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은 '전력질주'를 모른다

동기부여 성장기. 01

by 윤명

필자가 22살 태권도 전공생으로 대학생활을 하던 7월의 여름방학.


방학기간 동안 태권도장에 '사범'이라는 직책으로 실제 태권도장의 업무를 경험하고 있을 때였다.


"윤사범, 오늘 2시부 지도해 봐"


관장님께서 수업을 진행해 보라고 기회를 주셨다.

아이들이 도착하면 수업 시작 전까지 재미나게 놀아주면서 시간을 보내고

수업이 시작되면 스트레칭과 간단한 체력운동으로 몸을 풀어주어야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1-2명의 5살 아이들로 이루어진 2시부 수업이 시작되었다.


"자~ 벽 찍고 돌아오는 거야~ 릴레이 달리기 시작!"


"우와아아아!!~~" "꺄아아!!!"


너무나 해맑은 얼굴을 하고 열심히 달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더욱 힘이 나고 즐거웠다.


"좋아! 이젠 두 바퀴!! 전력질주로!! 출발!!"


점점 땀을 흘리면서 아이들이 열심히 운동에 집중할 때, 그 안에서 가장 어린 5살 아이는 그저 웃으며

전력질주가 아닌, 설렁설렁 빠른 걸음으로 두 바퀴를 오가고 있었다.


"자자, 전력질주로 해야죠? 다시 출발~!"


한번 더 열심히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에게 쏠리는 집중과 다시 한번 뛰라는 말이 들리자 5살 아이에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울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나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아이를 달래며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남은 운동을 계속 진행하며, 다른 아이들이 달리기를 할 동안 5살 아이를 안아주며 물었다.


"전력질주하는 게 어려웠어? 왜 울어~ 괜찮아 괜찮아"


그러자 훌쩍거리는 아이는 내 품에서 맑은 눈망울로 나를 보며 왜 울었는지 이유를 말했고,

그 말을 듣고 나는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력질주가... 흑흑, 전력질주가 뭔지 몰라요"


사범이라는 위치에서 아이들이 눈높이에 맞게 운동을 지도하고 이끌어야 하는데, 5살의 해맑고 순수한 아이에게 '전력질주'라는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며 혼란을 야기시켰다. 당황스러웠지만 남은 시간 최대한 열심히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뒤 관장님께서 나의 이야기를 듣고 말씀하셨다.


"하하하! 그렇게 경험하면서 배우는 거야, 앞으로 사범 일 하면서 더 많은 점을 배우고 경험하게 될 거다"

"태권도를 배우고 운동을 하는 건 아이들이지만, 사람과 인생에 대해서는 우리 지도자들이 훨씬 많이 배운단다. 점점 생각이 깊어지는 시기가 오면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지도할지 알아가게 될 거다"


그날 하루종일 '전력질주'에 대한 이야기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이들이 기뻐하고 재미있게 운동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고 뿌듯했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구나"


지도자의 입장에서 각각 아이들의 특징과 성격, 나이 등등.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서 운동을 지도하고 눈높이를 낮춰 공감하고 이해해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깨달을 수 있었고, 점차 수업을 지도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각각의 특성과 환경에 맞게 대화하고 많은 사람들을 집중시키며 효율적으로 운동을 진행할 수 있는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방학기간이 끝나갈 즈음에, 전력질주를 몰랐고 본인에게 집중과 관심이 몰리면 눈물이 나왔던 그 5살 아이는 어느새 완벽하게 적응하여 도장에 오면 바로 사범님을 외치며 달려와 안기고, 운동 시간에는 눈에서 초롱초롱 빛을 내며 멋지게 태권도를 배워가는 아이로 성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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