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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Jun 04. 2020

형제자매가 필요한가요?

- 동생이 필요해


"아빠! 같이 놀자!"


딸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공룡을 꺼내 내 곁으로 오면서 말한다. 엄마가 공부하러 갔으니 놀 상대는 나뿐이다. 하지만 나도 그럴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19로 인해 일상이 망가지면서 방학 동안 미리 해두었던 업무를 뒤집어야 했다. 게다가 수시로 바뀌는 규정과 상황이 변함에 따라 바뀐 규정들이 똑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게 만들어 시간이 없었다.


'서현이랑 놀아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네...'


서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자 상황을 설명한다.


"서현아, 아빠가 서현이랑 정말 놀고 싶은데, 지금 할 일이 있어서. 조금만 혼자 놀고 있을래?"

"알았어. 조금 이따가 그럼 같이 놀자?"


다행히 이해심 넘치는 아이는 함께 놀기를 순순히 포기하고 거실 한쪽 구석에 모아 둔 공룡들 사이로 가서 논다.


'자, 빨리 일을 진행해볼까?'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아무래도 딸아이를 방치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그게 날 더 조급하게 만든다. 잠시 후 서현이가 나에게 다시 다가온다.


"아빠, 일 다했어? 나 심심해. 같이 놀자!"


불행하게도 아이는 이해심이 넘쳤지만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조급한 마음에 다시 거절을 한다.


"아빠 바쁘다니깐! 조금만 혼자 놀고 있어. 아빠가 금방 갈께."

"..."


결국 목소리가 커졌다. 사실, 금방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말하며 일한지 한 시간도 더 지났다. 아이가 심심해 하는 것도 당연하다. '놀아줘야해!'라고 머리는 생각했으나 실천하지는 못했다. 아이의 큰 눈망울에서 섭섭함이 느껴진다. 그 눈을 보고 갑자기 생각이 든다.


'내가 왜 일을 하지?"


나는 인생에 있어 '가족'이란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핑계로 가족에게 소홀한다면 과연 올바른 것일까? 너무나 쉽게 '안 돼!'라고 말하면서 소중한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럴 때는 아이가 한 명인 것이 미안하다. '만약 형제자매가 있었다면 덜 심심해하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친다. 얼마 전 10살짜리 조카와 너무나도 신나게 놀던 서현이를 보며 형제자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 아이와 잘 놀아주는 부모라 자부했지만, 비슷한 또래와 놀 때 서현이는 더 자신을 잘 드러냈다. 자신의 의견을 더 잘 드러내고, 설명했으며 즐거워 한 서현이. 커가면서 점점 더 그러지 않을까? 우리가 친구 같은 부모는 될 수 있겠지만,  친구가 될 수는 없다.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고민이 커지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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