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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Apr 25. 2019

너도 아직 너를 잘 몰라?

허지원 "나도 아직 나를 잘 모른다"를 읽고

계급장 다 떼고, 소위 ‘스펙’을 하나도 드러내지도 않고 다른 사람과 마주했을 때,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일지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가 곧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이 건강한 수준으로 높은 사람은 나의 진심이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는 일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자신감만 높은 사람들은 반드시 진심은 통할 것이라는 어리석은 자기애적 다독임에 빠져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아달라고 채근합니다. 그러나 내 가슴속의 모든 진심이 굳이 통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생각해 보면 나조차도 모든 사람의 진심을 일일이 알아주며 살아오지 않았으면서. ‘아, 맞다, 그래도 너는 이런 진심이 있었지?’ 하며 살지 않았잖아요.


타인에게 사랑을 시험하려고 하거나, 그를 통해 당신을 채우려고 하지 말아요. 누군가 당신 곁에 있으면 좋겠지만, 또 아니면 마는 겁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차츰 자기 자신과 안정 애착을 하면 됩니다. 과장되고 기만적인 표현들로 자신을 속이고, 어쩌면 틀렸을지 모르는 연애를 시작하고, 답이라곤 하나도 없는 만남을 지속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그 일을 해내면 좋겠지만, 아니면 마는 것입니다. 내가 그 사람의 마음에 들면 좋겠지만, 아니면 마는 것입니다. 이번의 시도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 좋겠지만, 아니면 또 마는 것입니다. 어쩌다 나의 노력 덕분에 일이 잘 된다면, 나는 작은 자기 효능감 하나를 챙기고 다음 일을 도모하면 됩니다. 만약 안 된다면? 그러면, 그냥 마는 겁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는 언제 생을 마쳐도 이상하지 않을 각자의 궤적을 삽니다. 매일을 쾌락적으로 살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나만큼은 내게 관대해져도 좋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전전긍긍하며 살지 마세요. 짓눌리는 감정으로 새벽에 눈을 떠 치받히는 불안에서 주의를 분산시키려 무의미하고 피상적인 인터넷 서핑에 몇 시간씩을 소모하는 일상들이 사실은 당신을 더욱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렇게까지 애쓰지 맙시다.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노력을 합시다.




한 달여만에 책 한 권을 읽다니...  힘들 땐 책이라 해놓고는 몸이 좀 힘드니 정신을 팽개쳐 놓았다. 암튼 책 읽을 여유가 없었던 한 달 동안 '밀리의 서재 '를  들여놓았다. 한 달간 무제한 이용이라니 이 책 저책 구경만 하다 드디어 끝까지 읽은 첫 책은 허지원의 "나도 아직 나를 잘 모른다"다. 제목에 끌렸다고 해야 하나? 정말 내가 나를 잘 알고 있는지 점검해고 싶었을까? 나의 자존감 현 위치를 알고 싶었을까? 뭐 이런저런 호기심으로 후딱 읽었다. 요즘 내 심리가 불안한지 심리 관련 책들이 당기네^^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뇌과학 임상전문가인 허지원 작가의 글을 읽으며 공감되는 몇 단락을 위에 발췌해봤다. 이십 대 젊은 시절 기고만장한 자신감에 외치고 다녔던 나의 믿음 " 진심은 통한다 "를 작가는 어리석은 자기애적 다독임이라 단언한다. 자신감만 높은 사람들의 믿음이라는데.. 정말 그런 걸까? 물론 살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이 통하게 하려는 어리석은 노력을 한건 아니지만 정상적인 인간들에게는 대체로 나의 진심이 통했고 진심이 닿지 않으면 그 정도에서 선을 긋고 " 당신은 그렇게 사쇼, 나는 내 방식 데로 살 테니"라고 쿨하게 돌아서 버리곤 했다.  나의 이런 방식이 잘못된 건 아닐까 반성을 많이 했는데 작가는 오히려 "아님 말고" 식의 삶이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나를 자유롭게 하는 방법이란다. 너무 감사하지 않은가? 나의 이런 삶의 방식이 때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을 수 있지만 내가 상처를 받지 않는 방어였는지도 모르겠다.


계급장 다 떼고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일지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가 자존감이라면 나의 자존감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놀랍게도 나는 스스로를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다. 외모상,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럽다? 성격상, 무난하지 않지만 밉지 않다? 뭐 이 정도로 본다면 자존감이 높은 걸까? 근자감 (근거없는 자신감)일까? 덕분에 혼자서도 늘 당당하고 씩씩하게 살고 있지만 타인에게 사랑을 시험하거나 그를 통해 채우려 하지 말라는 작가의 조언데로 나는 나를 제일 사랑하는 것 같다. 나보다 더 남을 사랑해 본 적이 었나? 유일하게 두 아들을 키우며 모성애만큼은 자기애를 뛰어넘지 않나 싶긴 하다.


언제 생을 마칠지 모를 인생길에서 적어도 나에게만은 관대 해지라는 작가의 말이 위로가 된다. " 이 정도면 잘살고 있는 거야, 이 정도면 감사하지, 이 정도면 훌륭해!! " 늘 이런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면 언제 죽어도 모를 인생의 궤적에 후회가 없지 않을까? 나는 나를 다 알지는 지만 나만큼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러니 나  믿고 나의 생각과 나의 행동을 지지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 " 너는 아직 너를 모른다고? 아니 너보다 너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항상 네 마음을 들어주고 다독여준다면 자존감이라는 말조차 크게 중요치 않아. 그저 네 마음이 편안해지면 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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