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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Mar 09. 2020

그래도 봄은 온다. 그래도 쑥은 피어오른다.

한국의 미트볼: 쑥향이 은은한 완자탕, 애탕

코로나 바이러스 걱정이 한창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더듬어 코로나에 관한 뉴스를 읽고 창 밖을 보며 한숨을 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수가 줄었다. 줄어든 숫자만큼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모습으로 집 안에 갇혀 숨죽이고 있음이 틀림없다. 다들 집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괜히 궁금해져서 단체 카톡방을 들락날락해보았다. 이것저것 오가는 대화는 평소보다 많아졌지만, 가택연금 비슷한 현재  상황에 대한 대응책은 다들 고만고만하다. 넷플릭스에 볼 게 없어서 왓챠에 새로 가입했어요. 하루 종일 핸드폰만 만지고 있네요. 쿠팡 쇼핑해요. 밥 뭐 시킬지 고르고 있어요...


빈속을 대충 채우고 지루함이 몰려올 무렵 Y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달 집들이 삼아 나의 집을 찾은 그녀와 즐거운 한나절을 보냈던 일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의 초대는 이전보다 훨씬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처음 고백하는 아이처럼 목표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모양새이다. 요즘 집에만 있으니 참 심심하다. 집에서 뭐해? 지난번 우리 집에 왔을 때 정말 재미있었는데 말이야... 이런 식으로.


Y의 집은 나의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이 넘는 거리다. 뚜벅이인 친구는 한 시간 넘게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고 오겠느라고 선뜻 나서지 못한다. 나 또한 몇 개 남지 않은 마스크를 조여매고 친구네까지 먼 길을 떠나보겠노라 흔쾌히 제안하지 못한다. 우리는 집에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한참을 머뭇거렸다. 프렌치 자수 DIY 키트라든지, 유튜브 고양이 채널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아, 친구가 말을 멈춘다.

-알려줄 게 있어.

-뭔데?

-오랜만에 마트에 갔는데 말야,  쑥이 있었어.

-쑥?

-응. 쑥도 있고 달래도 있고. 요즘 날이 따뜻하니까. 한 봉지 사서 쑥국이랑 쑥전 만들어 먹었어.

-진짜 쑥이 나왔구나.


하긴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 발목을 스치는 공기가 새삼스럽드러웠었다. 그런데 왜 쑥이 나온 걸 몰랐을까. 근래의 생활을 되돌이켜 보니 답은 단순했다. 마트에 가지 않았던 것이다. 쿠팡으로 양파니, 감자니, 랭킹 상단에 있는 상비용 채소류만 드문드문 주문했었다.


Y와의 통화를 끝내고 나는 마스크를 단단히 끼고 마트로 향했다. Y가 말한 대로, 나물 채소 코너 한 구석에 싱싱한 쑥이 있었다. 쑥을 장바구니에 넣고 돌아오는 길, 그제야 아파트 화단 볕 잘 드는 곳에 솟아난 회청색의 작은 잎싹이 쑥인 것을 알았다. Y와의 만남은 결국 조금 두고 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4월까지 나는 쑥이 맛있다는데, Y를 초대해 마음 편히 쑥버무리 같은 것을 만들며 놀 수 있기를 바라본다.



<쑥향이 은은한 쑥 완자탕(애탕) 레시피>

<재료>

쑥 30g, 소고기 100g, 달걀 2개, 두부 1/6 모, 마늘 2쪽, 대파 5cm, 참기름 1/3 t 소금, 후추

실파 약간, 간장 1 t, 밀가루, 식용유



<조리순서>

1. 마늘 1개와 대파 3cm를 다지고 두부는 물기를 빼서 으깬다. 실파는 4센티 길이로 자른다.

2. 손질한 쑥을 데친 후 다진다.

3. 마늘, 대파, 두부, 쑥을 넣어 고기 반죽을 하고 참기름, 소금, 후추를 더한다. 육수를 위해 고기를 한 숟가락 크기로 떼 놓는다.

4. 남은 마늘 1조각, 대파, 소고기 조각으로 육수를 끓인다(10분~15분). 육수가 우러나면 체나 면포로 거르고 간장으로 색을 낸 후 소금으로 간을 한다.

5. 달걀흰자 노른자를 따로 지져 지단을 만든다. 마름모꼴로 자른다.

6. 완자를 3센티 크기로 굴린다. 밀가루 옷을 입힌 후 계란물을 입힌다.

7. 끓는 육수에 완자를 하나씩 넣는다. 10분 정도 약한 불에 익힌다.

8. 완자와 육수를 그릇에 담는다. 쪽파와 지단을 올려 완성한다.



완자를 한 입 베어 물자 쑥향이 은은하게 입 안에 퍼진다. 봄이다. 봄이 왔다.



* 한국의 미트볼(완자) 요리


완자는 고기를 다지고, 반죽하고, 굴리고, 옷을 입혀 익히는 과정을 거치는 요리이다. 고기가 귀했던 상황과 겹쳐, 한국에서의 완자는 일상식보다는 궁중요리나 제례, 손님상 등 귀한 대접을 위한 요리로 자리를 잡았다.


완자를 요리하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대표적인 방식은 전을 부치는 것으로, 동그랑땡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완자전(전유어)이 그 예이다. 국의 건더기로 완자를 사용하는 완자탕도 주요한 방식 중 하나이다. 주로 소고기를 사용하지만 닭, 꿩, 생선 살코기를 사용해서 완자탕을 만들기도 한다.


애탕의 '애(艾)'는 쑥의 한자명인 '애엽(艾葉)'에서 따온 것이다. 쑥은 독한 맛이 있지만 3,4월에 나는 여린 잎은 향과 맛이 부드럽다.



*동영상이 있는 레시피 소개


https://www.instagram.com/ylangylang.table/


https://www.instagram.com/p/B9WRhDDhoOY/?igshid=jimzlxihsp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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