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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Sep 18. 2024

딸이 거짓말을 한다

14살 사춘기, 나의 딸에게

이 글은 편지를 대필하던 때 받았던 사연과 대필본, 그리고 해당 주제에 대한 코멘트로 이루어졌습니다.


사연

자꾸 거짓말을 하는 14살 중학생 딸과 크게 싸우고 며칠째 냉전 중이에요. 

학원이라면서 사실 카페에 있었던거예요. 너무 당당하게 그러더라고요. 

갑자기 거짓말이 계속 늘어요.

저는 어른이니까 사춘기인 아이를 이해해 주는게 맞는 것 같은데요, 부끄럽지만 자존심 때문에 먼저 말을 걸기 싫습니다. 거짓말이 너무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쉽게 풀어주면 안될거같으면서도 너무 불편하니까 풀고 싶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이 왔다갔다 해요.

제가 며칠째 말도 안하고 무표정해서인지 애가 자꾸 눈치를 봐요. 근데 선뜻 손을 건네기가 어렵네요. 사실 화가 하나도 안풀렸어요 ㅠㅠ


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14살이면 전두엽이 원래 정상적이지가 않다. 우리 역시 14살 때 그러지 않았던가. 본인도 자기가 왜 그러는지 모른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한다. 호기심에 그랬구나 하고 이해해 주기엔 많이 컸으니 엄마도 화가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양쪽 다 앙금이 있어서 화해가 안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순서가 바뀌었다. 화해를 하면서 앙금을 풀어야 하는 순서로 가야한다.


사랑하는 사춘기 딸에게 진심을 전해보겠다.




거짓말을 하는 딸에게 쓰는 편지


청유야

요 며칠 냉랭한 엄마의 모습 때문에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는 거 알아.

그래서 엄마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얘기를 해주려고 해.

엄마는 예전부터 계속 너의 거짓말에 대해 화를 냈었는데, 그게 고쳐지지 않는 것 같아서 실망스러웠어. 언제부턴가 너와 어떤 대화를 해도 '이게 정말 사실일까?'하며 의심을 하게 돼서 자꾸 묻고 또 묻게 되더구나. 너는 그런 엄마가 점점 불편해지고 결국 더 많은 거짓말이 나온게 아닐까 싶어.

하지만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네가 착한 아이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점점 걱정되는 너의 모습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어.

앞으로는 널 신경쓰지 않겠다고 막말을 한건 정말 미안해. 넌 엄마에게 너무 소중한 딸이라 신경을 안쓴다는 건 불가능하거든.. 화가 났다고 함부로 말을 하고 네게 상처를 줘서 정말 미안했다. 며칠간 너를 차갑게 대한건 엄마에게도 힘든 일이었어.


너의 거짓말에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 엄마가 바라는 건 네가 자신에게 우선 당당했으면 좋겠다는 거였는데, 그게 말처럼 쉽진 않았을거 같아.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하고 부족한 돈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 말이야. 사실 엄마도 그런 것들이 많이 있는데, 너만은 완벽하길 바란 엄마의 욕심이 너의 거짓말을 초래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더구나.


하지만 청유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게 있어.

공부를 시키는 건 절대 백점을 바래서가 아니야. 나중에 네가 컸을 때, 원치 않더라도 무언가를 성실하게 해내는 인내와 끈기를 기르길 바랬던거야. 돈이 없는데 돈을 쓰고 싶다면 어떻게 돈을 벌면 될까 생각해보길 바랬고, 옷이 예쁘지 않은 사람보다 냄새나는 사람이 더 외롭다는 걸 알았으면 했어. 너도 언젠가는 어른이 되어야 할테니까 말이야.

그저 너를 통제하는게 목적이었다면, 오히려 이런 싸움은 나지 않았겠지. 엄마는 널 미워해서 그런게 절대 아니지만, 사랑해서 그랬다고 하기에는 너의 마음을 너무 몰라줬던 거 같구나.


청유야

엄마한테 혼나는게 무서워서 거짓말을 했던거니?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의외로 너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고, 정말로 잘못을 했다면 설령 한번 혼나더라도 다음부터 안그러면 되는거야. 거짓말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엄마도 어렸을 때 문구점 앞에 떨어진 연필을 주운 것뿐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크게 혼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엄마도 깨달았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서 혼나고 뉘우치는게 낫지, 들켰을 때의 공포감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그리고 영원한 거짓말은 세상에 없다는 것도 말이야. 거짓말은 상대방을 기만하는 행동이고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걸 명심해야 해.


학원을 안가고 카페에 갔다고? 거짓말을 할 정도로 가기가 싫었다면 엄마와 상의를 해봤으면 어땠을까? 전부 다 네가 원하는대로 되진 않았더라도 등원횟수를 잠시 줄인다거나 단축을 한다거나, 아니면 싫어도 참고 잘 다녀오면 보상이 있다거나 하는 절충이 됐을거야. 엄마도 밥 하기 싫다고 김만 꺼내준 적도 있잖니?^^ 너는 그 때 상관없다고 김도 맛있다며 엄마를 오히려 달래줬었어.


그동안 말도 잘 못하고 가시방석이었지? 어른답지 못하게 감정적으로 대해서 정말 미안했다. 엄마아빠는 네가 혹시라도 나쁜 짓을 해서 혼을 내더라도 결국엔 너를 용서하고 다시 믿어줄 수밖에 없어. 원래 부모의 마음이란게 그래..  그리고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동생도 잘 돌보는 예쁜 딸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니. 너를 엄청 사랑하는건 영원히 변치 않을 사실이야. 우리 청유도 엄마를 믿고 다시 한번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우리 같이 노력해보자. 분명 잘 할거야.

요 며칠 시험준비 하고 오느라 힘들었을텐데 오늘은 엄마가 특별히 청유 좋아하는 닭볶음탕 많이 해놓을게. 잘 먹고 스트레스도 풀고 힘내서 네가 만족할만한 결과 얻을 수 있길 응원한다! 화이팅^^

-언제나 너의 편, 엄마가



사춘기 아이에게 주는 베네핏,

실습

아이가 클수록 부모와 트러블이 생기는 횟수도 늘어난다. 횟수만이 아니라 그 스케일이 커지고 부모는 어디까지 참아줘야하나 고민이 많아진다. 하지만 사춘기를 명분 삼아 모든 걸 이해해줄 순 없다.

거짓말 같은 명백한 잘못을 했을 때에는 거짓말은 나쁘다에 초점을 맞춰야지 거짓말을 한 나쁜 아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안된다. 아직 완성이 안된 사람이라 질책보다는 가르침을 줘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이 나쁘다는 걸 다 큰애가 모를리가...


사춘기 아이들은 알면서도 하고 지도 지가 왜그랬는지 모른다. '선생님이 거짓말하면 안된대요'라고 나를 가르치던 어린 아이가 쑤우우욱 컸다. 이제는 심화학습과 현장실습이 필요할 때다. 문제해결을 위해선 솔직함이 필요하다는 것과, 거짓된 시간 동안의 불안함은 최악이라는 것을, 아이가 겪었을 감정들을 상기시키며 느끼게 해주자.


우리도 거짓말을 해봐서 알고 있다. 아이가 어떤 상태였는지 짐작 가능한 부분을 밀어붙여보라. 아이가 느낀 죄책감을 부드럽게 꺼내어 이것이 얼마나 힘든 감정소모였는지 깨닫게 해주자. 그 후엔 반드시, 꼭, 솔직함으로 인해 불편함이 해소되는 경험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반드시.



자녀를 이긴다는 것

자녀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지고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굳이 승패를 계산하고 싶다면 먼저 말을 걸어 내 마음의 정당함을 어필함으로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잘못 역시 있었음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를 기대하라. 대화가 어렵다면 편지로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이 여러가지로 좋은 선택이다.


자녀에게 사과 편지를 주면 좋은 점

진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이해시킬 수 있다.

내 마음을 정리하면서 일단 나부터 진정이 된다.

자녀 측에서는 사과가 꽤 괜찮은 행동이란 걸 알아간다.

말대꾸가 없다. 내 말을 잘라먹지 않음.

자녀의 문해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아마 자기의 잘못을 더 잘 받아들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최종목적일수도...)

나쁜 점이 없는 것도 좋은 점이다.


아이와 다투었거나 혼을 냈을 때 물론 그것은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린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시간이 지났더라도 서로간의 감정 정리가 필요한데, 이 때에는 나를 먼저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 나는 과연 그런 적이 없었을까?하고 말이다. 마음이 훨씬 부드러워짐을 느낄 것이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 너도 용서한다는 방향이 아니라, 우리 함께 고쳐보자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분수끼리의 더하기 빼기에는 통분이 필요하다. 합치점이 있어야 결론이 나는 것이다.

우린 어른이니까, 합치점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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