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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an 29. 2024

월요일 아침은 반항적으로 시작하기

  

바닥에서 자는 남편의 기척이 느껴진다. 나는 침대위에서 머리맡에 놓아두었을 핸드폰을 주섬주섬 더듬어 찾는다. 아침해를 보기 전에 핸드폰의 눈부심에 지쳐버릴까봐 전날 밤 미리 밝기를 최대한 낮춰뒀다. 인상을 찌푸리지 않아도 편안하게 화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핸드폰 옆의 버튼을 꾹 눌러보니 새벽 4시. 어느덧 남편은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그의 새벽 루틴 중 하나. 곧장 화장실로 가서 양치하기. 그리고 주방으로 가서 물 한 컵을 벌컥벌컥 마신다. 


상체를 반쯤 일으키다가 ‘월요일이지’라는 생각에 다시 누워버린다. 주말아침에도 늦잠 자는 거 없이 새벽기상을 한다. 그런데 월요일은 다르다. 

월요일아침부터 새벽기상에 빡빡한 아침을 맞이하면 한 주 내내 피곤할 것 같은 생각이들어서다. 그래서 월요일에 반항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시 눈을 질끈 감는다. 남편은 주방으로 갔다가 운동을 하러 현관을 나선다. 한치 오차도 없는 남자. 모든 것이 읽히는 남자다. 

남편의 새벽기상은 주5일 근무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느긋하게 지내는 걸 좋아한다. 나의 새벽기상은 주6일. 나는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주말 시간을 매우 아낀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기상을 이어간다. 평일의 새벽과 주말의 새벽은 질이 다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맞이하는 새벽 시간에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 평일 새벽 3일에 걸쳐 했던 일들을 토요일 오전 3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      

다시 눈을 떠보니 4시 40분. 그냥 일어날까 몇 초 고민한다. 

‘아니야. 월요일부터 이러지 말자.’

다시 눈을 감는다. 눈을 떠본다. 5시 30분.

‘이쯤이면 월요일 아침을 아주 반항적으로 시작했어. 좋아!’

이번주도 피곤하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새벽기상을 조금 늦춘 것만으로도 나는 세상을 향해 큰 반항을 한 거다. 루틴 어기는 걸 가장 싫어하는 나에게 게 이 작은 반항이 기분좋다. 

월요일에 순응하지 않고 반항,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이지만 내 마음속은 통쾌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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