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만난 꽃-2

해국

by 박용기
겨울에 만난 꽃-2, 해국


이 겨울에도 남아있는
저희 집 발코니의 해국입니다.


원래 해국은

바닷가 절벽의 바위틈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나야 제격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몇 년 전 지인의 정원에서 분양받아

저희 집 발코니로 이주한 이후

몇 년째 가을이면 피어나

겨울까지도 꽃을 피웁니다.


한 번도 바닷바람의

짠맛과 매서운 맛에 시달려보지 않은

온실 속의 꽃이라

인생의 깊은 맛을 알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마음속에 진 응어리가 없어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삶도

어떤 삶이 더 의미 있는 삶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해국처럼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서

주변을 밝히는 꽃을 피어내는 것이

가장 의미 있고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겨울 해국/김승기


허옇게 뿜어내는 파도의 숨소리

옷깃 붙잡는데

낯빛 꺼칠한 겨울을 두고 어찌 떠나랴


바람이 휘두르는 주먹질

얼굴 멍들어도

털털털 웃음 집어 던지면,

수평선 너머 외로움 뚫고 날아가는 돌팔매

첨벙

겨울 빠지는 소리, 시원하다


추워야 할 겨울 따뜻했으면

이제 죽음에 입 맞추어야지


등허리 휘어진 바람과 바람 부딪치며

정전기 불꽃 튀던

한 생의 잡음 다 지워내고

물관 가득 차올랐던 물의 짐 허물 때

아, 흐드러지게 꽃무덤 데불고

와락 품속으로 안겨드는

봄이여


늙을 막, 숨결 놓는 그 순간까지

이렇게 쏠쏠한 재미라도 없으면

향기 빠진 꽃멀미 어찌 견디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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