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내가 듣지 못했던 것은 맞다. 똑같이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이고 시어머니는 친정 어머니보다 12살이 많은데도 그러니까 그 또래 중엔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여성들도 꽤 있을 텐데도 시어머니는 학력컴플렉스가 있는 편이다. 막내 며느리가 박사 과정에 들어간 후부터 며느리 대하는 태도가 살짝 달라질 만큼 가방끈 긴 사람에게 주눅이 드는 면이 있다. 지금도 이따금 당신 아버지께서 당신만 더 공부를 시키지 않으신 것에 대해 아쉬워하며 더 공부하지 못한 인생을 슬퍼하는 말씀을 하시곤 한다.
상대적으로 그에게서는 내가 학교를 못 나와서~ 로 시작하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자식들의 학력이 높아지면서, 혼날 때 말대꾸 꼬박꼬박 하는 자식에게 공부시켜놨더니 대들기만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주로 아부지였다. 일상에서는 너무도 분명히 아들 딸 차별해서 키우는 엄마였으나 그는 공부에 관해서는 차별이 없기도 했다. 부모 둘 다 검사를 해보면 평균치를 훌쩍 넘는 지능지수가 나올 거라고 짐작이 갈만하게 머리가 좋은데도 내가 이 머리로 공부를 했으면! 하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들었는데 무시하고 잊었을까?
학력 컴플렉스가 없고 혹은 적고, 학교 생활에 대해서 잘 알 수가 없기도 한 부모를 두었다는 것은, 학교 다니면서 내 또래부터 무지하게 심해진 공부 압박을 최소한 부모로부터는 받을 일이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딸에 대해서는 얼만큼 성취하라는 기대가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대학을 나오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공부에 관심 없는 아들에게도 공부로는 이러니 저러니 심한 압박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공부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아부지가 취직이 안 되어서 무지하게 고생을 했던 결혼 초창기 시절을 얘기할 때도 네 아빠가 학력이 낮아서, 라고 말하지 않고 체격이 작아서, 라고 말했던 그였으니. 운전을 하는데 체격이 무슨 상관일까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궁금해했는데, 여하튼 그는 남자가 밖에서 일을 하는 데에는 학력보다 체격, 이라고 생각했던 듯 하다. 평생을 함께 했던 그의 남편은, 체격이 작은 것 말고는, 일에 관한한 못하는 게 없었고, 성실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