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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Dec 09. 2016

러시안 포테이토 머쉬룸 크로켓

SNS로 배우는 요리

요즘은 핸드폰 속도가 느려져서 앱을 아예 지워버리는 바람에 잘 들어가지 않지만, 페이스북에 빠져 살았던 때가 있었다. 


지인들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재미도 있었고 이것저것 음식사진을 자랑하듯 올리는 맛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즐겼던 것은 "Tastemade"라든지 "Tasty" 같은 요리채널을 팔로우하는 것이었다. 


"Tastemade"와 "Tasty"는 요즘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행하는 "딩고Dingo"나 허핑턴포스트 레시피와 비슷한 것이다. 아마 이들의 원조격이 아닐까 싶은데, 다른 배경설명은 모두 생략하고 1~3분 사이에 한 요리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게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제이미 올리버'라든지, '고든 램지' 같은 전문적인 요리사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요리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SNS특화된 포맷이라 할 수 있다. 

 



SNS 요리채널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1~3분안에 요리의 전과정을 다 볼 수 있다.

2. 요리사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그 손만 출연한다.

3. 구두로 하는 설명은 생략되고 캡션과 스타일리쉬한 배경음악이 요리사이 빈 자리를 대신한다.

    -> 1~3분만에 요리가 끝나려면, 요리사의 등장과 구구절절한 설명과 설득은 잘라내야할 것이다.

4. 전세계의 사람들이 요리의 정통성(authenticity)를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댓글을 통해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 대표적으로, 파스타나 토마토 소스를 주재료로 한 이탈리아요리 베이스의 퓨전 요리가 많이 올라오는만큼 자국의 요리의 변형에 대한 이탈리아인의 분노를 하나의 밈(meme)으로 만들어 반복하기도 한다.

"I am from Italia and this isn't how we cook our pasta" 같은 문장이 

"I am from Italia and this isn't how we cook our coconut sticky rice" 같은 비꼬기(sarcasm)로 반복되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다.


유독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반응이 격렬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내 착각일까?



이 모든 특징이 SNS라는 플랫폼에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지하철로 출근하는 길이라든지, 누구나 핸드폰을 들고가는 은밀한 그곳 같은 곳에서 손가락을 몇 번 퉁김으로써 한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별 부담 없이 2분 만에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오늘의 요리인 "러시안 감자 버섯 크로켓(russian potato and mushroom croquettes)"은 바로 이 SNS 페이지로 배운 요리이다.


러시안 감자 버섯 크로켓. -사진출처: http://www.pinchofcinnamon.com/


제대로된 러시아어 이름은 찾지 못했지만 러시안 감자 버섯 크로켓은 어찌보면 군만두와 비슷한 음식이다. 만두피 대신 삶은 감자를 반죽하여 피로 삼고, 속은 버섯을 다져서 볶은 것으로 채우는 것이다. 재료도 단순하다.




재료.


-감자반죽류: 껍질을 벗긴 감자 7알, 계란 1알, 밀가루 3-4 아빠밥숟갈, 소금과 후추

(반죽을 펼치기 전에 눌러붙지 않게 하기 위해 밀가루가 더 사용된다)

 -버섯소: 양송이 버섯이나 표고버섯류의 버섯 400g 정도, 양파 1알, 올리브 오일과 버터, 소금후추



조리법.


1) 감자를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은 후, 물을 버리고 감자를 부드럽게 으깬다.


2) 다른 팬에서는 잘게 다진 양파를 볶다가 잘게 다진 버섯을 넣어 함께 볶는다. 소금후추로 간을 한다.


3) 으깬 감자에 달걀과 밀가루를 넣고 잘 섞기도록 반죽하고 소금후추로 간을 한다.


4) 도마에 밀가루를 흩뿌리고 감자반죽을 손바닥보다 약간 작은 크기로 여러 조각 펼친다. 감자반죽 위에 1 티스푼 정도의 버섯양파소를 넣고 만두를 빚듯이 감자반죽으로 꼼꼼이 감싸서 둥글게 만든다.


5) 기름과 버터를 두른 뜨거운 프라이팬에 크로켓 덩어리들을 올리고 한면이 갈색으로 다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집어가며 익힌다.


6) 사워크림을 파슬리나 차이브 등을 곁들여 낸다.



참고하기 좋은 동영상 "Potato Cutlets with Mushroom Filling (Zrazy) Recipe"

https://www.youtube.com/watch?v=gDBmR928S64



아무리 보아도 맛이 없을 수 없는 레시피이다.





좁은 자취방에 기름 냄새가 진동하게 되었지만 꽤나 성공적으로 만들어졌다.

사워크림이 없어서 마요네즈와 케첩을 함께 내놓는다.

감자요리에는 무조건 마요네즈와 케첩이다.





노릇노릇 잘 익었다.





따뜻할 때 먹으니, 겉은 바삭 고소하고 감자는 부드럽게 술술 혀에서 풀리고 뜨거운 버섯에서 터져나오는 약간의 버섯 육즙에 감칠맛이 있다.





혹시 주변에 버섯을 싫어하는 아동이 있다면 그 어머니에게 추천해 봄직한 요리이다.












감자는 마요네즈와 케첩과 함께.



Bon Appe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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