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nny Oct 20. 2019

배움이 필요할 때

D+83

부둥이를 보내고 이제 우리 집에 아빠견 별, 엄마견 달 그리고 꿈이와 공이 자매 총 네 가족이 함께 있다. 다행히 부와 둥이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서 지내고 꿈공 자매는 둘이 신나게 놀며 지내고 있다.


별달꿈공 네가족


생후 아기들은 보통 6주 때부터 2주 간격으로 기본접종을 하게 되는데 3차까지 접종을 맞추면 산책을 나가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천방지축 날뛰는 아기 강아지들을 아무 교육 없이 무작정 끌고 나가면 개도 사람도 낭패를 볼게 뻔하니 이젠 견주인 내가 제대로 배워야 할 때다.  그래야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질 테니 말이다.  부둥 두 놈을 보내고 아빠견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잠시 숨을 돌리다 꿈공이를 가르쳐야 할 타이밍을 놓쳤다. 배변훈련은 충분히 잘되고 있어서 한시름 놓았지만 밥 먹을 때마다 기다릴 줄 모르고 덤벼 대는 통에 밥을 쏟지를 않나 내 밥 두고 남의 밥을 노리지 않나 기본적인 예절 교육이 시급했다. 1차로  밥을 먹기 전 '앉아', '기다려' 훈련을 시작했지만 사실 내가 아는 건 이게 다였다.  헉.. 개를 6년이나 두 마리나 키웠지만 제대로 공부한 게 없다니 창피하지만 아기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면 이제라도 배워야 했다.


큰아들이 추천해준 책 " 개가 행복해지는 긍정교육" 을 읽다 보니 아시미엥 본딩 교육법이 인상적이다. 아시미엥은 프랑스어로 개의 친구라는 의미이다. 즉, 개를 친구로 바라보 유대감을 형성해 나가는 교육방법을 뜻한다. 그 교육법 중 첫 번째는 5분 규칙이다.


사람은 자신이 얼마 동안 집을 비울지 알지만 개는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가족의 일원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긴 시간이 든 짧은 시간이든 헤어졌다 만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개의 호들갑스러운 행동을 무시하는 것이다. 모든 개는 재회할 때 각자의 방식으로 환영의식을 치른다. 점프를 하기도 하고 짖거나 핥기도 하며 부리나케 달려가 장난감을 가져오는 개도 있다. 그런데 문제 있는 개의 행동 교정을 원한다면 이런 행동을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5분 규칙을 성공했다면 이제 새로운 과제로 개와 호흡할 차례이다. 이번 과제는 반려인이 원할 때 개를 오게 하는 '이리 와'를 가르치는 것이다. 기본 원리는 '요청하기'와 '칭찬하기'이다.


나는 5분규칙을 이미 실행하고 있던 터라 이리와를 가르쳐야지만 이리와대신 "쮸쮸" 혀를 차며 밥을 줬더니 이소리만 내면 달려온다. 우리끼리 통하는 언어의 약속도 괜찮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까? 2단계는 손님이 왔을 때  교육방법이고 3단계가 산책할 때 꼭 필요한 사항이었다.


개에게 있어 산책이란 집을 벗어나 큰 세계로 나가는 것이므로 흥분하는 것은 당연하다. 개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냥은 그들의 일상 중 생존과 연관된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아들레 날린 이 생성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반려견으로써 이런 의욕은 적절히 통제되어야 하니 반려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산책시간야 말로 반려인이 개를 잘 다스리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출발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할 교육은 기본 교육인 '옆에'이다. 반려인이 요청한 대로 반려인의 옆에 와서 서면 보상으로 간식을 제공하지만 개가 흥분해서 천방지축으로 날뛸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평화로운 산책을 위해 이 과정은 필수적이므로 포기하지 말고 계속 시도한다.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처음 아빠견 별이를 만났을 때 얼마나 아무 준비 없이 만났는지 되돌려본 게 된다. 난 산책을 나갈 때마다 흥분하는 별달이를 아직도 강압적으로 당겨서 멈춰서 버린다. 나름 기싸움을 하지만 여전히 엄마견 달이는 소가 밭이라도 가는 양 내치고 나가니 기본 교육이 잘못돼 있는 거다. 하긴 6개월 넘어 입양한 별달이를 위해  밥을 언제 어떻게 주고 배변훈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본 게 다였던 것 같다.  그렇게 무식한 주인을 만나 착하고 똑똑했던 별이가 가끔 사람을 물어 버리는 바람에 얼마나 기겁을 했는지 모른다.  왜 그런 경계심이 생겼는지  갑작스럽게 사람을 무는지 걱정이 돼서 훈련사를 찾아가 여쭤보니 일시적으로 암컷과 새끼를 보호하려는 태도 일 수 있으나 훈련을 통해 교정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이제야 새삼스레 내가 아는 별이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 내가 모르는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개가 말을 할 수 없지만 눈빛으로 주인과 교감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전혀 모르고 었던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아빠견 별과 막내 공이

늦게나마 공부를 해서 2개월 꿈이와 공이 그리고 4살 달이와 7살 별이가 모두 행복한 긍정교육을 실천해봐야겠다. 정말 아기를 낳는 부모가 육아 지침서를 보듯 반려견과 함께 살기 위한 기본교육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 막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꿈이 와 공이의 행복한 산책을 위해 그리고 별달이의 평안한 노후를 위해 한 발씩 다시 시작해 보는 거다.  준비됐니?  가보자 어디!  


 

이전 16화 내 소임을 반(半)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