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일리 May 13. 2023

힘을 빼야만 떠오를 수 있다

수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호흡, 근력, 균형 등 많은 것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수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힘 빼기'라고 생각한다. 물에 들어가면 무서워서 본능적으로 몸에 힘을 주기 마련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힘을 빼야만 물 위로 떠오를 수 있다. 힘을 뺄수록, 몸은 가볍게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수영을 떠올릴 때면 힘을 빼고 물 위로 떠오르는 그 순간을 생각한다. 물에 들어가서 온몸의 긴장을 풀고 몸이 스르륵 떠오르는 그 순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조금씩 떠오르는 것만 느낄 뿐이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비면서 평온해진다. 때문에 마치 명상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 내 삶에서도 이 '힘 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왜일까, 수영장에서는 그렇게 잘 떠오르면서 삶에서 힘을 빼기는 어렵다. 특히 '내 일', '삶의 목표'와 같은 거창한 것들에는 힘을 잔뜩 주고 찾아야만 할 것 같다. 실제로 내가 하고 싶으면서도 잘 하는 천직을 찾겠다는 목표에 5년, 아니 사실은 거의 이십 년에 가까운 세월을 집착해왔다. 그렇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매번 내 마음은 바뀌고, 바뀔 때마다 전력 질주를 하다 보면 또 서서히 지쳐간다. 그렇게 생각이 많아질수록 어려워진다. 미간에 힘을 잔뜩 주고 생각을 하다 보면 행동할 수 있는 것은 더 적어진다. 이걸 알면서도 머릿 속 어딘가에서 '하면 된다' 정신이 '최대한 힘내서 해야지!'라고 외치며 더 힘을 주라고 북돋운다. 습관일 수도 있겠다. 힘들 때에도 '힘내'라고는 통상적으로 말하지만 '힘 좀 빼'라고 하는 사람은 잘 없지 않나.


그렇지만 최근에 처음으로 힘을 빼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곳에 취직했을 때 3개월은 세상이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더 화났던 건 그럼 어디로 가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찾았지만 지금도 답은 없다. 사실은 포기하기로 했다. 최선의 답을 찾는 것을 포기하자고 마음먹고 나니 한결 편해졌다. 그냥 끌리는 대로 대충 살아도 삶은 지나간다. 아직도 힘이 덜 빠졌지만 세상에 정답은 없고, 나의 생각도 늘 바뀔 거니 모든 선택은 최선도 최악도 아니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말해 본다. 힘을 빼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을 거라고도. 


수영을 하려면 일단 물 위에 떠야 한다. 그리고 힘을 빼야만 떠오를 수 있다. 움직이다가 또 숨이 차면 힘을 빼고 잠시 흘러가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데드리프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