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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Jun 17. 2021

봄과 여름 사이에

봄을 알리는 냉이가 땅에서 얼굴을 내밀고 아지랑이가 피고 봄이 시작 되면 마당에는 민들레가 가득하다. 

언제부턴지 민들레가 봄의 전령사가 되었다. 노란 민들레 흰 민들레가 바닥 색 같은 초록색 여린 풀 사이로 수줍게 얼굴을 든다. 아침 햇살의 따스함이 비쳐오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아침에 손님 하나가 더 마당을 찾아온다. 

벌!

어린 시절도 어른이 되고 난 뒤에도 벌이 무서웠다. 벌침에 쏘인 경험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재 작년에 마당에 나와 심어 놓은 나무를 돌보는데 역시 벌들이 꽃들 사이를 열심히 헤집고 다녔다. 

순간 벌들이 그렇게 이 꽃으로 날아다니는 모습이 그렇게 귀엽게 보였다. 

작고 노란 줄무늬가 있는 벌들이 예쁜 야생화 사이를 날아다니는 모습은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함께 나도 벌도 그 자연 속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시력이 좋지 않아 초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안경을 썼다. 요즘은 안경이 패션이 되고 일부러 안경만 쓰는 일이 자신의 패션처럼 느껴지는 시절이지만 40여 년 전 안경을 쓰는 일에 거부감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학교에서도 반에 안경 쓴 아이가 한 두 명에 불과했다. 

안경 쓴 아이들은 안경 재비 안경 재비 하며 놀림을 당하기도 하던 때라 내각 안경을 쓰는 일에 어머니의 걱정이 있었다. 안경을 맞추면서 병원 선생님이 책을 보거나 눈이 아프면 초록으로 가득한 산을 바라보라고 말씀하셨다. 

눈이 아프면 산을 쳐다보고 초록을 바라보았다. 시원하다는 기분이 들고 눈도 덜 아팠다. 

초록색이 눈에 주는 놀라운 힘을 어릴 적부터 알았다고 해야 하나 뭐 그렇게 나는 색 중에 초록을 제일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시골에서 살고 싶은 마음에는 초록에 대한 나의 마음도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초록으로 휩싸여 있으니 말이다. 인공의 색은 사람의 마음에서 금세 떠나지만 같은 색이라도 자연의 색은 강열하지는 않지만 지루하지 않고 은은하게 눈가에 맺힌다. 

노란 민들레 흰 민들레가 초록으로 물든 마당에 피어나고 아름다움에 절로 봄의 교향악이 입가를 맴돈다. 

아맘 때가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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