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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Oct 17. 2020

나를 붙잡는 순간들-18

참취 꽃

나를 붙잡는 순간들-18, 참취 꽃
외손녀가 서울 엄마 아빠에게 간 주말 
전에 가끔 걷던
계룡산 건너편 산 길을
아내와 함께 모처럼 걸었습니다.



동학사 쪽으로 가려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풍경은 좀 덜 아름답지만 한적한 길을 택했습니다.


아직 나무들은 가을빛으로 물들지 않았지만,

길가에는 구절초, 이고들빼기, 물봉선 등이

간간히 피어있어 가을 느낌이 물씬 났습니다.


그중 하얗게 핀 참취 꽃이 나의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보통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할 때는

시간을 들여 사진을 찍지 못하지만,

이 꽃 앞에서는 그래도 한동안 머물러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뒤

싫은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저만치 앞서서 혼자 걸어가는 아내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하는 말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그래도 빨리 왔네?" ㅎㅎ


오랜만에 홀가분하게 걷는 가을 산책이

아내의 마음도 넉넉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멀어지는 아내와의 거리가 신경 쓰이면서도,

나를 붙잡는 들꽃들의 유혹도 뿌리치기 힘들었던

가을날의 산책이었습니다.



참취/ 김승기


자연을 알지 못하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은 모르지


함께 사는 세상

봄철식탁 입맛 돋우는

향그러운 취나물이

어떻게 싹을 틔우고 꽃 피우는지

자연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르지


씨로 유성번식을 하면서도

흙에 닿은 잎에서 뿌리를 내리는

무성번식도 한다는 것을


이 땅 저 땅 파헤치며

잘난체하는 잔인한 바보

인간들은 모르지


그렇게 피운 하얀 별꽃이

가을밤하늘

차갑고 가난한 마음

어루만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 없지


하늘 한 번 쳐다볼 줄 모르는

밤에도 색안경 쓰고 사는 사람은생각조차 할리 없지



    

#나를_붙잡는_순간들 #아내와의_산책 #가을길 #참취_꽃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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