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비

by 마리아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내려앉았다.

회색빛 구름이

지붕 위를 조용히 덮는다.


맑은 날의 푸름도 좋지만

오늘은 차라리 이 흐름이 마음에 다가온다.


초여름의 비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음속 먼지를 씻는다.


어두운 생각들

말없이 젖어가고

창밖을 바라보는 나는

잠시, 맑아진다.


어쩌면

맑음은

푸른 하늘이 아니라

이 조용한 흐림 속에도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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