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참 예쁘네요"
어떤 것에 대해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시도가 많다는 것은 사실 우리가 그 대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정의'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하는 학자들이 너무나 많지만, 사실 우리는 '정의(Justice)'의 완벽한 정의(Definition)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정의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숟가락에 대해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그리 많지 않다. 이미 숟가락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확실한 정의가 있기 때문이다.
설명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언어'를 통한 설명이다. 책이나 말을 통해서, 그리고 최근에는 동영상을 통해서 그 설명이 이어진다. 언어를 통한 설명이 잘 되지 않을 때, 우리는 '비언어적' 설명을 사용한다. 엄밀히 말해서는 내용은 '언어'로 갖지만, '비언어적' 형식을 가지고 표현하려 노력한다. 예술은 대표적인 '비언어적' 형식이다. 노래가 그렇고, 음악이 그러하며, 시가 그렇고, 소설이 그렇다.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은 끊이지 않는다.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표현하려고 했던 것들 중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사랑'을 꼽겠다. 지금 음악차트에 가서 1위부터 100위까지의 곡들을 찾아보시라. 많은 곡들 중 '사랑'에 관한 노래가 거의 대부분이다. 도서관에 가보시라. '사랑'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는 책들이 도서관에 수두룩하다. 책방 시집 코너에 가보시라. 수많은 시들도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에 대한 설명은 이곳저곳 넘쳐난다. 심지어 우리네 대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다. 하지만, 사실 '사랑'에 대해 확실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 같다. 아무리 사랑을 깊이 해본 사람도, 많이 해본 사람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어렴풋이 설명을 시도하는 것뿐이지 완벽한 설명을 하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많은 노래들, 많은 책들, 많은 시들이 사랑을 설명하려 하는 것이 아닐까? 흥미로운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인 '성경'에서도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요한일서 4:7-12
7.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 8.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9.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 10.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11.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12.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어지느니라
요한은 말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God is love)", 그리고 그 사랑이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사 예수 그리스도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리곤 예수 그리스도를 보냄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이 신비를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느냐만, 결국 '성경'을 읽는 가장 주요한 목적(혹은 바람) 중 하나는 하나님과 그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알아가며 결국 '사랑'에 대해 아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이 어떻게 차원이 다른 신(하나님)을 알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다 알 수 없는 '사랑'에 대해서 끊임없이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랑은 '진리'와 맞닿아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설명은 어렵다.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우리들은 끊임없이 사랑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작년 겨울, 읽던 글에서 '사랑'에 대한 설명 중 마음에 와 닿는 표현을 발견해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놓은 적이 있다. 일본의 소설가 나츠메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에 영어교사로 잠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직설적인 사랑 표현이 금지되어 있던 당시 영어 수업시간에 "I love you(사랑해요)"라는 표현을 "달이 참 아름답네요"라고 번역하게끔 가르쳤다고 한다.
그 어떠한 설명보다, 그 어떠한 표현보다 마음에 와닿았다. '이보다 더 사랑을 잘 표현해주는 것이 있을까?'
지금 창문을 열어 달을 보시라. 오늘 달이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