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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Feb 19. 2021

나도 가족을 위해 쓰고 싶어!

-어느 새 부쩍 자란 아이의 마음

서현이와 함께 빨래를 갠다. 어릴 때부터 서현이도 가정일을 함께 하도록 교육해서 이제는 당연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일을 수행한다. 우리 집에서 서현이가 맡은 일 중 하나가 바로 수건류 개기! 수건류 개기는 간단한 일의 반복이기에 서현이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예쁘게 개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소근육 발달도 가능하기에 좋은 집안일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집안일을 수행하면 이를 금전적인 이득으로 연계시켜 금융교육도 함께 하고 있기에 교육적으로도 좋다.


오늘도 서현이와 함께 빨래를 개고 돈을 줬다. 아, 물론 가짜 돈이다. 서현이도 가짜 돈인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돈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안다. 잃어버릴 것 같아 가짜 돈을 만들고 그걸로 주고 있는데 뭔가 모은다는 것이 좋은지 계속 모으려 한다. 이렇게 모인 가짜 돈은 일정량이 모이면 진짜 돈으로 바꿔준다. 이때 일정 비율로 바꿔주는데, 이는 나중에 환율 개념을 지도하기 위함이다. 


돈을 주면서 지금까지 모은 가짜 돈이 얼마인지 세어보게 한다. 이는 돈을 제공할 때마다 반복하는 일인데,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돈을 세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이때, 돈을 세는 일이 뭐 어렵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아이들은 돈의 단위가 바뀌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가 늘어남에 따라 백 원, 이백 원, 삼백 원... 이렇게 셀 수 있는 아이들도 100원짜리 10개가 1,000원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100원짜리와 1,000원짜리가 섞인 돈이 얼마인지 세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서현이. 그래도 요즘은 오랜 기간 반복해서 그런지 제법 잘 센다.



돈을 세고 난 뒤, 진짜 돈도 세어봤다. 내가 잔돈이 생겼을 때나, 가짜 돈을 진짜 돈으로 변경했을 때 서현이 지갑에 돈을 넣어두는데(액수가 큰 건 서현이 명의의 통장에 넣어둔다.) 벌써 5만 원 가까이 모여있었다. 금액이 큰 것 같아 서현이에게 물어봤다.


나: 서현아~. 돈이 벌써 5만 원 정도 모였네. 많이 모았다!

서현: 아빠, 그럼 쿠우쿠우 갈 수 있어?

나: 흠... 쿠우쿠우에 우리 식구가 모두 가려면 5만 원 조금 넘게 필요하니까 조금 있으면 갈 수 있겠다.

서현: 그래? 그럼 우리 쿠우쿠우 가야겠다. 내가 사줄 수 있겠네?

나: 서현아, 그건 네가 힘들게 모은 돈이니까 널 위해서 써!


이렇게 말했더니 서현이가 대답을 했는데 너무 감동이었다.


"아빠, 나도 가족을 위해 쓰고 싶어!"


순간 무한한 감동을 느꼈다.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성장한 것이지? 나만 생각하던 아이가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몫을 나누고 싶다 말하는 것을 보니 그동안 아이를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맛에 아이를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도... 


이처럼 아이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성장해서 부모를 종종 놀랜다. 하지만 이런 성장이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조금씩 조금씩 단풍이 물들듯 성장하는 아이는 어느 날 나뭇잎이 모두 물든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성장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아이를 양육하는 모든 순간순간 노력해야하는 것 아닐까?


가족을 위하는 마음을 지닌 서현이를 보며 서아도 이렇게 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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