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입학, 엄마의 달라진 대우
시골 변두리에서 시골 시내로 이사했던 나의 첫 이사는 곧 일상이 되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로의 전학 왔지만 원래 작은 마을이라 시내에 위치한 오락실만 가더라도 기존 학교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중학교에 진학하면 근처 초등학교 학생들은 모두 모인다는 점이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겸사겸사 친구들도 많아지고.
하지만 몇 년 뒤, 인생 두 번째 이동을 하게 된다. 바로 고등학교 진학으로 인한 기숙사 입소. 사실, 고등학교 진학으로 인해 부모님과 갈등이 많았다. 특히, 아빠는 공부 좀 한다는 나를 충청남도에서 명문으로 유명한 H고에 보내려고 했다. 사립학교였던 그 학교에 면접도 보고, 붙어서 갈까도 했지만 나만 갈 수 있었기에 친구들과는 헤어져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반항. 한 달간의 반항과 다툼 끝에 결국 근처 인문계 고로 진학을 하게 되었고, 거리가 멀어 기숙사에 입소하게 되었다. 입학원서를 쓰는 기간 내내 술 마시고 온 아빠랑 다퉜던 경험만 남은 기억.
어쨌든, 기숙사로 짐을 옮기는 날, 엄마는 울먹였다. 기숙사에 입소하면 2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집에 오는데 그렇게 떨어져 지낸 것이 처음이라 그랬나 보다. 자꾸 걱정하며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걱정 섞인 잔소리를 했던 엄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의 심경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군대에서 휴가 나온 남자들이 자꾸만 변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미리 경험한 것이랄까? 기숙사에서 처음으로 나가던 주말, 집에 도착한 나는 밥상머리가 부러져라 차린 진수성찬에 놀랐다. 아, '이런 호사를 누리는구나, 역시 집이 좋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주말에 집에 오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대우가 나빠졌다. 나중에는 그냥 "왔니?" 정도가 되어버린...
그래도 가끔씩 집에 올 수 있었기에 이 또한 쉽게 적응을 할 수 있었던 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