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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Jul 08. 2020

유레카

- 환경 변화에 고생하는 서현이

아이에게 있어 환경변화는 아주 큰 스트레스 요인인가 보다. 서현이가 그랬다. 금요일에 조리원을 나와 앞으로 살 보금자리로 온 다음부터 대변을 보지 않는다. 


"왜 이러지?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닐까?"

"괜찮겠지. 환경이 바뀌어서 그럴 거야."

"그렇겠지?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닐 거야?"


우리 부부는 애써 마음을 다잡고 아이를 돌본다. 실제로 대변을 보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조리원에서 집으로 환경이 변화해서 그런 게 맞는 것 같다. 나도 장소가 바뀌는 것에 민감한 편인데 서현이도 비슷한 성격이 아닐까?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나 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상하다. 소변은 가끔 하는데 대변을 하지 않다니... 걱정됐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우리 부부라 서글프다. 조리원에서 생활할 때에는 하루에 기저귀를 열 장 넘게 사용하던 아이가 2일 동안 한 장도 쓰지 않아 더 걱정된다. 그저 하루빨리 대변을 보길 간절히 기도했다.


우리 부부의 간절한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인지 서현이가 토요일 저녁에 첫 대변을 봤다. 아내와 난 기저귀에 묻은 대변을 보고 환호성을 쳤다. 


"와! 서현이가 응가했다!"


살다 살다 대변이 반갑기는 처음이 아닐까?(아,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태어난 첫날, 태변을 기다릴 때도 있었다.) 서현이가 대변을 본 상황도 웃겼다. 대변이 안 나오니 걱정되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해결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뿡~”하는 작고 귀여운 소리가 들렸다. 아내와 내가 뀐 방귀는 아니라는 생각 해 서현이 기저귀를 살펴보니 드디어 그분이 오셨다.


“유레카~”


서현이의 응가에 세상을 다 가진 듯 웃는 우리 부부. 이제 어엿한 부모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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