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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Dec 10. 2020

(D-???) 아이=부모? 서현이가 처음 받은 상

-괜히 올라가는 내 어깨


다시 코로나-19 2단계로 격상됐다. 아니, 한 걸음 더 나가서 2단계+@란다. 2단계도 아니고, 2.5단계도 아닌 2단계+@는 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다시 어린이집이 긴급 보육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별 수없이 육아시간을 써서 일찍 아이를 하원해야 했다. 


오늘도 평상시와 동일하게 부랴부랴 일을 끝마치고 육아시간을 써서 조금 일찍 서현이를 데리러 갔다. 아이를 하원하러 왔다는 것을 알리고 밖에서 대기하는데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멀리서 서현이의 신난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뭐가 좋아서 저리 신났을까?'


얼마 후 문에 도착한 서현이 손에 무언가 들려있다. 자세히 보니 트로피와 상장. 어린이집에서 트로피와 상장주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궁금해하니 선생님이 설명해 주셨다.


"서현이가 수원시 국공립 어린이집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았어요."


선생님의 설명에 더 신이 난 서현이는 나에게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아빠, 내가 그림을 잘 그려서 트로피 받았다~. 상장도 있어!"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린이집에서 상장 준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다 준 것이라 생각했다. 학교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졸업하는 모든 아이에게 상장을 주듯 어린이들을 칭찬해 주기 위해 다 준 것이리라. 어쨌든 뿌듯해하는 서현이를 칭찬해 주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내가 이야기한다.


"어? 어린이집 공지사항에 상장을 3명 받았다고 하더니 진짜 받아왔네?"


???3명? 어린이집 규모가 50명쯤 되는데 3명밖에 못 받았다니! 게다가 아내가 보여준 공지사항을 보니 최우수상은 2번째 상이었다. 갑자기 내가 상을 받은 듯 어깨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동시에 나오는 "라떼는~"


"캬~. 내가 어릴 때 미술대회에서 상 좀 받았었잖아. 나도 어린이집에서 보령시 대표 상 받은 적 있어. 그리고 초등학교 때 학교 대표로 미술대회에 자주 나가기도 했고. 그뿐인가? 중학교 때에는 미술 선생님이 미대가라고도 했다니깐? 교대 때 미술 학점은 또 어떻고!..."


분명히 상을 받은 것은 서현이인데 괜히 내가 자존감이 올라가는 게 아닌가? 아이가 잘하는 것이 있으면 부모가 동일시한다더니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내는 그런 나를 보며 웃다가 서현이의 모습을 사진 찍어 가족 단독방에 올렸다. 곧이어 울리는 전화벨, 우리 엄마였다.


"어머! 그게 무슨 상이야? 그래? 좋겠네? 네 남편도 어릴 적에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아서..."


누가 우리 엄마 아니랄까 봐 내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다시 하는 엄마를 보며 웃겼다. 동시에 3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일을 기억하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엄마를 보며 부모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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