 피우고 있는
키 큰 미녀들이 있습니다.


연노랑의 제법 크고 예쁜 꽃은

아침도 한참 지난 오전 중에 벌어지지만,

오후 2~3 시면 벌써

잠자리에 드는 게으름뱅이 꽃입니다.


미녀는 잠꾸러기라고 했던가요?

미녀를 닮은 꽃

왕고들빼기 꽃입니다.


보통 고들빼기에 비해 키도 크고 꽃도 커서

‘왕’이 되었나 봅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자태가 좋아

가을이면 기다려지는 들꽃입니다.


어쩌다 꽃말이 ‘모정’이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세일 시인의 시를 보면 알 것도 같습니다.  


이 가을에도 동네 풀숲에서

키 큰 미녀를 만날 수 있어

반갑고 감사합니다.




모정의 세월/ 한세일


겨우내 얼어붙어 있던

차가운 대지를 뚫고

여린 순을 내미는가 싶더니

무더운 여름이 다 가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까지

무럭무럭 키가 자라나

여린 듯 강한 하얀 꽃을 피우며

뿌리부터 작은 꽃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주고 또 주려 하니

너의 가녀린 듯 강한 모습에서

어머니의 따스한 품을 생각게 하니

정녕 너의 꽃말이 모정(母情)이로구나.


아름다운 강산을 친구 삼아

어디든 어느 곳이든 뿌리를 내리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견디어 내며

또다시 봄을 맞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생명을 이어가니

모든 것 주고도 부족한 듯 더 주려 하는

어머니의 따스한 마음 너를 통해 느껴 본다.




#나를_붙잡는_순간들 #왕고들빼기 #키_큰_미녀 #모정 #동네_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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