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방 늙은이 vs 중간방 어른

by Jenny

가끔 드라마를 보면 나이 드신 분들을 ‘뒷방 늙은이’로 표현하기도 한다. 서열제가 확실하던 대가족 체계에서 연세 드신 어른을 공경하고 제일 좋은 곳에 모시는 게 예의련만 동물의 세계인지라 어쩔 수 없이 권력에서 밀려나면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된다. 그럼 대체 몇 살에 뒷방 늙은이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걸까? 팔십, 구십? 사실 나이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권력에서 밀려나는 순간 삼십에도 사십에도 언제든 우리는 뒷방 늙은이가 될 수 있다.

내 경우 뒷방 늙은이 느낌을 감지한 건 사십이 되면서부터 였다. 누가 나를 늙은이 취급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내 젊음이 끝났구나 라는 인식을 하면서부터 였다. 그 첫 징조는 입찰 프레젠테이션에서 연이은 실패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30대까지만 해도 디자인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내 모습이 밝고 신선하고 발랄했다면 40대부터 이미 올드하고 구닥다리 느낌이고 무거워진걸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다. 채점자의 눈에서 반짝거림이 없어지고 어디서 많이 본 기획안이군 하는 표정을 발견하면서 급속히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래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젊고 팔팔한 20대 친구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도전장을 내미는데 언제까지 경험만 가지고 구닥다리 기획안을 팔아먹으려고 해??’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을 하면서 기획자에서 관리자로 넘어온 순간, 나는 뒷방 늙은이 대열에 합류했다고 본다. 내가 직접 무언가를 하기엔 부족하고 누군가에게 조언과 협업을 해야 할 때 말이다.


영화 ‘인턴’에서 경험 많은 70세 인턴 로버트 드니로가 열정 많은 30세 CEO 앤 해서웨이의 온라인 패션몰에 인턴으로 출근을 한다. 자신이 오랜 세월 일했던 회사 건물에 들어선 젊은 회사, 젊은 사장 밑에 인턴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누군가의 빈자리,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내 나이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젊다면 젊은 나이에 벌써 로버트 드니로처럼 나이 든 사람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지만 솔직히 현재 내 역할은 그게 맞다.

새롭게 일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알려주고 열정이 넘치는 사람을 응원해주고 경험이 부족한 사람을 채워주고 인간관계를 힘들어하면 함께 고민해주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면 밀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은퇴나이가 평균 55세라니 마음은 청춘일때 밀려나와 새로운 자리를 찾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겪어본 사람은 다 안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은퇴나이가 47.3세로 남성보다 8년이 빠르다고 한다. 50살넘어 조직에 버티고 있는 여성은 창업자나 회장님 따님 정도 되야 가능하지 않을까? 대기업중 올해 롯데에서 첫 여성 CEO가 신문에 나왔고 패덱스, 맥도널드, 한국P&G 등의 외국기업에 그나마 여성 CEO가 있는 정도이니 대한민국 여성의 현주소는 아직 한참 후진국이다. OECD 유리천장지수 꼴등이다.

유리천장을 깨야 할 정도의 대기업에 있지 않아 다행이지만 유리천장 깨려고 머리 받고 다닐 만큼의 열정도 없고 실력도 없다. 내 분수에 맞는 내 역할이 있다는 데 감사하며 오늘도 출근이다. 뒷방 늙은이는 싫지만 중간방 어른 정도의 역할은 해야 할 때이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려 노력해보자. 동료들과 있을 때는 나이 따위 잊고 배울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돼 보자. 중간방 어른 파이팅!!


중간방 내 책상 _ 어딘가 내자리가 있다는걸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