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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Oct 31. 2019

개와 한 이불 사이

D+95


어쩌다 요즘 아기 강아지들과 한 이불 덮는 사이가 되었다.  솔직히 개털 빠져서 널려있는 게 싫기도 하고 아이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서 웬만하면 침대로의 접근은 허락하지 않았었다. 아무리 예뻐해도 아침에 일어나 얼굴에 얼룩덜룩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두 아들을 보면서 개들에게 온 집안을 개방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날이 쌀쌀해지고 나 혼자 침대가 아닌 요를 아랫목에 깔고 자다 보니 어린 강아지들이 추워서 슬면시 이불속으로 파고드는 걸 눈감아주고 자기 시작했다. 그런데 작고 따스한 강아지 두 마리를 안고 자니 어찌나 포근하고 잠이 잘 오는지 완전 숙면을 취하게 되었다. 다행히 나는 알레르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강아지들이 아침까지 푹 자고 일어나 소변은 나가서 패드 위에 보니 어찌나 예쁜지 사랑스럽기 그지 다.



해가 뜰 무렵, 살며시 다가와  얼굴을 핥으며 잘 잤냐는 인사를 하고 사랑의 부비부비를 해주니 완전 꿀잠에 꿀 기상이다. 어쩜 이런 달콤한 잠자리를 모르고 살았을까 싶을 정도다. 사실 어려서부터 친언니와 한 이불을 덮고자도 옆에서 바스락거리기만 해도 잠이 깨고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한 이불을 덮고자도 잠이 잘 안 와서 나는 혼자 자는 게 늘 편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강아지 두 마리 덕분에 불면증도 사라지고 꿀잠을 자게 될 줄이야.. 참 신비로운 경험이다. 물론 새끼 강아지 출산부터 95일을 함께 키우고 보살피며 애정이 듬뿍 들기도 했지만 솔직히 편애를 하게 된다. 아빠견 별이와 엄마견 달이는 6년, 3년 동안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선을 넘지 못하게 했는데 말이다. 미안하게도 지금까지 별달이와는 그 선을 유지하고 있다 ㅠㅠ


살면서 많은 사람들 만났지만 내게 그 선(線)은 참 중요했다. 너무 많이 바라거나 기대거나 사랑하면 힘들어지는 인간관계를 원하기 않았기에 늘 친구로서, 동료로서, 선배로서, 후배로서 선을 지키며 사는 게 편했다. 그러다 보니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 조차 늘 그 선 때문에 편하지 않다는 말을 많이 다. 왠지 그 선을 넘지 않으려는 노력이 사람 간의 거리를 두는 나쁜 습관으로 인식되기도 고 말이다. 하지만 난 그게 편하고 그게 좋아서 그렇게 살아왔다. 심지어 부모님을 포함 가족에게도 지킬 선이 있다고 믿고 살았으니 남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런 내가 사람이 아닌 개에게 선을 넘게 해 주었다는 건 아주 큰 변화다. 첫째, 너무나 사랑스럽고 둘째, 아무런 편견이나 재고 따지는 계산이 없는 관계에 나도 모르게 무장해제되어 버렸다.  진정한 반려자가 사람이 아니라 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 같다. 평생 함께 하지 못하기에 더더욱 짧은 세월 동안 모든 사랑을 다 주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사는 나라는 인간에게 큰 깨달음이다. 사랑한다 나의 개들아. 고맙다 나를 사랑해줘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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