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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Apr 27. 2020

소시지 맥머핀의 비밀

햄버거 패티와 맥머핀 소시지의 관계

세계의 미트볼을 요리해보기로 마음먹은 시점에, 떠오르는 질문 하나 가 있었다. 대체 미트볼이란 무엇일까?


유튜브나 구글에 '나라 이름(Turkish, Swedish, Chinse 등)+meatball'이란 단어를 넣어서 검색하면 세계 도처에서 만들어지는 수없이 많은 미트볼 레시피를 접할 수 있다. 청포도 사탕보다 작은 고깃덩어리부터 성인 손바닥만 한 고기완자까지 다양한 형태의 미트볼을 마주치다 보면, 대충 '다진 고기를 뭉쳐 만들면 미트볼'이라는 도식이 지나친 일반화가 아님이라는 자신감이 들게 된다. 영어를 모국어로 삼지 않으면서 번역의 편의를 위해 '미트볼'이라는 어휘를 빌려 쓰는 관점에서는, '미트볼'이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는 충분히 확장이 가능한 관용적인 표현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모로코, 중국, 스웨덴의 미트볼(직접 촬영)


미트볼의 개념을 정의하는 작업의 어려움은 영어권 국가에서 두드러진다. 분명 다진 고기를 뭉쳐 만드는 요리인데 '미트볼'이란 검색어에 검색되기를 거부하는 레시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햄버거 스테이크나 샐스버리 스테이크(Salisbury steak) 등의 크기가 크고 납작한 종류의 고기 요리들은 공처럼 둥그레 한 모양에도 불구하고 쉬이 '미트볼'이라고 지칭되지 못한다. 미국을 벗어나  호주, 뉴질랜드 등의 영연방 국가로 넘어가면 그 복잡성이 심화된다. 이들 국가에는 작은 고기완자를 지칭하는 '리솔(rissole)'이라는 단어가 있다. 리솔은 다진 고기를 탁구공만 한 사이즈로 둥글게 빚어 기름을 두른 팬에 지져 완성하는 요리이다.


(좌) 미국의 샐스배리 스테이크 (우)호주의 리솔     - 사진출처: 위키피이다


'족보 브레이커'라는 표현이 있다. 자기 나이보다 입학을 한 해 먼저 하게 된 1,2월생을 지칭하는 데 삿되게 사용되는 표현이다. 같은 학년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자연히 반말을 하면서, 그 아래 학년과는 동갑인 관계가 되기 때문에 나이에 민감한 한국어 호칭체계 속에서 '이방인' 내지는 '박쥐' 취급을 받게 되는 집단이다. 1,2월생이 재수라도 하게 되면 호칭 문제 해결은 더욱 복잡해지게 된다.(이러한 문제를 숱하게 지켜본 1월생으로서 1,2월생 집단을 비하하는 의도는 절대로 없음을 밝힌다)


소시지 맥머핀 또한 외국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족보 브레이커'와 다름이 없는 위치에 있다. 소시지 맥머핀 속의 고깃덩이는 분명 햄버거 패티와 모양이나 재료, 만드는 방법에 큰 차이가 없는데도 햄버거 패티나 햄버거 스테이크로 불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소시지'하면 흔하게 떠올리게 되는 비엔나소시지나 프랑크 소시지와는 거리가 먼 모양새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맥도날드 홈페이지 및 위키피디아


맥머핀의 소시지는 왜 '소시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일까? 브랙퍼스트 소시지 내지는 컨트리 소시지로 불리는 미국의 고기완자 요리를 참고하여 그 정답을 추측해볼 수 있다. 달걀과 베이컨, 토스트 등이 빠지지 않는 미국식 아침식사는 배가 부르고 영양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이 아침식사 플레이트에 빠지지 않고 곁들여지는 고기 요리가 바로 브랙퍼스트 소시지이다. 브랙퍼스트 소시지는 다진 고기(돼지고기, 소고기 등)에 소금과 허브를 반죽하여 손으로 모양을 내서 빚은 후 프라이팬에 지져서 만든다. 동그랑땡 사이즈로 둥글고 납작하게 모양을 내는 경우가 많지만 손가락 모양으로 빚어내는 경우도 있다. 케이싱에 넣어 훈연한 유럽식 소시지와는 만드는 방법이 확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미트볼 대신 소시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토스트와 달걀 프라이를 곁들인 브랙퍼스트 미트볼


이제 미국인의 입장에서 상상을 해보자. 아침식사를 위해 맥도널드를 찾았다면, 아침식사로 '햄버거'보다는 '소시지'가 더 자연스러운 조합일 것이 분명하다. 고소한 잉글리시 머핀 사이에 곁들여지는 다른 재료가 달걀이나 베이컨 같은 전형적인 아침식사 구성이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렇듯 맥머핀이라는 요리가 아메리칸 브랙퍼스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요리이기 때문에, 맥머핀 속의 고기는 햄버거 패티가 아닌 소시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브랙퍼스트 소시지 레시피>

* 재료

- 브랙퍼스트 소시지는 미국 농가에서 질이 좋지 않은 고기를 다져서 섭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요리이다. 그 목적만 수행하면 되었기 때문에 브랙퍼스트 소시지에 들어가는 재료는 만드는 사람의 입맛과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조정이 가능하다. 다음의 재료 중 집에 있는/마음이 끌리는 재료를 적절히 섞어서 만들면 된다.


- 다진 돼지고기 450g

- 소금 1 tsp

- 세이지, 오레가노, 타임, 로즈메리, 마조람 등 건조 허브 섞은 것 1 tsp 또는 취향껏

- 펜넬(회향) 씨앗 또는 캐러웨이 씨앗 1 tsp

- 후추 1 tsp

- 넛멕(가루) 1 tsp

- 클로브(가루) 1/2 tsp

- 레드 페퍼 플레이크 1/2 tsp

- 카옌페퍼 1/2 tsp

- 오렌지 제스트나 레몬 제스트 약간


*요리과정

(1) 재료를 전부 섞어서 반죽한다.


(2) 호두알 만한 모양으로 떼서 지금 5-7cm의 납작한 모양으로 빚는다. 랩이나 비닐을 사용하면 들러붙지 않아 편하다.


(3) 기름을 두른 팬에서 노릇하게 굽는다.



고기와 각종 허브, 소금 외에 달걀이나 빵가루 같은 것을 섞지 않았기 때문에 질감이 치밀하고 고기 맛이 강하게 난다. 오레가노, 로즈메리, 캐러웨이 씨앗 등 다양한 허브가 들어가 그 향을 즐길 수 있다. 집에 있던 말린 귤껍질(중국요리에 사용되는 진피)을 넣었더니 상큼한 향 때문에 먹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여유로운 주말 오전, 브랙퍼스트 소시지로 푸짐한 미국식 아침식사를 즐겨보는 것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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