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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Dec 09. 2020

(D-???) 무엇을 하고 놀까?

-아이의 경험 확장하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오전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는데 서현이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서현이에게 인사를 하기도 전에 서현이 입에서 나오는 말!


"아빠, 우리 물 깨끗하게 하는 것 해보자!"


순간 웃음이 나온다. 동시에 어젯밤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상황은 잠이 들기 전 아이가 책을 읽을 때 발생했다.


아내: 이거 보이지? 빗물과 오염된 물들이 모여서 큰 거름망을 거치고, 작은 거름망을 거쳐. 그 과정에서 생기는 쓰레기들은 나중에 매립장으로 가져가서 매립되고, 나머지 물들은 거름장치를 통해서 점점 깨끗하게 돼!

서현: 그래? 신기하다.

나: 서현아, 너 오염된 물이 깨끗해지는 과정을 보고 싶어?

서현: 응!

나: 그러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번 해보자.


이런 대화를 나눴는데 그걸 서현이가 자고 일어나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다. 화장실 가겠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나에게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보자고 하는 서현이. 아이가 무언가에 꽂힌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인 것 같다.


어쨌든 아이와 한 약속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지키는 것을 신조로 여기는지라, 준비를 했다. 아내가 밥을 준비하는 동안 나와 서현이는 실험을 준비. 일단은 집에 어떤 준비물이 있는지 살펴보고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봤다. 대략적인 모습만 보여줘도 아이에게는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기에 몇몇 준비물을 챙기고 다시 한번 어제 보았던 책을 읽어줬다. 그리고 실험 시작!


물이 걸러지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장비가 있으면 좋으련만, 집에는 준비물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있는 재료로 만족하기로 했다. 

준비물: 페트병, 흙, 돌, 마스크, 드립 커피 거름망, 고무줄!


먼저 페트병을 잘라 뒤집고 커피 거름망을 바깥에, 안쪽에는 마스크를 부착했다. 그리고 흙과 돌을 이용해 거름장치를 마련했다. 모래와 숯이 있으면 더 좋으련만, 갑자기 집에서 그런 것들을 구할 수는 없었기에 일단 저런 재료를 활용해 거름장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물이 정화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몇몇 쓰레기와 흙 등을 활용해 오염된 물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최대한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하면서 체험해보게 하는 것이 중요! 서현이는 흙탕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대략적인 정수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서현이가 만든 물을 우리가 만든 정수장치에 넣으니 조금 이따 물이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진다. 그걸 보고 서현이가 말한다.


"와~. 깨끗한 물이 나온다."


서현이는 정수장치를 통과한 물을 보며 신기해했다. 물론 장치가 미흡하기에 물의 색이 다소 갈색을 띠고 있었는데 이걸 알려주기 위해 휴게소에서 함께 보았던 중수도 이야기를 해줬다.


나: 서현아, 지난번 행담도 휴게소에서 봤던 화장실 물 기억나?

서현: 응!

나: 그때 물 색깔이 어땠어?

서현: 갈색이었어.

나: 그때 아빠가 뭐라고 했어?

서현: 한 번 사용한 물을 다시 사용해서 색이 그런 거라고 했어.

나: 잘 기억하고 있네. 그때 우리가 본 물도 이런 정수과정을 거치면서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다시 사용하는 거야. 그리고 지금은 숯이랑 모래가 없어서 활용을 못했는데 숯을 활용하면 몸에 안 좋은 물질을 걸러주는 효과도 있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침이 준비되어서 아침 먹기 시작. 하루를 아이와 함께 보람차게 시작한 것 같아 좋았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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