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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Feb 26. 2018

"나는 가장 낮은 사람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내 마법의 주문

나는 가장 낮은 사람이다


사실 더 과격한 제목을 붙이고 싶었다. "나는 멍청이다"라던가, "나는 병신이다"와 같은 제목 말이다. 하지만, 가장 순화된 표현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나는 가장 낮은 사람이다."


영어 표현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표현이 있다. 바로 'Deserve'라는 동사다.

~를 가질만 하다 / ~에 합당하다 / ~에 조건이 되다

미국에서 생각보다 많이 듣게 됐던 이 단어는 실생활에서 정말 많이 쓰였다. 예를 들어, "I deserve this snack, because I worked so hard(난 열심히 일했으니까 이 간식을 먹을 자격이 있어)"라던지, "He deserves more than this amount of money(그 사람은 이 월급보다 더 많이 받을 자격이 있어)"와 같은 표현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얼마나 화가 나는 상황들이 많은가! 그런데 그때마다 나는 그 화 뒤에 한 가지 혼잣말이 따라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얻다 대고 /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 지 주제에 / I deserve better than this'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많은 순간들 중 대부분은 나 자신의 가치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인정받지 못했을 때였던 거 같다.


욕을 먹는다던지, 안 좋은 이야기를 듣는다던지, 불쾌한 언행이나 행동을 받는다던지 등등은 모두 나를 기분 나쁘고 화나게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분노와 불쾌감은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생겨나는 거 같다.


나는 화를 내고 싶지 않았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삶의 목적으로 산다고 하면서 어떻게 화를 내고 성질을 떳떳하게 낼 수 있단 말인가. 내 안 좋은 감정을 가감 없이 상대방에게 표현했을 때 그 감정은 상대를 다시금 기분 나쁘게 하고 그것은 또다시 나에게 오는 칼날이 될 뿐이었다.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놀라운 사실은 내 마법의 주문이 되었다.

"나는 제일 낮은 사람이다"


내 가치가 무시받아서 화가 나는 순간, 혹은 기분이 나빠져 상대방의 기분도 어떻게 상하게 만들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속으로 "나는 제일 낮은 사람이다"를 외친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난 병신이다!!'를 외치곤 한다)


그러면 정말 거짓말같이 화가 줄어든다. 내 가치는 이미 창세부터 정해진 것이기에 상대의 행동과 말이 내 가치를 정하지 않게 된다. 그리곤 생각한다.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상대를 섬길 수 있을까? 어떻게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을까?


그렇게 내적 갈등이 시작되고 마음속에 사랑이 찾아온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난 백이면 백 실패하여 상대방의 기분을 아주 기가 막히는 방법으로 상하게 만들고, 속으로 저주하게 된다.


현대 심리학, 정신병리학을 비롯해 수많은 서적들은 '네 마음대로 해!'를 외친다. 더 이상 상대방을 배려해서 네 감정을 상하게 하지 말고 너도 화가 날 때 화를 내고, 감정을 표현하라고 한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내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있는데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서 참는 것을 생각해보면 난 도저히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 방법보다는 예수님이 택하셨던 방법인 자신을 낮추는 방법이 더 크리스찬적인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의 가치가 점점점 커져가는 사회 속에서 '나'를 인다는 것은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 이집트에서도, 로마시대에서도 하나님의 백성들과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의 역할을 맡아왔다. 이젠 우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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