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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Feb 04. 2021

가슴 아픈 짝사랑

서현 1787일, 서아 13일

아내와 번갈아가면서 밤에 육아를 하고 있다. 보통 아내가 오후 10시 30분-11시까지 서아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동안 나는 서현이를 데리고 8시에 잠든다. 그리고 10시 30분쯤 서아가 우는소리에 나도 일어나서 서아를 함께 돌보고 아내가 자러 들어간다. 그럼 내가 다시 서아를 돌보며 이것저것을 하고 다음(보통 새벽 2시쯤)에 배고파 울 때까지 서현이를 돌보다 다시 잠들면 나도 자러 간다. 이후는 아내 차례로 새벽 4시부터 5시 사이에 서아가 일어나면 아내가 일어나서 돌본다. 그러다 관리사분 오시면 아내는 서아를 먹이고 자러 가고 나는 서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며 나간다. 이런 일상이 반복...


이렇게 육아를 맡아서 하니 아직까지는 피곤함이 덜 느껴진다. 사실 첫째 서현이 때는 어찌할 줄 몰라 하며 우리 둘 다 일어나서 붙어있었다. 둘 다 육아 초보기에 둘이 한다고 크게 효율적이지는 않았지만 둘 다 일어난 이유는 그냥 누구 하나가 쉬기에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 큰 것 같다. 둘 다 일어난 결과는 체력 방전. 그로 인해 다투기도 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둘째라고 덜 그런다. 물론 한 사람이 붙어있어도 너무 크게 서아가 울면 다른 한 사람도 일어나 함께 돌보지만 그렇지 않은 한 상대방을 믿고 그냥 잔다. 그래야 오래 버틴다는 것을 알기에. 어차피 20대 때의 팔팔했던 체력이 아닌 이상 곧 내 체력은 바닥날 것이다. 바닥날 체력이라면 최대한 아이가 통잠을 잘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 그게 우리 모두 사는 길이다...? 갑자기 거창해진듯한.


어쨌든 새벽 2시 30분 서아를 먹이고 닦인 뒤 재웠다. 그리고 들어가서 서현이 옆에 누웠다. 잠든 서현이 모습은 꼭 천사 같다. 아마 잠든 아이의 모습이 가장 예쁘다는 것은 모든 부모가 공감할 것이다. 이 세상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할 수 없는 예쁜 서현이의 모습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소곤댔다.


"서현아~. 아빠가 사랑하는 거 알지?"


 이 목소리를 잠결에 들은 것인지 서현이가 손을 뻗어서 내 목을 감싸줬다. 서현이가 내 마음을 알고 이렇게 행동해 주는 것일까? 너무나 사랑스러운 서현이의 행동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으이구~ 이쁜 딸" 하며 나도 서현이를 안아주려 하는데,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끙~."


하아... 그럼 그렇지. 서현이가 옆에 내가 와서 조금 깬 건지 기지개를 펴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였다. 그것도 모르고 난... 난... 설렜다. 우리 딸은 내가 이러는 걸 알까? 가슴 아픈 짝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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