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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Jun 10. 2020

[제3부] 서현이와 집에서 한 달(육아 초보의 적응기

- 자동차 사고와 액땜

4월 1일. 아내가 조리원에서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마치 만우절 장난인 것처럼 자동차 사고가 났다. 사고는 아내가 조리원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중에 발생했다. 내 직업의 특성상 학기 중에는 휴가를 쓸 수 없다. 정말 중대한 이유가 아닌 이상. 그래서 아내가 조리원에서 나와야 하는 오늘 내가 도와줄 수 없어 처갓집 식구들의 도움을 빌렸다. 처형이 운전을 할 수 있었기에 장모님과 함께 조리원에 방문했고 아직 나르지 못한 짐을 차에 실어 집으로 향했다. 내가 대부분의 짐을 전날 미리 집으로 옮겨두어서 금방 짐을 뺄 수 있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 조리원에서 우리 집까지는 차로 5분 거리였다. 집 근처에 위치한 산부인과를 선택하고 조리원도 그 산부인과에 속한 곳으로 계약했기에 거리가 멀지 않았다. 문제는 돌아오는 길, 그것도 횡단보도에서 발생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받고 정차해있는 처형의 차를 불법 유턴하던 선거유세 차량이 박아버렸다. 다행인 건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것과 사고처리가 깔끔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유턴하던 차량이다 보니 속도가 빠르지 않아 사고가 크지 않았던 것 같고, 사고처리가 깔끔했던 이유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거유세차량이 사고를 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소식을 듣고 해당 후보가 달려와 사과를 했고, 우리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액땜한 셈 쳤다.


이렇게 화려한 복귀 신고식을 겪으며, 아내는 귀가했다. 나도 이날만큼은 조퇴를 하서 육아를 함께 했다. 집에서 하는 육아는 또 다른 현실이었다. 초인종만 누르면 분유를 타 주던 조리원과 달리 이제 분유를 우리가 타야 했다. 물 온도를 맞추고 서현이가 먹을 양을 생각해 분유를 타서 줬다. 그리고 서현이가 분유를 다 먹으면 다시 젖병을 씻어 건조하고 모아놨다가 젖병 소독기에 넣고 소독을 시켰다.


'이런 반복적인 일을 계속해야 하다니!'


집에서 하는 육아 첫날부터 힘들었다. 밤에는 목욕을 시켜야 했다. 지금까지 목욕은 병원과 조리원에서 시켜줬는데 이제 우리가 해야 했다. 미리 사둔 아기용 욕조를 꺼내고 서현이가 추울 수도 있을 것 같아 방 온도를 충분히 올려줬다. 옆에는 욕조에서 나올 때 춥지 말라고 히터도 따로 켜 두었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목욕을 시작. 부부교실에서 아이 목욕시키는 법과 주의할 점을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실전은 어려웠다. 왜 신생아실에서 목욕시간만 되면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목욕을 안 하려고 울기 시작하는 서현이 모습이 안쓰러워서 못 시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형으로 연습하던 부부교실과 달리 실전이 되니 더 긴장되고 힘이 들었다. 아직은 목을 못 가누는 아이였기에 목을 잘 잡아주었고, 놀랄까 봐 조심조심 목욕을 시켜줬다. 목욕은 서현이 가제 수건으로 몸에 물을 묻혀가며 씻긴 뒤, 욕조에서 꺼내어 수건으로 몸에 묻은 물기를 제거해줬다. 이때도 항상 목을 조심하면서 했고, 추울 수도 있어 히터 앞에서 온도를 유지시켜줬다. 목욕이 다 끝난 후에 기저 귀하고 다시 속싸개로 감싸주면 끝!


하아, 이렇게 목욕까지 시켜서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했으나 조리원과 달리 밤에도 우리 부부가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현실은 걱정스러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리원에 있었던 2주 간의 시간이 참 편했던 것 같다. 그래도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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