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용석 Jul 14. 2019

광고, 컨텐츠 안으로 들어가다

『기묘한 이야기』로 보는 '추억'과 '콜라보레이션'의 마케팅

1. 컨텐츠의 시대


상상이나 했을까?  저잣거리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서 사람들을 모으던 조선시대를 지나고, 재미난 소설로 사람들을 책에 빠져버리게 만들었던 셰익스피어의 시대를 지나서 이제 모여들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이도, 책에 빠져서 시간을 보내는 이도 찾아보기가 드물게 되었다.  이야기꾼이 주목받던 시대가 지나가는가 했지만, 다시 이야기꾼들의 시대가 돌아왔다.  우리 손에 핸드폰이 들려있고, 그 핸드폰은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컨텐츠 재생에 사용하고 있다.  바야흐로 컨텐츠 시대가 도래했다.  


과거 글에서 이제 우리 시대는 '컨텐츠의 시대'에 당도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버스나 지하철, 심지어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강남 한복판에 가보면 모든 사람들은 이동하면서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다.  바로 자신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95%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그 스마트폰은 하루 24시간 중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이는 다시 말해, 그 핸드폰의 화면에 나타나는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자에게 막대한 권력이 부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한 사람으로 하여금 5초 동안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대가가 얼마나 큰지 상상해 보셨는가?  뉴욕 타임스퀘어의 광고료는 1년에 30억이다.  지금 이 순간도 가히 천문학적인 가격이 광고비에 들어간다.


2. 컨텐츠와 광고(마케팅): 두 손을 잡다


두 단어를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자: '컨텐츠'와 '광고'.  내 머릿속에는 세 가지가 떠오른다.  (1)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티비에서 방영되기 전에 나오는 30초짜리 광고를 바라보며 얼른 광고가 사라지길 바라는 나의 모습; (2) 유튜브에서 내가 원하는 영상을 한창 잘 보고 있는데 광고가 튀어나와 얼른 Skip버튼을 누르려고 기다리고 있는 나의 손가락, 그리고 (3)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어설프게 티 나는 PPL(간접광고).  


어머니! 이게 바로 그 인공지능이 들어갔고 누르기만 해도 얼음이 나온다는 바로 그 냉장고 아니에요?


일부러 재미를 위해 살을 붙여 이야기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컨텐츠와 광고는 내가 말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그런데, 최근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기업과 컨텐츠가 손을 잡고 광고를 하는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그 광고의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심지어 드라마가 제작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함께 마케팅을 하고 싶다는 기업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과연 어떤 컨텐츠일까?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3    ⓒNetflix

이번에도 주인공은 넷플릭스다.  컨텐츠 시대를 선도해가는 기업인 넷플릭스는 과거 비디오를 대여해주는 작은 사업에 불과했으나, 엄청난 결단으로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자산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산은 힘과 권력이 되었다.  넷플릭스에서 3번째 시즌을 선보인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는 정말 다양한 광고가 색다른 방법으로 들어가 있다.  심지어, 영상을 보면서 사람들은 내가 광고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다.  그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광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을까?  차근차근 알아보자.


3. 코카콜라와 버거킹의 '추억'으로 광고하기


먼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기업.  코카-콜라의 마케팅을 이야기해보자.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이 글을 보면서 '와... 정말이네?'라고 탄성을 내뱉을지 모르겠다.  기묘한 이야기의 주요 장면마다 구석에 '아웃 포커싱'이 된 채로 수많은 코카-콜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세팅해놓은 시간에 맞춰서, 그 시대 그 시절의 코카-콜라 캔 디자인이 나타난다.  드라마는 그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코카-콜라를 매개체로 사용해 극적 효과를 극대화했고, 코카-콜라는 7080의 감성에 돌직구를 날렸다.  '어?  나 저거 어렸을 때 아빠가 사주셨던 건데!'


'어?  나 저거 어렸을 때 아빠가 사주셨던 건데!'


주인공의 왼쪽 손 옆에는 코카콜라가 놓여있다.  ⓒNetflix


기묘한 이야기에 코카-콜라 소품이 들어오게 된 데에는 코카-콜라의 적극적인 러브콜이 존재했다고 한다.  코카-콜라의 CEO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우리 제품이 녹아드는 것을 좋아해요.  우리 제품이 장면 장면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놓여있는 거죠... 만약 이것을 억지로 집어넣었다면, 광고는 절대 성공하지 못합니다."


“I love it when it fits naturally into the story. That’s when product placement works”... “If it’s forced, it doesn’t work.”

- James Quincey (CEO of Coca-Cola) -



코카-콜라는 너무나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스테디-브랜드이기에, 시대별로 자신들의 제품을 노출시켰고 그 노출은 시청자의 추억을 자극했다.  그 자극은 억지로 혹은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제임스 퀸시가 말하듯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드라마가 마칠 때쯤, 목이 마른 당신의 머리에서는 계속해서 신호를 보낼 것이다.  "지금 코카-콜라가 마시고 싶어"


"지금 코카-콜라가 마시고 싶어"


코카-콜라 말고도, '추억'으로 광고하는 것을 통해 시청자의 감성과 추억을 자극한 기업이 있다.  바로 굴지의 식품 대기업, 버거킹이다.  컨텐츠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 곳곳에서 버거킹이 등장한다.  재미난 사실은, 그 이야기가 흘러가는 시간대에 맞춰 매장의 로고와 모습이 변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새삼 버거킹이 우리와 언제나 함께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 버거킹은 늘 우리 곁에 있었던 거야'  버거킹의 마케팅 전략이었던 '추억으로 광고하기'가 성공하는 순간이다.


ⓒNetflix


4. 나이키, H&M, 리바이스'콜라보레이션' 마케팅


식품업계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컨텐츠 속으로 들어가 시청자의 추억을 자극하며 '추억으로 광고하기'에 성공했다면, 여기 또 다른 기업들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각각 자신의 기업 홍보에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바로 '콜라보레이션', 번역하면 협업이라는 단어지만 우리 문화에는 '한정판'이라는 단어로 번역하는 것이 가장 그 의미를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Nike X Stranger Things, ⓒNike


나이키라는 기업은 과거부터 '한정판'이라는 개념을 너무나도 잘 사용하던 기업이다.  나이가 들다 보니 학창 시절 기억들이 하나씩 흐릿해져 가지만, 아직까지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바로 친구가 '나이키 한정판 에어맥스 신발'을 신고 와서 자랑하던 순간이다.  그 신발이 뭐라고 얼마나 그 신발이 갖고 싶었는지, 부모님께 조르고 또 졸랐던 기억이 난다.  나이키의 콜라보레이션은 운동선수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에어 조던'이 바로 그 최고의 성공 사례이다.  나아가 축구 클럽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내놓는 한정판 디자인 상품들, 그리고 특이한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통해 100족만 한정적으로 내놓는 특이한 신발들까지.  그러한 신발들은 일반인이 들으면 두 눈이 활짝 커질 정도로 놀랄 가격에 팔려왔다.


협업과 한정판 마케팅의 귀재 나이키는 기묘한 이야기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바로 드라마 시대상에 맞는 유행과 같이 가면서도 현대의 패션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특별한 디자인의 신발들을 제작한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바로 그 신발을 신는다.  그와 동시에 나이키 매장에서도 그 신발이 진열된다.  신발 곁에는 Nike X Stranger Things 한정판이라는 태그가 함께 있다.  '어? 이거 그 신발이네?'


신발뿐만이 아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많은 옷들 역시 패션 기업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의 7080을 지배했던 리바이스가 청바지로 다시 한번 패션 부흥을 일으키고자 자신들의 가장 자신 있었던 그 시절 패션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내보였다.  H&M같은 브랜드 역시 다수의 소비자를 잡기 위한 여름 의상들을 선보였다.  드라마 곳곳에서 그들의 옷들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로고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모두 아웃포커싱 처리되었지만, 나중에 해당 브랜드들의 광고를 보면 알 수 있다.  '와! 이거 그 신발이었잖아?  이거 그 옷이었잖아?'

Levis X Stranger Things       ⓒLevis


5. 광고(마케팅) 시장의 변화: 티 나는 광고에서 티 안나는 광고로


올해 대한민국 광고시장은 11조 7천억 원이라고 한다.  이를 세계로 확대하면, 가격은 668조 7천억 원이라는 상상도 어려운 천문학적인 시장규모가 나온다.  매년 세계는 약 670조 원을 오직 '광고'에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사람들의 뇌리 속에 5초-10초간 남기 위해서 수많은 기업들은 수백조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쌓이는 투자의 개념이 아니다.  완벽한 '소비'의 개념이다.  그만큼 기업에게 광고는 중요하다.


그만큼 광고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엄청난 시장 규모 때문에, 광고 시장은 그 어떤 시장보다 흐름에 민감하다.  그래서 광고 시장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TV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짓을 하도록 만드는 광고에서부터, TV 프로그램 자체에서 "결과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라고 시청자의 애간장을 태우는 광고를 거쳐, 이제 광고가 컨텐츠 속으로 들어갔다.  한국에서 그러한 광고는 굉장히 어색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도록 만들지만, 700조가 넘는 돈을 쓰는 전 세계의 시장에서 그러한 PPL 방식의 광고는 굉장히 치밀하다.  각도 하나, 카메라의 기법 하나가 모두 광고가 광고처럼 보이지 않도록 만든다.  광고 시장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한국온라인광고협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9년 광고 시장은 '온라인' 비중이 43%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기업들의 돈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잘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기업들의 돈은 온라인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그 온라인을 주도하는 것은 바로 컨텐츠이자 스토리다.  세게 최고의 기업들은 바로 그 컨텐츠가 주는 파급력에 어떻게 자신들의 하고 싶은 메세지를 넣을지를 노리고 있다.


6. 이성의 시대에서 감성의 시대로


광고의 방법만큼이나, 광고의 내용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광고에 꼭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광고 제품의 스펙(spec)이었다.  이 핸드폰은 어떤 기능이 있고, 이 냉장고는 몇 L이고, 이 옷은 어떤 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등등..  광고에 노출되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성'적으로 이 물건을 구입하게끔 유도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트렌디한 광고는 그러한 '이성'을 겨냥하지 않는다.  그들은 '감성'을 노린다.  멋진 배우가 나와서 아무 말 없이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다음 날 그 배우의 이름과 함께 ㅇㅇㅇ정장이라는 이름으로 그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이번 글에서 다룬 '추억으로 광고하기'와 '콜라보레이션'은 바로 이러한 '감성의 시대'를 잘 보여준다.  이성적으로 이 제품을 당신이 왜 사야 하는지 하나하나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침투한다.  그 마음속에 들어가서 씨앗을 하나 심는다.  '이거 사고 싶지?'  그리고 그 씨앗은 자라나 사람들로 하여금 소비를 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바로 그 감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비사회'에서 '표현사회'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