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집을 들었다. 시 동호회에서 매주 한 편의 시를 읽고 필사를 할 때는 그래도 자주 읽었는데 말이다. 확실히 강제성이 떨어지니 시집에 손이 안 간다 ㅠㅠ 그래도 이달의 시인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띄어 골라본 시집, 역시 제목이 낯이 익다했더니...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많이 들어는 봤는데 시 전문을 읽은 건 처음 같다.
시 제목 '수선화에게'. 홀로 핀 수선화처럼 외로운 그대에게 주는 위로의 한마디일까?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참 공감이 가는 말이다. 세상에 외로운 사람이 넘쳐나는 걸 보면 사람만 외로울 것 같은데.. 시인은 말한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고,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에 내려온다고... 이만한 위로가 있을까? 심지어 하느님도 외롭다시는데 인간이 외로운 건 너무나 당연한 소리다.
TV를 보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라는 프로에서 경기도 광주를 함께 돌아봤다. 세상사는 사람들의 평범하고 진솔한 얘기가 좋아서 자주 보는 프로다. 지난주 방송에서 경기도 퇴촌 둑길에서 우연히 만난 90세 할머니를 따라 줄배를 타고 들어간 무수리 마을. 근심 걱정이 없다는 뜻을 가진 무수리 마을에서 혼자 살고 계신 할머니의 밝은 표정을 보며 왠지 외로워도 행복한 긴 세월이 느껴졌다.
흔히들 외롭고 고독한 노인의 삶이 우울하고 힘들 거라고만 생각하는데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에 따라 완전히 다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자연이 좋다고 혼자 산속에 들어가 사는 오지인들을 보며 정말 외롭지 않고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내 질문이 잘못된걸 이제 알겠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외로워도 행복할 수 있다. 그걸 몰랐던 거다 나는.
공연히 오지 않을 전화를 기다리지 말고 쓸데없이 무언가에 집착하지 말고 오롯이 내게 집중하는 삶, 그 삶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면 수선화와도 대화를 하고 가슴 검은 도요새와도 말이 통하는 경지에 오르겠지. 새들의 외로움도 이해하고 하느님의 외로움도 이해한다면 세상에 이해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역시 시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모든 외로움을 이해하는 경지에 오르면 나도 시를 쓸 수 있으려나? 그날까지 계속 시를 읽고 삶을 읽고 세상을 읽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겠지... 짧은 시 한 편이 주는 위로와 공감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