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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Oct 27. 2017

이탈리아: 앤초비가 산을 오른 사연, 바냐 카우다

채소에 손이 가는 5분의 마법

육지 깊숙이 거슬러 올라온 생선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법.


오늘 소개할 요리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Piemonte, Piedmont) 지역에서 기원한 '바냐카우다(Bagna Cauda)'이다. 바냐 카우다는 따뜻하게 데운 상태에서 각종 채소를 찍어먹는 딥(dip) 요리이다. 앤초비(anchovy)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식 생선 젓갈을 넣어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앤초비는 청어목 멸치과의 작은 생선의 이름이기도 하고 그 생선을 염장한 서양식 젓갈의 이름이기도 하다. 정식 한국어 명칭은 '유럽 멸치.' 몸집이 작고 날씬하며 눈매가 또렷한 것이 확실히 멸치를 닮다. 생선으로서의 앤초비를 멸치에 비유하자면 이를 가공한 식품으로서의 앤초비는 멸치젓갈쯤에 해당하는 셈이다.


(좌) 멸치를 닮은 생선 앤초비 (중) 앤초비를 내장을 빼내고 염장한 앤초비 (우) 앤초비를 갈거나 빻아서 넣은 딥, 바냐카우다



바냐카우다는 올리브 오일, 마늘, 앤초비 세 가지의 재료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단순한 요리이다. 알프스와 맞닿은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사람들의 소중한 겨울 요리이기도 했다. '바냐카우다'라는 이름의 의미를 살펴보면 피에몬테 사람들이 를 만들어먹었던 계절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바냐카우다(bagna cauda)는 영어로는 'hot bath'로 번역되며 한국어로는 '뜨거운 목욕(그릇)' 또는 '뜨거운 소스(dip)' 정도로 번역된다. 그야말로 따뜻하게 데운 상태에서 먹는 소스인 것이다. 피에몬테 사람들은 겨울이 다가오는 기운이 느껴질 때면 삼삼오오 모여 따로 모아둔 뿌리채소를 다듬어서 따끈하게 데운 바냐카우다에 찍어먹었다. 알프스 건너 이웃한 스위스의 퐁듀와 유래와 기능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퐁듀를 위한 전용 그릇이 있듯이 바냐카우다를 위한 그릇 또한 따로 존재한다. 이 그릇은 이탈리아어로 '포르넬레티(forneletti)'라고 불리는데 유독 피에몬테 사람들은 이를 두고 '푸조트(fujòt)'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소스 아래의 빈 공간에 작은 촛불을 둘 수 있어 소스를 따끈하게 유지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러한 계절성을 아직도 잊지 않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바냐 카우다는 크리스마스와 가족을 상징하는 따뜻한 요리로 남아있다.


소박한 서민 요리인만큼 레시피도 일정하지 않다. 기본 재료는 올리브 오일과 버터, 앤초비, 마늘이지만 그 비율은 만드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외에도 바냐카우다 레시피를 구분하는 기준점이 크게 두 가지 정도 있다. 첫 번째는 마늘과 앤초비를 거칠게 빻느냐, 부드럽게 갈아내느냐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크림을 넣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다. 마늘과 앤초비를 부드럽게 갈수록, 크림을 넣을수록 마늘과 앤초비의 향이 상대적으로 덜해진다고 한다. 곁들이는 채소도 천차만별. 파프리카, 샐러리, 아스파라거스, 아티초크, 비트, 터닙, 엔다이브와 양배추 등이 대표적이다. 바냐카우다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점을 중세로 보는 이가 많은데, 그 옛날에는 지중해 지역에서 고대로부터 경작해오던 샐러리를 닮은 식물, 칼둔(cardoon)이 바냐카우다 만찬의 단골 재료였다고 한다.


(좌) 바냐카우다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전용용기, 푸좃 (우) 바냐카우다의 단골 채소였던 칼둔




바냐카우다가 어떤 요리인지 대략적으로 설명하였으니 이제는 생선이 주재료가 되는 바냐카우다가 어떻게  알프스의 발치에 위치한 피에몬테에서 탄생했는지, 그 사연을 이야기할 차례이다. 요리법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이를 파고들면 그 사연이 결코 단순하지 않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바냐카우다는 어째서 해안지역이 아닌 삼면이 알프스로 둘러싸인 산지의 토착요리가 되었을까?


사실 그 시절의 기술로도 해안이 아닌 내륙지방에서 생선을 이용한 요리를 발달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바냐카우다에는 생물 앤초비가 아닌 염장한 앤초비가 사용되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냉장고가 없던 시기, 생선이 내륙까지 유통되려면 피할 수 없는 과정이 바로 염장이었다. 한국의 간고등어도 딱 그렇지 않은가. 간고등어로 잘 알려진 지역은 해안지역이 아닌 내륙 중의 내륙, 경북 안동이다. 안동에서 가까운 항구는 영덕의 강구항. 안동시내에서의 거리는 현대의 도로를 기준으로 약 80km 정도이다. 하나 더 고려해야 할 장소는 영덕과 안동 사이에 있었던 챗거리 장터이다. 챗거리장은 안동호(湖)와 임하호가 위치한 임동면에서 열리던 영남 내륙 최대의 장터 중 하나로, 지금은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되어 버려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자, 이제 고등어의 여행길을 다시 떠올려보자. 고등어는 영덕 강구항에서 여행길에 오른다. 영덕에서부터 큰 어물전이 열렸던 챗거리 장터에 닿기까지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이 챗거리장에서 안동 시내까지는 다시 10리(4km)가 남아 있다. 느릿느릿한 달구지를 끌고 가기에는 멀다면 먼 거리. 게다가 오늘내일하는 간고등어가 손님을 늦게 만난다면 일이 까딱 잘못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챗거리장의 간잽이들은 간고등어에 두둑이 염장질을 하여 이를 안동으로 떠나는 달구지에 실었다. 소금으로 여행 채비를 마친 간고등어는 덜컹거리는 달구지 위에서 여유롭게 맛이 익어 들었다고 한다.


바냐카우다가 등장한 피에몬테(Piemonte) 지역의 위치 또한 내륙에 자리 잡은 안동의 입지와 유사하다. 이탈리아 반도를 무릎에 닿는 길이의 장화에 비유한다면 피에몬테는 무릎 바로 아래에 해당하는, 이탈리아의 북서쪽 끝단에 위치해 있다. 리구리아(Riguria)와 맞닿은 남서쪽 약간을 제외하면 삼면이 알프스로 에워싸인 지역이다. '산의 발치에'를 의미하는 라틴어 'Pedemontium'에서 유래한 이름(Piemonte) 또한 그 지리적인 정체성을 잘 설파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20개 지역 중 시칠리아를 제외하면 가장 큰 지역인 만큼, 피에몬테 지역 내에는 해안과 먼 지역이 가까운 지역보다 훨씬 많다. 43%가 산지이고 30%가 구릉지이며 평지는 26%에 불구한 지형 또한 당시 사람들이 바다로부터 느꼈을 거리감을 증폭시켰으리라.


(좌) 삼면이 알프스로 둘러싸인 피에몬테 지역. 구릉지 멀리 배경처럼 깔린 알프스가 인상적이다. (사진 출처: trektravel.com)

(우) 리구리아(Liguria)의 해안을 제외하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피에몬테 지역(사진 출처: freeworldmaps.net)


지역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것 또한 안동과 피에몬테의 공통점이다. 안동 지역민이 간고등어에 가지는 자부심만큼이나 피에몬테 사람들의 바냐카우다 사랑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사람들로 말할 것 같으면 바냐카우다를 즐겨먹다 못해 '바냐카우다 데이(Bagna Cauda Day)'까지 만들어가며 자신의 고장에서 바냐카우다가 탄생했음을 혁혁히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매년 11월 말, 피에몬테의 아스티(Asti)에서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다양한 레시피로 만든 바냐카우다를 맛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가장 맛있는 바냐카우다를 찾기 위한 경연대회도 개최된다고 한다.


이렇듯 바냐카우다와 간고등어, 피에몬테와 안동 사이에는 닮은 부분이 많다. 염장과 긴 여정, 그리고 머나먼 길을 헤쳐온 생선을 마주했을 때의 반가움은 생선을 육지로 불러들이기 위한 노력이 빚어낸 보편적인 결과물일 터이다. 그러나 차이점도 분명 존재한다. 그 차이점의 기점은 바로 요리에 얽힌 '이야기'이다. 간고등어에 관련한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하다. '소금으로 고등어를 보존하여 멀리 이동시킨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전개를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바냐카우다가 산을 거슬러 올라간 이야기는 이보다 좀 더 복잡하다. 피에몬테 지역과 그 지역의 주민, 상인들, 지배계급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중첩하여 전해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소금'과  '세금'에 관련한 이야기이다. 예로부터 소금은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소비재였다. 수요는 확실한데 비해 소금광산이나 염전은 희소했으므로 그 값이 비쌌다. 모든 국민이 빠짐없이 필요로 하는 것에 더해 공급이 한정되어 있었으므로 세금을 매기는 대상으로서는 그 조건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음은 물론이다. 유럽의 지배자들도 조세원으로서의 소금의 가치를 오래전부터 눈여겨보았다. 제국이 확장될 때마다 새로운 길을 개통하여 곳곳을 잇는 일에 매진하였던 로마인들 또한 일찍이 소금길(Salt roads)을 갈고닦아 길목마다 세금 징수원을 파견하여 소금의 운반과 유통을 감시하게 하였다.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난 뒤에도 그 길은 이탈리아 반도 곳곳에 남아 물자를 유통시키고 이에 따르는 세금을 징수하는 혈관이자 신경 같은 역할을 하였다.


피에몬테 지역은 소금광산이 없는 지역이다. 따라서 피에몬테의 주민들과 상인들은 주기적으로 바다와 가까운 지역으로 내려가 소금과 물고기를 그들이 생산한 버터와 치즈, 곡물과 교환하기 위한 여행길에 올라야 했다. 길목에는 이미 조세 징수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 목축과 농업에 종사하며 소박하게 살았던 피에몬테 사람들과 조금의 이윤이라도 아쉽기만 했던 지역상인들은 그 세금이 부담스기 짝이 없었다. 그리하여 이들은 자연히 한 가지 꼼수를 생각해내기에 이르렀다. 검사받을 통의 아랫부분에 소금을 담고, 그 소금을 면세품목이었던 앤초비로 덮어버리는 것이었다. 조세 징수원들이 지나가는 달구지를 멈추면 이들은 뚜껑을 열어 그 위를 덮은 앤초비를 보였다. 뚜껑을 들어 올리면 이미 조금 부패한 앤초비에서 진동하는 바닷내가 조세 징수원들의 코를 찔렀고, 조세 징수원들은 코를 감싸 쥐고는 앤초비 통이 가득한 달구지를 그냥 보내주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금과 섞인 앤초비가 피에몬테의 산기슭에 닿을 때쯤에는 염장의 마법이 그 기술을 발휘하여 먹음직스러운 젓갈이 되어있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 앤초비와 '탈세'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은 구전 야사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록이 되어 있입으로 전해 내려오든  간에 결국은 사람이 먹고 사는 이야기인 것을. 그 인류 보편적인 공감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피에몬테 지역의 오래된 소금길. 훌륭한 경치 덕에 산악자전거 매니아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사진출처: www.italoamericano.org



두 번째 이야기는 '교류'에 한 이야기이다. 피에몬테로 온 소금과 앤초비가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인가에 대한 견해가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들이 피에몬테가 인접한 리구리아의 해안이 아닌 알프스 건너의 프로방스에서 왔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리구리아의 해변이 소금을 생산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점, 중세부터 프로방스와 피에몬테 사이에 물자교류가 활발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점 등이 제시된다. 교역은 두 지역 사이에 위치한 마이라 계곡(Maira Valley)을 교통로 삼아 지속되었다. 그 규모가 꽤나 컸다고 하며, 이러한 교류의 흔적은 피에몬테 지역의 방언에 남아있는 프로방스어(Occitan)의 자취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프로방스와 피에몬테 사이의 교류를 뒷받침하는 보다 강력한 증거가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예로부터 프로방스 지역에 전해오는 '앙슈아야드(Anchoiade)'라는 소스의 존재이다. 앙슈아야드를 위한 재료는 앤초비와 올리브 오일, 식초, 케이퍼, 마늘 등이다. 이들을 절구에 넣고 섞기만 하면 앙슈아야드가 순식간에 완성된다. 잠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재료들이 아닌가? 케이퍼만 제하면 당장 바냐카우다를 만들어도 될 정도로 그 재료가 유사하다. 재료가 이토록 유사함에도 앙수아야드가 바냐카우다와 다른 요리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조리과정의 차이 때문이다. 바냐카우다는 그 이름이 시사하듯 5~15분 뜨거운 불 위에서 열을 가하는 과정을 거쳐 뜨거운 상태에서 먹는 소스이다. 반면 앙슈아야드는 재료를 익히지 않고 날것 그대로 섞어 만든다. 


어쨌거나 조리과정을 빼면 너무나도 유사한 두 요리. 더 빨리 등장한 쪽은 과연 어느쪽이었을까? 아무래도 바다에 가까운 쪽은 피에몬테가 아닌 프로방스 쪽이었기에, 바냐카우다가 프로방스의 앙슈아야드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고 보는 이들이  적잖이 존재한다. 이들이 두 요리의 차이가 탄생한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도 그럴듯하다. 앙슈아야드의 날것 그대로의 강렬한 맛에 적응하지 못한 피에몬테 사람들이 재료에 열을 가함으로써 맛을 부드럽게 하는 나름의 기지를 발휘하였다는 것이다.


프로방스의 앤초비 딥, 앙슈아야드(Anchoiade)


세 번째 이야기는 바냐카우다가 대표하는 '서민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피에몬테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했다. 이들에게 겨울이란 별다른 소출 없이 힘겹게 버텨야 할 은둔의 계절이었다. 긴 겨울을 앞두고 창고에 온갖 저장식품과 뿌리채소, 곡물을 비축해두는 일 외에도 이들이 관심을 가진 일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겨울 동안 산을 내려가 바다를 접한 리구리아에서 단기 노동자로 일하며 품삯을 모아 오는 것이었다. 마침 리구리아 지역에는 올리브 나무가 풍부했는데, 겨울에 수확을 하기 때문이 일손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부두나 어선에서도 노동력이 필요했음은 물론이다. 그리하여 일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산사람들의 손 약간의 돈 또는 귀한 소금이 들려졌다. 그리고 돈과 소금에 더불어 인기 있었던 품삯이 바로 소금에 재운 앤초비였다. 특히 앤초비는 소금과 달리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품목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피에몬테로 가는 길목에 버티고 선 조세징수관 앞을 통과하기에는 소금보다는 앤초비 쪽이 훨씬 마음이 편안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앤초비를 품삯으로 받은 이들 대부분은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향을 향해 곧장 길을 떠났다. 그러나 앤초비를 채운 통을 갖고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목에 아예 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도 몇몇 생겨났다. 자신들이 리구리아에서부터 들고 온 앤초비를 피에몬테 사람들에게 직접 판매하여 웃돈을 조금 더 올려붙일 수 있는 기회를 노린 것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정은 다소 길어졌겠지만, 집으로 향하는 옷주머니가 더욱 두둑해져 있을 터였다.


이처럼 서민들의 삶에 지나치게 깊이 파고든 요리였기 때문이었을까. 그 탄생 시기를 중세로 보는 것과는 달리 바냐카우다가 역사적인 기록에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1875년 소설가 로베르토 사케티가 피에몬테의 아스티(Asti)를 방문하고 거기에서 맛본 바냐 카우다의 맛을 기록한 것이 바냐카우다에 대한 가장 앞선 기록이다. 이렇듯 펜대를 쥔 이들이 바냐카우다의 존재를 오랜 기간 외면했다는 것은 바냐카우다가 그 동안 철저히 서민들의 요리로 분류되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탈리아 귀족사회에서는 바냐카우다와 같이 마늘을 잔뜩 집어넣은 요리를 고상하지 못한 요리로 보았다는 것이다. 오늘날 바냐카우다를 주인공으로 한 축제가 펼쳐지곤 한다는 사실을 콧대 높았던 이들에게 알릴 수 있다면, 이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참고한 레시피 동영상]

Food Wishes : Bagna Cauda - Hot Garlic & Anchovy Vegetable Dip Recipe

https://www.youtube.com/watch?v=VIUADjbHdNM




[바냐카우다 재료(바냐카우다 1.25 컵 가량)]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1/2 컵

- 버터 3 tbsp

- 마늘 6~8 쪽

- 앤초비 6~8 필렛

- 레드와인 식초 2 tsp(선택)

- 칠리 플레이크 약간(선택)

- 곁들이 채소(파프리카, 당근, 오이, 감자,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양파 등 냉장고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준비한다)



[바냐카우다 조리법]

1. 마늘을 절구에 넣고 곱게 빻는다. 절구가 없다면 마늘을 작은 그릇 위에 올려두고 밀대나 식칼의 꽁지 부분으로 콕콕 찧으면 다.



2. 마늘에 앤초비를 넣고 함께 빻는다.



3. 팬에 올리브 오일을 올려서 잠시 데운다. 약불로 줄이고 버터를 넣는다.



4. (3)에 앤초비와 마늘을 넣고 휘저어가며 약불에 5분 정도 끓인다.

레시피에 따라 15분 정도 끓이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재료의 비율조리법 다양한 갈래가 존재하는 요리이다.


5. (선택) 불을 끄고 레드와인 식초나 칠리 플레이크를 더한다.



6. 곁들이 채소를 준비한다. 구울 것은 굽고, 다듬을 것은 다듬는다.



바냐 카우다와 채소를 한데 담아내면 완성! 재료를 다듬는 시간을 빼면 만드는데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촛불을 바냐카우다 아래에 두고 데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퐁듀 그릇에 대한 욕심이 퐁퐁 솟아난다.


사실 채소를 좋아하기는 해도 당근이나 오이를 간식으로 집어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바냐 카우다가 있으니 당근 하나, 오이 하나는 기본으로 뚝딱 해치울 수 있게 되었다. 바냐카우다가 가진 놀라운 저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 힘의 원천을 따져보면 가장 주된 원동력은 바로 앤초비이다. 염장한 생선이 남기는 깊디깊은 감칠맛과 응축된 짠맛. 거기에 무엇이든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마늘이 가득 들어있으니, 채소의 밋밋한 맛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아니, 깊은 감칠맛과 아삭한 채소의 식감이 서로를 보완하며 조화를 이루어 가히 중독에 가까운 상태로 온갖 채소를 우걱우걱 주워 먹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탈리아의 귀족들은 마늘과 앤초비가 잔뜩 들어간 이 요리를 촌스러운 산사람들이나 먹는 요리로 치부하며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그들이 단 한 번이라도 바냐카우다를 맛볼 수 있었다면,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깊은 감칠맛으로 인해 마음의 빗장이 모두 풀어졌을 것이다.




결국 그 어떤 허례와 가식도 바냐 카우다의 맛은 이기지 못했다. 오늘날에 와서 바냐카우다는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 전역에 수많은 팬을 거느린 요리로 자리 잡았다. 나 또한 바냐카우다에 당근 한 점을 찍어먹은 첫 순간을 기점으로 단번에 바냐카우다에 사로잡혔다.



날이 추워지고 있다. 바냐카우다를 만들 계절이 왔다.





번 새로운 나라의 요리를 소개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이탈리아 요리를 처음으로 소개하게 되었다. 이를 기념하여,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지중해 유럽 요리(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1. 지중해 유럽 요리 공통 재료


남유럽의 요리는 뜨거운 태양과 푸른 지중해의 축복이 고스란히 녹아난 재료를 담아낸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지중해를 둘러싼 유럽지역의 요리를 특징짓는 재료는 올리브, 토마토, 마늘 및 각종 허브류이다. 이 외에도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각 나라 모두 지역적인 특색이 가득한 다양한 요리 재료를 자랑한다.


사실 지중해 지역이라는 명칭을 쓸 때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지역과 터키를 포함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지중해 유럽의 대표 국가로 꼽히는 스페인의 경우 모로코를 비롯한 아랍지역 오랜 기간 지배-피지배의 관계를 맺으며 문화 전반적인 교류 및 융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터키-그리스의 관계는 이보다 더 심해서, 같은 요리를 두고 자기네가 원조라고 싸우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민을 조금 하다가, 이슬람권의 요리는 그 나름의 특징이 어느 정도 있기에 편의상 지중해 유럽 요리에서 떼어내 따로 설명하기로 결정했다.


<왼쪽부터> 올리브유, 토마토캔, 마늘, 올리브, 앤초비, 오레가노, 로즈마리, 타임



-올리브유(olive oil):

지중해 요리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모두 세계적인 올리브유 산지이며, 한국에서는 귀한 올리브유를 요리에 물 쓰듯 들이붓는 경향이 있다. 올리브유 특유의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 되도록이면 좋은 품질(너무 저렴하지 않은)의 올리브유를 고르자.


-토마토 캔(tomato paste, diced tomatoes, etc):

지중해의 태양과 건조한 기후 속에서 자라난 토마토는 우리나라의 토마토와는 그 맛이 크게 다르다고 한다. 또한 토마토가 물러져서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연유로 덜 익은 토마토를 위주로 판매가 진행되는 한국의 사정상 토마토 특유의 감칠맛과 신맛이 무르익은 완숙 토마토를 보기가 힘들다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따라서 토마토 캔을 대량으로 구매해 두는 것이 맛과 지갑 사정에 더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다.


-마늘(garlic):

서유럽이나 동유럽의 요리에 비해 남유럽의 요리가 한국인의 입맛에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데에는 남유럽인의 마늘 사랑이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스페인 사람들의 마늘 사랑은 한국인만큼이나 유별난 구석이 있어서 '마늘 수프(sopa de ajo)'라는 이름의 수프가 존재할 정도이다(실제 소파데 아호는 마늘보다는 빵의 비중이 조금 더 크다).


-앤초비(anchovy):

멸치과의 생선을 염장하여 발효시킨 것이다. 특유의 짠맛과 감칠맛, 생선 향이 조화를 이룬다. 자칫 비릴 것이라 넘겨짚을 수 있으나 잘 요리하면 이것이 생선을 발효시킨 것인지 무엇인지 잘 모를 정도로 미묘한 맛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자, 파스타, 소스 등 다방면에 사용된다. 채소를 찍어먹는 짭짤한 딥인 바냐카우다(Bagna càuda)는 앤초비 맛으로 먹는 요리이다. 스페인에서는 주로 간단한 타파스를 만드는데 앤초비를 활용한다.


-그린/블랙 올리브(green/ black olives):

지중해의 축복올리브에 대한 지중해 지역민들의 사랑은 어마어마하다. 올리브유는 물론 통 올리브도 이곳에서는 각별한 사랑의 대상이다. 스페인에서는 마치 한국에서 안주로 땅콩을 즐기듯이 타파스 메뉴로 올리브를 한 그릇 올려서 집어먹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샐러드나 파스타 곳곳에 올리브가 들어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블랙 올리브는 대체적으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나며, 그린 올리브는 더 짜고 신맛이 강하다. 씨앗을 파내고 그 빈자리에 앤초비나 견과류, 파프리카를 채워 넣은 상품들도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요리의 특징을 생각하며 그에 걸맞은 올리브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2. 이탈리아 요리 재료


요리에 관심 있는 자취생이라면 스스로 해먹을 수 있는 파스타 요리를 두세 가지는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이탈리아 요리는 근래에 빠른 속도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요리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쿡방을 즐겼보았던 시청자로서 이러한 변화를 획기적으로 견인했던 이들은 이탈리아의 다양한 요리와 재료들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온 쿡방 출연 셰프들이 아닐까 한다. 그런고로,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이탈리아 요리 재료 대부분은 요리에 관심이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이미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잘 알려진 재료일 가능성이 높다.


<왼쪽 뒤부터>올리브유, 레몬즙, 토마토, 월계수잎, 올리브,  말린 고추, 파마산치즈, 캐니퍼,  오레가노, 로즈말, 타임 (앤초비가 빠졌다! 이런!)

<건조 허브(dried herbs)>

-오레가노(oregano):

살짝 매콤한 향이 있어서 토마토와 잘 어울리며 토마토소스에 필수적인 허브이다.


-타임(thyme):

타임의 향을 묘사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흙향(earthy)과 나무향(woody)이다. 향이 상당히 강하지만 조금씩 사용하면 요리에 잘 어우러지는 특징이 있다. 고기 요리, 수프 요리 어디에나 잘 어울리지만 특히 버섯요리에 넣었을 때 독특한 매력이 배가된다.


-바질(basil):

이제는 바질 페스토로 너무나도 익숙한 허브가 되어버렸다. 카프레제 샐러드나 마르게리타 피자에 올리는 초록 잎싸귀로도 유명하다. 살짝 단맛이 감돈다 향이 부드러운 편이다. 생허브를 오일과 잣, 치즈와 함께 갈아 만드는 바질 페스토(basil pesto)가 유명하다.


-파슬리(parsley):

 허브 치고는 향이 강한 편이 아니어서 보통 요리 마지막에 장식용 및 산뜻한 향을 추가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한국에서는 주로 건조한 것을 사용하는 데 비해 본토에서는 생파슬리를 구하기 쉬운지, 완성된 파스타에 생허브를 다져 듬뿍 올려내는 동영상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세이지(sage):

글로 설명하기 힘든 특유의 향이 있는데, 버터를 이용한 소스에 잘 어울린다.


-월계수 잎(bay leaves):

수프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허브이다. 고기의 잡내를 없애주는 효과가 탁월하다.


-발사믹 식초(balsamic vinegar):

일반적인 식초보다 찐득하고 검은 빛깔의 식초이며 특유의 향과 새콤함, 달콤함이 특징이다. 발효기간과 품질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샐러드에 뿌릴 때는 발사믹 식초를 졸여서 더 찐득하게 만든 발사믹 글레이즈를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잣(pine nuts):

페스토를 만들 때 사용한다. 그런데 잣은 참 비싸다. 그 경우 없으면 없는 대로 물에 불린 아몬드나 호두를 이용하면 된다.


-케이퍼(caper):

파스타나 샐러드에 시고 짠맛을 추가한다. 훈제연어를 먹을 때 곁들이는 작은 열매 같은 것이 바로 이 케이퍼이다. 케이퍼가 들어가는 파스타 중 유명한 것은 '매춘부의 파스타'라는 자극적인 이름으로 잘 알려진 푸타네스카 파스타(Spaghetti alla puttanesca)이다.


-페퍼 론치노(peperoncino):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하는 작은 고추. 상당히 매운 편이다.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Spaghetti aglio e olio)에 들어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작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므로 시중에 판매하는 크러쉬드 레드페퍼 홀(crushed red pepper whole) 따위로 대체해도 좋다. 사진 속의 고춧가루는 인도산인데 300그램 한 통에 만 원 정도여서 오래오래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이탈리아산 경성치즈(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그라나 파다노):

칼이나 그레이터로 잘게 갈아서 파스타나 샐러드, 피자 위에 올려서 요리를 마무리한다. 치즈 덩어리가 자그마한 바퀴만큼은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작은 슬라이스 형태로 잘라서 개별포장이 되어있다. 거의 모든 파스타의 마무리는 이 치즈가 담당한다. 그라나 파다노보다는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가 한 단계 더 고급스러운 치즈이다. 피자가게마다 비치된 인스턴트 파마산 가루와는 풍미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확실히 보관성은 파마산 가루 쪽이 뛰어나다. 파마산 가루와는 달리 개봉한 파르마지아노 치즈는 냉장 보관하고 곰팡이가 피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한다. 


-앤초비(anchovy):

멸치과에 해당하는 작은 생선을 염장해서 발효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감칠맛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그냥 먹으면 무척 짜서 뜨악하게 될 수도 있지만 잘게 썰거나 갈아서 파스타 소스로 사용하면 입에 짝짝 달라붙는 깊은 맛을 내게 된다. 




[참고한 사이트]

위키피디아: 안동 간고등어

https://ko.wikipedia.org/wiki/%EC%95%88%EB%8F%99_%EA%B0%84%EA%B3%A0%EB%93%B1%EC%96%B4


이동삼 안동 간고등어 공식 홈페이지

http://www.godunga.co.kr/center/index.php?doc=program/doc.php&do_id=14


네이버 블로그: 누군가의 고향-안동 챗거리 장터

http://hibyedcapt.com/220619722097


위키피디아

https://it.wikipedia.org/wiki/Bagna_c%C3%A0uda


Jesty Daily : Bagna Càuda’s Back Story

http://zesterdaily.com/cooking/bagna-cauda-on-christmas-eve-in-italy/


Delicious Italy : Piemonte Food History

https://www.deliciousitaly.com/piemonte-food-wine/piemonte-food-history


Fork & Plate : What is Bagna Càuda?

https://forknplate.com/2015/01/07/what-is-bagna-cauda/


그 외 이탈리아 사이트들

http://lamascaincucina.it/la-bagna-cauda-e-le-acciughe-a-cuneo/

http://www.aifb.it/calendario-del-cibo/giornata-nazionale-della-bagna-caoda/

http://memoriediangelina.com/2010/11/14/bagna-cauda/#.We8fDWi0N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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