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의 조리원 생활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뒤돌아보면 어느새 출발선은 보이지도 않는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는 것은 그만큼 바쁘게 생활했다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난 그랬다. 배우자 출산휴가가 끝나고 밀린 업무를 하나, 둘 마무리했고, 아빠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찾아보며 노력했다. 사실 저번 주까지는 서현이의 손발 조형물을 만드느라 정신없었는데, 돌이켜보니 이번 주는 크게 한 일이 없다. 조리원 생활도 익숙해져서 오히려 편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다.
생각난 김에 조리원 생활을 적어보기로 했다. 아빠가 서현이를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어떻게 생활했는지 기록해두어야겠다. 자기 PR이 중요한 시대니... 먼 훗날 이 기록을 내 딸 서현이가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아침 7시 20분에 눈을 뜬다. 아무래도 우리 집이 아니라 그런지 자도 피로가 싹 풀리지는 않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가서 학교 갈 준비를 한다. 그러면 어느새 일어난 아내가 밥을 준비해준다. 간단한 즉석식품이다. 조리원에서는 음식을 직접 해 먹을 수는 없기에 나 같이 아내와 함께 지내는 아빠들은 대부분 즉석식품을 먹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조리원 식당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식사 시간대가 나와 맞지 않았고 즉석식품이 간편하기도 해서 애용했다. 사실, 난 아침밥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튼 밥을 먹고 직장으로 출근한다.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서현이 얼굴 한 번만 더 보면 좋겠다.'
직장과 조리원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8시 10분이면 학교에 도착한다. 일찍 도착해 그날의 수업 준비를 하고 하나, 둘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한다. 그렇게 수업을 시작한 뒤, 3시쯤 수업이 끝나면 업무 시작. 최대한 급한 것부터 처리하고 나머지는 미뤄둔다. 그래도 밀린 업무가 많아 금방 끝나지 않는다. 퇴근 후에는 일을 할 수 없으니 학교에서 최대한 일을 하다 6시쯤 퇴근해 집으로 출발한다.
집에 도착해서 씻고 다음 날 출근할 때 입을 옷을 골라 챙겨서 조리원으로 향한다. 조리원에 가까워질수록 내 얼굴을 밝아진다. 간간히 노래도 흥얼거린다. 잠시 후 만날 딸, 서현이가 생각나서 내 마음은 붕 뜬다. 차를 주차하고 승강기를 타면 또다시 옅은 미소가 내 얼굴로 퍼진다. 어디선가 서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역시 딸 바보.
미리 집 근처에서 사 온 밥을 간단하게 먹고 서현이와 놀아준다. 마치 며칠 떨어졌다 다시 본 것처럼 볼 때마다 아이는 조금씩 커있다. 정말 신기할 정도. 밤에 잘 때는 조리원 간호사에게 아이를 맡기고 잔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
이때가 좋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