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먹는 거나 입는 거나 모든 것이 넘쳐나 부족함이 없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하여도 평소에는 옷 한 벌도 사 입기 어려울 정도로 다들 부족한 시절이었다.
일 년에 두 번 명절이나 되어야 겨우 옷 한 벌 얻어 입을 수 있었는데 명절이 다가오면 엄마는 시장에 가셔서 우리들의 옷을 한벌씩 미리 사다 옷장 안에 넣어두셨다.
딸만 내리 넷을 낳은 우리 엄마는 할머니의 눈치를 많이 보셔야 했는데 그래도 딸들을 예쁘게 입히고 싶으셨는지 명절이 다가오면 할머니의 구박은 들은 척도 하지 않으시고 우리 네 자매들의 옷을 장만해 주셨다.
그 시절에 그렇게 시어머니의 말씀을 흘려듣기가 싶지 않으셨을 터인데 얼마나 엄마에게 용기가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려 오곤 한다.
우리 자매들은 명절을 기다리며 밤마다 옷장 안에 있는 옷을 꺼내어 방바닥에 펴 놓고는 만져보고 입어보면서 방안을 맴돌며 조잘대곤 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우리는 손꼽아 명절을 기다린다.
명절 전날은 잠도 설치며 날이 새기만을 기다려 새벽닭이 울기도 전에 마련해 놓은 새 옷을 입고는 골목으로 나간다.
골목에는 벌써 동네 아이들이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골목을 누비면서 서로에게 자랑하곤 한다.
새 옷에 새 신발에 또 조금씩 받은 세뱃돈으로 구멍가게를 들락거리며 과자나 풍선, 장난감 총이나 인형 등을 사서 갖고 놀며 명절 하루는 우리들 세상이 되었다.
지금이야 모든 것이 풍요로워 옷 한 벌을 위해 명절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없고 부모도 명절을 기다려 옷을 사 입히거나 할 만큼 궁핍한 세월을 살지는 않는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얻어 입은 옷 한 벌이 참으로 귀하고 소중했었는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그런 기쁨을
맛보지는 못할 것 같다.
모든 것이 차고 넘쳐 부족함이 없는 세상이 분명히 좋은 것은 맞는 것 같은데 명절이나 되어야 겨우 옷 한 벌 얻어 입고 그렇게 기뻐하며 즐거워하던 그때가 소중하게 다가오며 그리운 것은 내가 나이가 들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