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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Dec 29. 2016

마음과 운동

농구를 통해 난 어떻게 회복탄력성을 길렀는가?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유베날리스(로마시대 시인)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구절인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은 얼핏 보면 건전한 정신을 위해서 신체를 단련하라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 유베날리스가 로마시대 때 사용한 문맥상으로는 '운동만 하지 말고 책좀 읽어라!'라는 의미에 가깝다고 한다. 


건강한 신체라 함은 지치지 않는 체력과 강인한 힘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정신'에 관련해서는 생각을 전개하는 것이 조금 더 흥미로웠는데, 건전한 정신이라 함은 건전한 '마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는「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된다」라는 글을 쓰기도 했는데, 이 글에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하고 우리 행동의 대다수의 것들이 결국 마음에서 시작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따라서, 결국 생각은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마음이 깃든다"라는 이야기로 흘러갔다. 최근 회복탄력성에 대해 접하고 생각을 하면서 내 '마음'이 운동을 통해서 단련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점심시간 축구에서 나는 공격수였다. 말 그대로 '공격'만 하는 공격수였던 나는 상대 진영에서 상대방 골키퍼와 수다를 떨고 있다가, 공이 하프라인을 넘어오면 크로스가 넘어오기를 기다렸다가 헤딩을 해서 골을 넣거나 남들이 다 돌파해서 준 공에 마지막 터치 한 번만을 더하여 득점을 만들었다. 세리머니 하나는 또 기가 막히게 잘 했는데, 유럽 각종 유명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다 보여줬던 것 같다. 길게 이야기했지만, 짧게 얘기해서 축구를 하면 난 받아먹기만 했었다.


뛰다가 힘들면 쉬고, 조금이라도 몸이 아프면 교체하고, 운동선수가 가진 '악바리', '근성'과 같은 것은 '이웃 사랑'이라는 나의 겉 보이기 식 관념에 이미 합리화된 지 오래였다.


난 구기종목을 좋아했었는데, 농구도 비슷했던 것 같다. 수비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떻게 멋진 득점을 만들어낼지에만 생각해서 공격 연습에 매진했었다. 스핀무브를 비롯해서 스텝 연습과 슈팅 연습이 대부분의 연습을 차지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아가 대학을 졸업하면서, 난 농구를 진짜 좋아하게 되었다. 연습도 열심히 하고(시간 투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줄어들어갔지만), IQ, EQ를 비롯해 소위 BQ를 키우려고 수많은 전술 책과 동영상을 보았다.


이전의 나와, 농구를 진짜 좋아하는 나를 비교했을 때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내가 직접 운동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었다.


1. 나 혼자서는 구기종목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을 믿고 신뢰한다. 그래서 '이기고 싶다'는 열망은 '함께 이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마음은 내게 '패스'하게 만들었는데, 재밌는 것은 이 패스가 타인에 대해 '신뢰'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는 것이다. 내 앞엔 수비수가 있고, 내 동료는 비어있는 경우, 특히 나는, 그 동료를 믿지 않고선 패스를 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타자'를 믿어야 함을 깨달았다. '타자'를 신뢰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보냈을 때, 그 믿음과 신뢰는 내게 그대로 돌아옴을 경험했다.


2. 나보다 더 잘하는 동료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대부분 보이지 않는 궂은일)을 찾아 돕는다. 남이 아무리 잘해도 '뭐 잘해봤자 얼마나 잘한다고, 내가 더 잘해'라고 생각하던 게 어렸을 때라면, 이젠 우리 팀의 그 잘하는 동료가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게 소위 궂은일(남의 눈에 잘 안 띄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기쁘게 하게 되었다. 내가 희생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꼭 내가 언제나 주인공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둔감한 사람은 궂은일 한 사람을 잊어버리지만, 이와 관련해 민감한 사람은 반드시 알 수밖에 없다.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반드시 내가 이를 눈치챘을 때 그 사람에게 칭찬 혹은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함을 배우게 되었다.)


3. '우리'가 이기려면 내가 힘들다고 쉬고 있을 수 없다. 내가 힘들어도 내가 한 걸음 더 움직여야 한다. 어렸을 땐 내 몸이 아프고, 체력이 떨어지면 즉시 휴식을 취했다. "아 난 더 못 뛰겠다"와 같은 이야기를 하며. 그런데, 내가 힘들면 남들도 다 힘들 다는 사실과, 내가 힘들 때 한발 더 뛰어야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승부욕'이고 '근성'이며 최근 뇌과학에서 주목받고 있는 '회복탄력성'인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한 걸음 더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힘은 결국 구기종목의 경험에서 길러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4. 내가 말하는 칭찬 한 마디가 우리 모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져다준다. "파이팅 파이팅" 혹은 "나이스 수비"라고 외치는 한 마디가 생각보다 육체적으로 힘든 그 순간 사람들로 하여금 한 걸음 더 뛰고 한 번 더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정하는 말'이 특히 중요한 나의 개인적인 특성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가 힘든 상황에 해주는 칭찬 한마디, 특히 구기 종목 운동 중에 서로 이야기하는 칭찬 한 마디가 얼마나 힘이 나는지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모를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운동은 내게 생각보다 많은 선물을 준 것 같다. 다시 표현하면, '운동'하는 경험을 통해 그리고 나의 기억 자아를 사용해서 나의 운동하는 과정 가운데 있었던 기억을 '스토리텔링'방식으로 기억해내면서 나는 끊임없이 성찰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배워나갔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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