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붙잡는 순간들-18, 참취 꽃외손녀가 서울 엄마 아빠에게 간 주말
전에 가끔 걷던
계룡산 건너편 산 길을
아내와 함께 모처럼 걸었습니다.
동학사 쪽으로 가려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풍경은 좀 덜 아름답지만 한적한 길을 택했습니다.
아직 나무들은 가을빛으로 물들지 않았지만,
길가에는 구절초, 이고들빼기, 물봉선 등이
간간히 피어있어 가을 느낌이 물씬 났습니다.
그중 하얗게 핀 참취 꽃이 나의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보통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할 때는
시간을 들여 사진을 찍지 못하지만,
이 꽃 앞에서는 그래도 한동안 머물러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뒤
싫은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저만치 앞서서 혼자 걸어가는 아내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하는 말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그래도 빨리 왔네?" ㅎㅎ
오랜만에 홀가분하게 걷는 가을 산책이
아내의 마음도 넉넉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멀어지는 아내와의 거리가 신경 쓰이면서도,
나를 붙잡는 들꽃들의 유혹도 뿌리치기 힘들었던
가을날의 산책이었습니다.
참취/ 김승기
자연을 알지 못하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은 모르지
함께 사는 세상
봄철식탁 입맛 돋우는
향그러운 취나물이
어떻게 싹을 틔우고 꽃 피우는지
자연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르지
씨로 유성번식을 하면서도
흙에 닿은 잎에서 뿌리를 내리는
무성번식도 한다는 것을
이 땅 저 땅 파헤치며
잘난체하는 잔인한 바보
인간들은 모르지
그렇게 피운 하얀 별꽃이
가을밤하늘
차갑고 가난한 마음
어루만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 없지
하늘 한 번 쳐다볼 줄 모르는
밤에도 색안경 쓰고 사는 사람은생각조차 할리 없지
#나를_붙잡는_순간들 #아내와의_산책 #가을길 #참취_꽃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