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가 열흘이나 붙탔어요
일단 산청 산불이 잡혔다. 비다운 비도 없었다. 진화대원들 수고가 참 많으셨다. 213시간 동안 한반도를 불태웠다. 근 열흘간이다. 화마는 11개 시군을 할퀴며 3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부상자는 그 이상이다. 검게 타버린 산과 계곡은 봄기운이 사라졌다. 잔불이 언제 다시 타오를는지 모른다.
주택이 3,000여채 전소됐다. 이재민이 6,000여명 생겼다. 성난 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특히 지진과 산불같은 대형 재난은 피해 복구에만 수십년 걸린다. 아니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새로운 환경을 일구는 게 낫다. 무엇보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웃들께 위로를 전한다.
'과연 거센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을 알 수 있다.'고 했었다. 겨우 불 잡혔다고 덮어버릴 사안이 아니다.
현행 산불 시 진화대책 같은 산림청 프로세스가 주먹구구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국방부 전시계획에 준하는 촘촘한 계획과 대비가 갖춰져야 한다.
정치가 부재한 국가 정국이다. 빨강이냐 파랑이냐가 산불 재난까지 들쑤시는 웃지 못할 촌극을 목도한다. 가짜뉴스, 음모론들이 갈수록 정교해 진다. 이 나라의 분열과 혼란이 가중될 수록 누가 흐뭇한 미소를 지을지 다들 알지 않는가.
#산불이나꺼보고하는소린가 #황망함의복판에서있는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