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쉽게 알아보기: 자신이 만든 법으로 국회의원은 처벌받을 수 있을까
I. 序
어렸을 적, 저녁 9시 아버지와 함께 거실에 앉아 TV를 볼 때면 빼놓지 않고 나오던 장면이 있었다. 바로 싸우는 장면이었다. 내가 어렸을 당시에는 술 한잔도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방송에 나오고, 폭력적인 외국 영화의 장면도 편집되어 나올 정도로 TV에서 싸우는 장면을 보기 어려운 때였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는 놀라운 일이다. 싸우는 장면은 꽤나 자주 나왔는데 그것도 1:1로 싸우는 복싱 경기나, 태권도 경기가 아닌 소위 집단 난투극 장면이었다. 고함소리가 브라운관을 통해 우리 집 거실을 울렸고, 찢어진 옷과 떨어진 단추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장소는 여의도. 바로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의 난투극이었다.
그래서 우리 국회는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폭력 국회', '국 k-1', '동물 국회', '난장판 국회'라는 이름을 가졌었다. 이는 먼 옛날의 일이 아니다. 불과 10년 전, 20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2012년 「국회법」을 개정함에 따라 이러한 행위가 추후 처벌받을 수 있게 된 이후 국회에서의 낯 뜨거운 모습들은 잠잠해졌다.
이렇게 국회에서의 싸움과 점거 등 신체적 위력 행사가 잠잠해지는가 싶었으나, 요 며칠 국회는 10년 전,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신속처리대상안건(이하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하여 국회에 큰 소동이 벌어졌다. 여야 4당 합의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한국당이 신체적 위력과 점거를 행사했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심지어 아르바이트를 하나 할 때에도 필요한 것이 바로 '이력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으로만 생각하는 명문대학교, 해외 유학, 대기업 등등의 수많은 빛나는 이력을 보고 싶다면, 바로 국회의원들의 이력서를 보면 된다. 인터뷰에서 아무리 우스운 소리를 하는 것 같은 의원도 실제 이력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각종 명문대학교의 학사, 석사, 심지어 박사학위까지... 이렇게 많이 배우고, 명석하며, 똑똑한 사람들은 도대체 왜 주먹질을 하고, 밤새 텐트를 치고 문 앞을 막으며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들의 행동은 합법일까? 불법이라면 이들의 행동은 추후 처벌될 수 있는 것일까?
II. 국회에서의 폭력 혹은 점거행위
1. 배경
우리 국회는 극소수의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당'에 소속되어 있다. 그래서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뭉치게 된다. 다수의 의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법을 통과시키려고 할 때, 이에 반대하는 소수 세력이 이를 막기 위해 폭력을 불사하는 것이 대부분의 국회에서 일어나는 싸움의 배경이다. 많은 이들이 이승만 대통령의 사사오입개헌(四捨五入改憲)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소위 '날치기' 입법을 막기 위함이다. 이제는 날치기 입법이라는 단어를 당의 이익을 위해 너도나도 사용하긴 하지만, 이러한 폭력 혹은 점거를 행사하는 입장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행위의 대다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있는 본회의장에 위치한 국회의장석을 점거하기 위한 싸움인데, 이는 법안 통과를 위해 표결을 한 이후 국회의장이 의장석에서 표결을 선포하는 것이 법률로써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의 싸움에서 항상 나무로 된 탁자를 올라타는 장면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국회법」 제113조(표결 결과 선포) 표결이 끝났을 때에는 의장은 그 결과를 의장석에서 선포한다.
2. 국내 사례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의장석을 놓고 대치하는 소위 공성전은 그것을 다 세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많이 발생해왔다. 대다수의 경우는 국회법 제113조를 이용한 폭력 혹은 점거행위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1996년에는 유리컵으로 상대 국회의원의 머리를 3차례 가격하여 상해를 입히는 사건도 발생했던 바 있다. 해당 국회의원은 4선 의원(4차례 국회의원으로 당선)으로 아직도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3. 국외 사례
놀랍게도 이러한 국회에서의 폭력이나 위력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를 영어로는 Parliament Brawl 또는 Legislative violence라고 부르는데, 외국 각국에서는 몇몇 정말 발전된 민주국가를 제외하고는 많은 폭력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졌던 국회의원 간의 주먹다짐은 우리나라 뉴스에 보도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일각에선 우스갯소리로 크로아티아와 같은 국가는 전문 격투기 선수가 국회의원으로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고 말한다.
III. 「국회법」의 개정 (국회선진화법)
2012년, 국회는 밝은 내일을 위해서 과거의 오명을 버리고 폭력이나 위력 없는 국회로 새롭게 나아갈 것을 주창한다. 그것이 바로 언론에서 주야장천 이야기하는 '국회선진화법'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무리 법전을 펼쳐도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이 말하는 국회선진화법은 「국회법」의 2012년 개정안을 의미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느냐 마느냐를 두고 다투던 때에는 이를 '몸싸움 방지법'이라고 불렀다. 한때 매일 뉴스를 뜨겁게 달궜던 국회 선진화법, 소위 몸싸움 방지법은 찬성 127, 반대 48, 기권 17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개정안이다.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의장 직권상정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장시간 발언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필리버스터 제도를 담고 있다. 또한 재적의원 과반 요구와 재적 5분의 3 이상 의결을 통해 신속처리 안건을 지정하면 최장 270일 안에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했다.
다음은 국회에서 명시한 제안이유 및 제안 경위를 살펴보자. 국회는 이 법안의 제안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국회에서 쟁점 안건의 심의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건이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심의되며, 소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심의되도록 할 필요가 있음; 또한 예산안 등에 대하여는 법정 기한 내 처리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한편, 의장석 또는 위원장석 점거 금지 등으로 국회 내 질서유지를 강화하는 등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국회를 구현하려는 것임.
개정의 주요 내용은 「국회법」 145-148조, 155조, 165-166조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각 항목은 국회 질서와 경호, 징계, 국회 회의 방해 금지 등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중 읽어볼 수 있도록 이번 사태에 적용될 수 있는 몇 가지 법의 전문을 첨부한다.
제145조(회의의 질서유지) ①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서 이 법 또는 국회규칙에 위배하여 회의장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에는 의장 또는 위원장은 이를 경고 또는 제지할 수 있다.
제146조(모욕등 발언의 금지)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없다.
제147조(발언방해등의 금지) 의원은 폭력을 행사하거나 회의중 함부로 발언 또는 소란한행위를 하여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할 수 없다.
제148조의3(회의장 출입의 방해 금지) 누구든지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하여 본회의장 또는 위원회 회의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66조(국회 회의 방해죄)
① 제165조를 위반하여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의 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65조를 위반하여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사람을 상해하거나, 폭행으로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폭행 또는 재물을 손괴하거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IV. 2019년 4월「국회법」 위반 사태
1. 배경
2012년, 국회는 자신들이 막고 싶은 법이 있는 경우 더 이상 폭력이 아닌 '필리버스터'를 이용하기로 국민들과 약속했고 이를 통해 이후 공성전을 막불케하는 폭력사태는 많이 잠잠해졌다. 하지만, 2010년 중반을 지나가면서 국회의원 간 혹은 정당 간의 충돌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집단이 거리로 나와 거리에서 충돌하는 일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국회에서의 싸움과 점거 등 신체적 위력 행사가 잠잠해지는가 싶었으나, 요 며칠 국회는 10년 전,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신속처리대상안건(이하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하여 국회에 큰 소동이 벌어졌다. 여야 4당 합의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한국당이 신체적 위력과 점거를 행사했기 때문이다. 평소 집권여당에 호의적이지 않던 언론들도 이에 대해 일제히 보도했을 정도로 이는 심각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송기헌 의원과 '한국당 불법행위처벌을위한 고발추진단장' 이춘석 의원, 강병원 원내대변인, 현근택 변호사, 장현주 변호사는 이날 한국당 의원 18명을 포함한 총 20명을 국회법 제165조 및 166조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 관련 조항
앞서 잠시나마 소개했던 국회법 제165조는 국회 회의 방해 금지에 관한 조항이며, 166조는 국회 회의 방해 목적으로 회의장 혹은 그 부근에서 일어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 또는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와 관련된 조항이다. 특히 제166조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제165조(국회 회의 방해 금지)
누구든지 국회의 회의(본회의,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의 각종 회의를 말하며,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를 포함한다. 이하 이 장에서 같다)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66조(국회 회의 방해죄)
① 제165조를 위반하여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ㆍ감금, 협박, 주거침입ㆍ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65조를 위반하여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사람을 상해하거나, 폭행으로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폭행 또는 재물을 손괴하거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그 밖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ㆍ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것이 굉장히 큰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 「공직선거법」 제19조의 존재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국회법 제166조를 위반하여 1)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 확정 후 5년 내; 2) 집행유예 확정 후 10년 내; 3) 징역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10년내인 시민에 한해 피선거권을 상실하게 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피고발자 20명 모두가 피선거권을 잃어 정계에서 떠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모든 언론들과 정치계는 이 사태를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과연 이들 의원들 및 관련인들이 해당 조항을 어겨가며 불법행위를 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간단히 이를 소개하고 검토해보겠다.
3. 검토
조문과 현 상황만 보아서는 명백한 「국회법」 위반으로 보인다. 먼저, 한국당 의원들의 구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당 의원들은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을 분명히 가졌다. 또한, 회의장 앞을 가로막고 누워있거나 의원들이 회의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은 행위는 제165조의 1항에 명시된 '퇴거불응' 및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에 해당된다. 이는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당의 주장은 현 국회의 상황이 이미 국회법을 위반한 상태이고, 나아가 회의 시도에 불법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위가 국회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과 다르게 「국회법」 제165조, 166조에는 예외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SBS에서 보도한 법조계의 의견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회의장 안에서 회의를 하려고 하다가 충돌한 게 아니라 회의장 밖에서 안건을 못 내게 막다가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미 제166조는 "회의장 또는 그 부근"이라는 문장을 명시하고 있기에 이는 억지 주장으로밖에 볼 수 없다.
오히려, 현행법 위반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시민 불복종' 개념이나 '저항권'개념을 가져와 논하는 것이 더 합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논지를 펼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V. 결
2019년 4월 말, 여름을 앞두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처럼 이번 사건은 많은 국민들의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고 있다. 여느 때보다 정치에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모습은 나로 하여금 1990년대 후반 혹은 2000년대 초반을 생각나게 만든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난장판 국회" 혹은 "동물 국회"라는 오명은 이제 국회의 '실명'이 되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나는 반장선거에서 규칙을 지키는 것과 절차에 맞는 선거와 투표 그리고 회의를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얼굴이 얼마나 뜨거워졌을지 내가 다 민망하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들에게 지금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이전 글에서 나는 법이 없었던 시대에 법의 자리를 대신했던 것은 주먹(위력)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힘센 사람의 말이 곧 법이 되던 시대를 지나, 권력을 가진 사람의 말이 곧 법이 되는 시대를 겪었고, 이제 우리는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자며 '법치주의'를 가져왔다. 왕이던, 귀족이던, 힘이 세건, 힘이 적건 상관하지 않고 '법' 아래 모두가 동일하게 그 법을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당을 불문하고, 직위를 불문하고, 그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은 채, 모든 대한민국 시민은 대한민국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그토록 많은 피를 흘리며 지켜온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는 '법치주의'다.
지금 법치주의를 찢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