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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련하다

퇴역군인으로서

by 양M


야! 빨리 노선 안오고. 뭐하노?


시내버스 기사가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소리치는 얘기다. 뒷자리에 앉아서 듣는다. 시내버스 옆 차선에 마을버스가 서 있다. 마을버스 기사가 손짓으로 반응하는데 무어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니 내가 지금 안 가는 걸로 보이나!" 였을 듯 싶다. 일은 비슷해도 처우가 엄청 다르니 말이다.


마을버스 기사는 시내버스로 가는 징검다리 경력 정도다.



어떤 일자리 갖느냐에 따라 인생이 갈린다.

생사가 갈린다. 현역시절 간부로서 부하들 면담은 일상이다. 특히 당직을 함께 서다보면 야간이나 주말 같은 경우 깊은 속내까지도 꺼내 놓는 경우가 있다. 군복 입으면 생기는 동질감이 한몫 톡톡히 한다. "군대는 어떻해서 오게 되었지?" 매번 똑같은 질문을 하고 비슷한 답변을 듣지만 기억나는 얘기가 있다.



배에 전입 온지 며칠 안 된 갑판하사였다. 실업계고를 나와 조선소에 바로 취직을 했다. 조선소 일은 정말 힘들었지만 봉급과 수당이 괜찮아서 몇 년 일했는데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왔다고 했다. 군대에서 죽으면 예우는 받지 않느냐며.. 그런데 봉급이 너무 적어서 실망이라고 했었다. 천진한 눈빛이었다. 조선소에서 2년 동안 근무하며 5명이 죽었다고 했던가.



자본주의가 그래서 무섭다.

군대가 생긴 역사를 되짚으면 권력자에게 고용된 용병이 최초다. 중세 유럽의 기사들과 왕정시대 각국의 무사들도 마찬가지다. 산업현장에서 매일 죽어 나가는 노동자들 또한 '자본을 위한 잉여노동'이라는 심란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적나라하게 '산업전사'라고 표현할 정도다. 목숨 걸고 일한다.



19세에 도달한 대한민국 남자면 누구나 병역판정검사를 받는다. 병역 이행이 가능한 상태인지 가리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를 지는 일은, 본인의 선택이라기 보다 국가의 부름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각자 마음의 준비를 해두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렵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가축 신세가 된다. 이 나라가 제아무리 국방의 의무를 지는 국민들에 대한 대접을 갖춘다고 해도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러니한 것들 중에 하나는 바로 국가방위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이를 '직업군인'이라는 틀에 한정하는 사회적 인식이다. 그들도 세금 다 내는 국민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계급장을 권력의 도구로 사용한 소수의 정치군인들 때문에 목숨 걸고 일하는 생업형 군인까지 함께 매도 당한다.


누구나 성인 남성으로 성장함에 있어 군생활은 건너야 할 징검다리다. 막상 건너고 나서 돌아 보니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다.


야! 빨리 제대 안하고. 뭐하노?



#강한군대가있어야전쟁안함 #군인무시해서잘된나라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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