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아지풀
동네 산책길 옆 숲가 나무 곁에서
숨바꼭질하던 강아지들을 만났습니다.
푸르던 계절은 지나갔지만
아직도 귀여운 자태를 잃지 않고
이 겨울을 살아내는 강아지풀입니다.
잡초로 태어나
누구의 도움도 없이
서로만을 의지하며
한 해를 살아내는 이 아이들을 보며
참 대견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아이들을 키운 건
태양과 비와 바람
그리고 때로는
강한 바람을 막아준 옆에 선
나무 한 그루.
유안진 시인이
<들꽃 언덕에서> 말한 것처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강아지풀/ 길상호
지난 세월 잘도 견뎌냈구나
말복 지나 처서 되어 털갈이 시작하던
강아지풀, 제대로 짖어 보지도 못하고
벙어리마냥 혼자 흔들리며 잘도 버텨냈구나
외딴 폐가 들러 주는 사람도 없고
한 움큼 빠져 그나마 먼지 푸석한 털
누가 한 번 보듬어 주랴, 눈길이나 주랴
슬픔은 슬픔대로 혼자 짊어지고
기쁨은 기쁨대로 혼자 웃어넘길 일
무리 지어 휘몰려 가는 바람 속에
그저 단단히 뿌리박을 뿐, 너에게는
꽃다운 꽃도 없구나
끌어올릴 꿈도 이제 없구나
지금은 지붕마다 하얗게 눈이 내리고
처마 끝 줄줄이 고드름 자라는 계절
빈집에는 세월도 잠깐 쉬고 있는 듯
아무런 기척 없는데 너희만 서로
얼굴 비비며 마음 다독이고 있구나
언 날이 있으면 풀릴 날도 있다고
말없이 눈짓으로 이야기하고 있구나
어느새 눈은 꽃잎으로 떨어져
강아지풀, 모두 눈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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