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원 "나도 아직 나를 잘 모른다"를 읽고
계급장 다 떼고, 소위 ‘스펙’을 하나도 드러내지도 않고 다른 사람과 마주했을 때,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일지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가 곧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이 건강한 수준으로 높은 사람은 나의 진심이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는 일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자신감만 높은 사람들은 반드시 진심은 통할 것이라는 어리석은 자기애적 다독임에 빠져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아달라고 채근합니다. 그러나 내 가슴속의 모든 진심이 굳이 통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생각해 보면 나조차도 모든 사람의 진심을 일일이 알아주며 살아오지 않았으면서. ‘아, 맞다, 그래도 너는 이런 진심이 있었지?’ 하며 살지 않았잖아요.
타인에게 사랑을 시험하려고 하거나, 그를 통해 당신을 채우려고 하지 말아요. 누군가 당신 곁에 있으면 좋겠지만, 또 아니면 마는 겁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차츰 자기 자신과 안정 애착을 하면 됩니다. 과장되고 기만적인 표현들로 자신을 속이고, 어쩌면 틀렸을지 모르는 연애를 시작하고, 답이라곤 하나도 없는 만남을 지속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그 일을 해내면 좋겠지만, 아니면 마는 것입니다. 내가 그 사람의 마음에 들면 좋겠지만, 아니면 마는 것입니다. 이번의 시도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 좋겠지만, 아니면 또 마는 것입니다. 어쩌다 나의 노력 덕분에 일이 잘 된다면, 나는 작은 자기 효능감 하나를 챙기고 다음 일을 도모하면 됩니다. 만약 안 된다면? 그러면, 그냥 마는 겁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는 언제 생을 마쳐도 이상하지 않을 각자의 궤적을 삽니다. 매일을 쾌락적으로 살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나만큼은 내게 관대해져도 좋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전전긍긍하며 살지 마세요. 짓눌리는 감정으로 새벽에 눈을 떠 치받히는 불안에서 주의를 분산시키려 무의미하고 피상적인 인터넷 서핑에 몇 시간씩을 소모하는 일상들이 사실은 당신을 더욱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렇게까지 애쓰지 맙시다.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노력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