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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Aug 04. 2020

공포의 불주사

-BCG 주사, '도장 주사'냐? '피내용 주사'냐? 

서현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몸무게는 4.2kg로 지난주보다 100g늘었고 예상했던 것처럼 신생아용 기저귀도 네 통을 다 썼다. 이제 미리 준비해두었던 소형 사이즈 기저귀로 변경했다. 모유는 80ml를 먹으면 부족해하는데 그렇다고 120ml까지 먹이면 역류를 해서 토하는 경우가 많아 중간쯤 먹이려 조절하고 있다.


얼마 전에 서현이 BCG 주사를 맞고 왔다. 일명 ‘불주사’라고 불리는 예방접종이다. 그런데 왜 BCG 주사를 ‘불주사’라고 부르는지 갑자기 궁금해 찾아봤다.(난 궁금증을 잘 참지 못하는 체질이다.) 그 결과 예전에는 주사기 하나를 가지고 여러 명을 접종하면서 바늘을 불에 달궈서 소독했는데 그로 인해 화상흉터가 남아서 예방 접종을 ‘불주사’라고 부르게 됐단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진짜 그랬다면 “으~”.


BCG 주사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먼저 예전에 우리 세대가 맞았던 일반적인 주사 예방접종이 있다. 이 방법은 ‘피내용 주사’라고 하며 주사 한 방으로 예방접종이 가능하다는 것과 확실한 접종 효과를 보장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이 예방접종 방법을 활용한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접종부위에 흉터가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 접종방법은 일명 ‘도장 주사’라 불리는 ‘경피용 주사’다. ‘도장 주사’라고 불리는 이유는 실제 도장처럼 생긴 주사기(?)를 활용해 도장 찍듯이 예방접종을 실시하기 때문이란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경피용 주사’로 접종을 많이 한다. 이 방법의 장점, 즉, ‘피내용 주사’에 비해 흉터가 적게 남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경피용 주사'는 도장을 찍듯이 주사를 맞으면 9개의 주삿바늘이 피부를 찌르고 주사액이 투입된다. 이렇게 분산된 주삿바늘과 주사액으로 인해 흉터가 덜 남는데 이런 ‘도장 주사’에도 단점은 있다. 바로 정확한 양의 주사액이 주입되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며 정확한 주사액이 주입되지 않았을 경우 예방접종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흉터가 덜 남는 것도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리 부부도 서현이에게 어떤 방법으로 예방접종을 시킬지 고민했다. 나는 효과가 확실한 ‘불주사’를 원했고, 아내는 흉터가 덜 남는 ‘도장 주사’를 원했다. 쉽게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출근을 한 나는 쉬는 시간에 몇몇 아이들과 의견을 나눌 기회가 생겨 이야기를 나눠봤다. 아이들은 나의 고민을 듣더니 자신들의 팔을 살펴본다. 


“어? 난 흉터가 하나 있네?”

“그래? 난 자국이 9개 있어. 엄마가 ‘도장 주사’ 맞혔나 봐.”

“난 왜 주사자국이 18개나 있는 거지?”

“선생님, 저는 예방접종 안 했나 봐요. 양쪽 팔에 흔적이 없어요.”


쉬는 시간에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팔을 살펴보며 예방접종의 흔적을 찾는다. 화장실을 다녀온 아이들도 내 주변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도장 주사’를 통해 예방접종을 한 아이들이 ‘불주사’를 활용한 아이들보다 많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어떤 애들은 부모님들께 ‘불주사’를 맞았다고 들었다는데 흉터가 거의 없는 애들도 있었고, 어떤 애들은 9개의 주사자국이 선명한 경우도 있었다. 심한 경우는 1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한 경우도 있었다. 여기서 난 의문이 들었다. 


‘팔에 1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남아있다면 ‘도장 주사’의 장점이 뭐지? 게다가 서현이가 내 피부를 닮았다면 흉터가 잘 남아서 오히려 보기 안 좋을 수도 있어.’


그래서 퇴근했을 때 아내에게 우리 반에서 내가 본 사례들을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간호사인 동생의 이야기도 전해줬다. ‘피내용 주사’가 더 확실한 효과를 줄 수 있어 주로 지인 간호사들은 ‘피내용 주사’로 예방접종을 했다는 동생 피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기 위해 세계 보건기구에서는 ‘경피용 주사’보다는 ‘피내용 주사’를 권장한다는 기사까지 찾아 보여줬다. 결국 우리 부부는 ‘피내용 주사’, 즉 ‘불주사’를 선택했다.(사실, 난 ‘피내용 주사’를 활용해 예방 접종했음에도 불구하고 흉터 자국이 없다. 어딘가 있을 수도 있지만 찾지 못했다. 서현이도 그러지 않을까?)

 

아내와 대화를 통해 예방접종 방법은 정했으나 문제는 실제 예방 접종하기가 까다롭다는 것이었다. 그냥 병원에 가서 “‘피내용 주사’로 예방 접종해주세요.”라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백신’이 부족하다고 한다. 게다가 일반 병원은 ‘경피용 주사’를 주로 취급하고 있었다. ‘피내용 주사’를 접종하기 위해서는 보건소에 전화해서 미리 예약을 해야 했다. 별 수 없이 예약 후 전화를 기다렸다. 그리고 연락이 와서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평일에 예약이 잡혀 나는 예방접종 과정에 함께하지 못했다. 퇴근 후 아내에게 물어보니 주사를 맞을 때 거의 울지 않았다고 한다. 주사가 아팠을 수도 있는데 용감하게 맞았다니 너무나 대견했다. 아이의 상태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보통 예방 접종한 날은 많이 아프다던데 내가 퇴근했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아 보였다. 


문제는 그날 밤부터 시작됐다. 서현이의 표정에서 힘이 없다는 게 느껴졌다. 또 분유나 모유를 먹여도 토하기 시작했다. 예방접종의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아이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괴로웠다. 내가 대신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왜 주위에서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아이가 아프면 너무나 마음 아프다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대신 아파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의 아이가 토하고 힘없이 울어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운 마음. 이게 바로 부모 마음인 것 같다. 아무튼 토를 세 번 정도 하고, 역류는 수차례 한 서현이. 아내 혼자 이런 상태의 서현이를 돌보기는 어렵다. 다행인 것은 예방접종 다음 날이 선거날이어서 육아를 함께 할 수 있었다.(사전선거에 참여한 자의 여유랄까?)


예방 접종 당일에는 서현이 목욕을 못해줬다. 주사 맞은 날은 목욕을 하지 말라고 해서 손수건에 물을 묻혀 지저분한 곳만 간단히 닦아줬다. 그리고 다음 날 밤에 목욕을 시켜줬는데 평소와 달리 힘없이 축 쳐져 있는 서현이의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 차라리 하기 싫다고 떼라도 쓰면 나으련만. 저항할 힘도 없이 쳐진 모습을 보니 가슴 한 편에서 슬픔이 올라온다. 문제는 목요일에 예방접종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이다.(신생아는 맞아야 할 예방접종이 참 많다.) 서현이 상태가 별로인 것 같아 취소할까도 고민했으나 목요일에 상태가 조금 호전된 것 같아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B형 간염 2차 접종’이었는데 그나마 이것은 그렇게 독한 것이 아닌지 서현이의 몸 상태가 더 나빠지진 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서현이의 기분이 BCG 접종 전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 다행이라 느꼈다.


예방접종,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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