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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ul 28. 2023

40대 감정사전

ep3. 설렘

   

“선생님~ 저희 로이가 수영장 체험 가는 거 때문에 어제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자요. 설렌다고요.”

공부방 체험을 이틀이나 앞둔 어느 날 원생의 한 어머님으로 온 카톡 내용이다. 

어느덧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는 아이네.’

학교 다닐 때 소풍 가기 전날이면 어김없이 잠을 설쳤던 그때가 생각난다. 

시간은 왜 이렇게 더디게만 흘러가는지. 

어른들 말씀대로 공부를 이렇게 설레는 기분으로 했다면 대성했을 것이다.      



잠시만.

그러고 보니, 설렌다는 이런 감정을 언제 느껴 봤더라. 

어린 아이마냥 소풍 전날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커다란 설렘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그 정도의 설렘은 결혼하고 7년 만에 첫 ‘내 집’을 장만했을 그때가 아닌가 싶다. 

처음 우리 집이 생긴 그날.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셀프인테리어를 자처하고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다니던 그때가 아마도 최근의 가장 커다란 두근거림이었을 거다. 

(여기서 세아이들의 탄생을 기다리던 그 설렘은 빼고 이야기하겠다.

그건 어떠한 것과도 비교 불가능한 설렘이니.)     

15일 간의 셀프인테리어를 마치고 이삿짐을 옮기기 전날 밤. 분명 나는 잠을 설쳤다.

밤새 몇 번이나 일어나 다음날을 상상하며 심장 소리를 들었다. 

‘두근두근두근’     


두 번째 이사에서는 처음 느낀 그 감정은 찾을 수 없었다. 역시 처음이 설렌다.      


지금의 나는 무엇에 설레이는가?


아주 작은 거에서 설렌다.      

주문해 놓은 책이 놓여있을 현관문을 열 때.

퇴근길 맛있는 걸 잔뜩 사 들고 가 좋아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상상할 때. 

머리가 예쁘게 되어 누군가가 불러주길 상상할 때.

........................................................................  


   

소소하네. 

그럼에도 

끊임없이 설렘을 찾고 있다. 

더이상 설레지 않으면 삶은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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