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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Apr 21. 2020

키다리 아저씨를 읽어 보셨나요?

'키다리 아저씨' 

미국의 여류 작가 진 웹스터가 쓴 소설이다. 영문 제목이 daddy-long-legs 다 긴 팔의 아저씨라는 뜻인데 왜 키다리 아저씨라고 제목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팔이 길면 당연히 다리도 길다.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혹시 서양과 동야의 사고의 차이가 아닐까.

키다리 아저씨!

사람이 가지는 영원한 주제 중에 하나는 사랑이다. 사랑은 인간이 존재하는 그 순간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영원한 주제로 남을 만한 이야깃거리이다. 

어린 시절 사랑이라는 단어에 묘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 거부감은 거기에서 오는 야릇한 마음을 다른 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나 혼자만이 간직하고 싶은 감정이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닌가 한다. 


이 작품의 내용은 지극히 아주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다. 

돈 없고 가난한 사춘기의 꿈 많은 소녀가 어떤 자선가의 도움을 받아 대학을 가고 학비를 대어 주는 대신에 한 달에 한 번 편지로 자신의 생활을 알려 주면 되는 조건이 붙으면서 시작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게 되었던 시기가 아마 고등학교 일 학년 입학을 앞둔 겨울로 기억한다. 그 시절 틈만 나면 책 일기에 몰두 해 었었다. 

나보다 더 책을 좋아하던 여동생 덕분에 소설책이나 하이틴 로맨스 책을 슬쩍슬쩍 훔쳐볼 수 있었다. 삼 남매의 막내인 여동생은 아버지의 보물이었다. 여동생의 말이라면 아버지는 껌뻑 넘어가셨으니 책도 우리 형제보다는 더 쉽게 사 볼 수 있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가기 전 무료함의 극을 달린다. 우리는 어디에서 속하지 않은 청소년이다. 그 입학 때까지의 짧은 며칠  있던 어느 날 거실에 여동생이 보고 던져 놓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문고 판 단편 소설에 한 참 빠져 있던 마음껏 일탈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심한 성격 때문에 친구들의 대담한 미팅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책으로 하루흘려 보내고 있던 때였다. 그리고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오히려 더 가슴 설레게 하고 마음을 콩당거리게 하는 시기였다. 이제 제법 어른스러움이 묻어 나는 고등학생이 되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에 꽂혀 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과감히 읽고 있었다.

동생들은 봄 방학 기간이라 새벽 단잠에 빠져 있고 

방학이라 새벽밥을 지을 필요 없는 어머니의 편안한 단잠을 주무시고 계신다. 물론 아버지도 아직 출근 하려면 시간이 한참 멀었으니 나 혼자 조요한 새벽 아직 해도 떠오르지 않은 어두운 거실에 홀로 앉아 있다. 

이른 새벽에 홀로 거실에 앉아 있으면 야릇한 고독감을 느낀다. 거실 창문은 어둡지도 그렇다고 밝은 햇살이 비춰들지도 않는 순간 빛과 어둠의 혼돈 상태에 있다. 고요한 적막에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고독이 역설적이지만 몸과 마음을 흥분시킨다. 

잠시 앉아 그 짧은 순간의 느낌 속으로 빠져 든다. 고요한 적막을 가른 작은 소리가 현관에서 울리고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은 점점 사라져 가는 신문이 배달되는 소리다. 

얼른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집어 든다. 신문에서 나는 묘한 기름 섞인 냄새가 그리 싫지 않다. 

제일 먼저 펼쳐 읽는 면이 연재소설이 실려 있는 면이다. 신문이 구겨지지 않게 살짝 연제 소설을 읽고 그냥 덮어 둔다. 아버지가 일어나시면 깨끗한 신문을 보시게 하고 싶어 다 보시기 전까지는 절대로 먼저 읽지 않지만 연재소설에 다음 줄거리에 대한 유혹은 어쩔 수 없었다. 

ㅇ다 읽고 나면 다시 깍지 낀 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소파 앞 탁자에 다리를 올려놓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일고 난 연재의 내용을 다시 곱씹어 보고 어떻게 전개될까를 나름 상상하는 맛이 있다. 그리고 공상의 세계를 빠져나와 탁자 위에 노란 책을 응시한다.  노랜 표지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보니 끝까지 읽고 던져 놓았다. 키다리 아저씨

분명 여동생이 읽는다고 들고 다니던 책이었다. 책을 집어 들고 중간을 펼쳤다. 편지 형식의 서간문이었다. 중간을 펼쳐 읽었다. 앞뒤가 연결이 되지 않아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읽는데 자꾸 편지를 써 내려가는 주인공 주디가 궁금해졌고 저어비스 펜들턴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아침을 먹고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 책 읽는 일뿐이다. 아버지의 출근에 착한 우리 삼 남매는 현관에서 인사를 드리고 각자 할 일을 했다. 

 아직 겨울의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오늘은 내가 정복할 뭔가가 생겼다. 

거실에 앉아 책을 펼치는 순간 여동생이 책을 낚아챈다. 

자기 책을 왜 보냐는 것이다. 나는 중간 부분을 읽고 있었어 꼭 책을 읽고 끝을 봐야 했다. 결국 여동생에게 사정사정하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착한 여동생은 제인 에어라는 제목을 책까지 덤으로 준다. 

어린이 명작 동화 읽던 때에 봤던 책인데 어쩐 일인지 책의 활자가 꽤 촘촘한 책이었다. 제인에는 오늘 키다리 아저씨를 읽고 보기로 하고 잠시 한 곳에 모셔? 둔 다음 책을 읽었다. 

처음 시작을 제외하고는 거의 서간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아원이라는 곳의 환경을 주디가 써내려 가는 모습과 수요일 모임을 마치고 가는 고아원 이사들의 뒷모습을 보는 주디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잘 사는 자선가와 세상에 홀로 남겨진 어린 고아의 모습이 잘 대비되는 듯한 모습이다. 

원장님의 호출에 뭔가가 잘 못되었나 걱정을 하나 가득 안고 가는 주디가 그림자로 비치던 마지막 이사가 떠나는 긴 그림자를 바로 보며 오던 중의 수많은 걱정을 잊고 오직 그 모습에 즐거운 마음을 내뿜는 주디의 모습은 참으로 천진난만하다. 순수한 모습과 착한 마음씨가 엿보이는 주인공의 성격을 잘 묘사하고 있다. 

짧은 이사회의 자선가들을 바라보는 모습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으면서 아주 해학적으로 그렸다. 그리고 마지작의 긴 그림자는 제목에서 말하는 그 키다리 아저씨였으면 오직 그림자의 모습을 상상으로 하여 많은 일이 생겨 날 것을 암시한다. 

책은 대학을 입학한 고아 소녀 주디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중심이다. 그리고 그 인물을 중심으로 해서 그녀에게 비치는 여러 계층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녀가 맞닥뜨리는 그리 녹녹지 않은 현실이 가끔 그녀를 괴롭히는 장면에서 읽는 나 자신이 그녀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싶을 정도로 애처로웠다. 

고아라는 자신의 신분을 들키고 싶은 않은 어린 소녀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와 떨어져 있던 자신을 향한 노력이 아름답게 잘 쓰여 있다. 

만약 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을 받지 못했으면 만나지 못했을 동급 학년의 같은 방 룸메이트 두 사람의 모습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모습과 자본주의를 살짝 꼬집어 주는 내용들이 아주 멋지다. 

가난한 집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고 그의 후원자 키다리 아저씨를 통해 받은 수표를 통해 전해 주며 함께 기뻐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다른 장면은 그녀가 뉴욕의 백화점을 다녀온 뒤에 키다리 아저씨에게 받은 선물을 정중히 돌려주는 모습과 손으로 만든 넥타이를 선물하는 장면에서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을 볼 수 있다. 

명품관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 집은 전세나 월세에 살아도 차는 외제차나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숨과 맞물린 사람들의 허영심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녀가 저비스 도련님의 배려로 방학에 가 있던 록 윌로우의 농장 모습을 상상해 보면 도시를 떠난 자연 속에서 보내는 달콤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 진다. 

그리고 사랑이야기!

소설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키다리 아저씨가 누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의 편지는 저어비스 펜틀턴이라는 롬 메이트의 작은 삼촌의 뜻하지 않은 방문으로부터 그가 누군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같은 룸메이트인 셀리의 오빠 지미 맥브라이드의 등장으로 묘한 삼각관계를 만들어 내지만 그저 진부하고 막장 드라마 같은 그런 삼각관계가 아니 약간은 자릿하고 흥분감을 자아내는 듯한 감정을 만들어 내어 읽는데 조금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주인공이 늘 던지는 그 마음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 소설이었다. 편지를 통한 일상의 소식도 재미있었고 그녀가 가지는 생각이 읽는 이에게 그저 연예 소설이로만이 아닌 메시지를 담고 있는 좋은 글이었다.

마지막 두 사람은 만남은 정말 극적이고 가슴 설레게 만들었다. 머릿속에 두 사람의 만남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게 해 준 그 장면이 정말 좋았다. 

무겁지 않은 사랑이야기였다. 

그때 처음 읽고 지금도 가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본다. 여러 번 읽은 덕분에 책을 펼치면 그다음 무슨 장면이다 하는 정도로 훤하게 알고 있지만 늘 새롭게 읽혀지는 책이다. 

뭔가 즐겁고 밝은 기분을 가지고 싶을 때 꺼내 읽기 충분한 책이다. 

주인공의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가 주는 감동도 있고 여자 대학교 기숙사에 생활에 대한 모습도 찌든 사회생활에 청량제 역할을 한다. 

부담 없이 가볍게 읽기에는 이만한 책도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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