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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lee Oct 08. 2016

20. 최악의 하루

누가 가장 최악의 하루인가

운수좋은 날

누구나 알법한 소설. 현진건님의 '운수좋은날'은 그마지막 엔딩의 반전에 먹먹한 가슴의 주인공과 하나가 되는 그런 유명한 작품이다. 학창시절 꼭 알아두어야 할 소설중에 하나였으면 학력평가 시험에 꼭 나오는 그 소설이다.  인력거를 끄는 김첨지는 매일 얼마 벌지못하는 벌이에 아내까지 몸져 누웠다. 그날은 왠일인지 일을 나가지 말라는 아내의 간곡한 청을 뒤로하고 평상시의 몇배의 돈을 벌고 아내를 위한 고깃국을 사가지고 왔건만 아내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아기만이 죽은 엄마의 젓을 빨고 있었다"라는 표현에는 그의 운수대통한날에 완전히 반전되어 먹먹한 슬픔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단어들. 사실주의 작가, 아이러니, 반어적 표현. 그리고 밑줄 쫘아악


하루의 의미

하루는 24시간.  12시부터 시작하는 하루는 다시 12가 되어야 하루가 완성된다. 하지만 우리의 하루의 의미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전까지. 결국 잠든시간을 제외한 눈을 뜨고 비로서 몸을 생동감있게 움직이는 시간이 진짜 우리의 하루이다. 은희의 하루는 연기연습을 시작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료헤이의 소설속 해피엔딩으로 하루를 마감지었다. 자 그럼 그녀가 얼마나 최악한 하루를 보냈는지 같이 이야기해보자. 그리고 또 한명의 최악의 주인공이 있었으니.....


머리를 풀다 & 유경아 & 약속시간의 연기

은희는 남자친구 현오를 만나기위해 남산 산책로를 오른다. 그녀의 남친은 현재 드라마에 출연중인 배우.  전혀 아닌것 같은데 마스크에 선글라스에 "나 연예인 이에요" 코스프레를 하며 자뻑 자기관리 중이다. 잘생긴 외모를 좋아하는 은희에게는 딱이지만  사실 남친의 양다리는 불만이다. 그리고 심지어 화를 내고 돌아가는 그녀를 향해 "유경아" 라며 양다리 여친의 이름을 부른다. 그녀의 첫번째 최악이다.  

료해이는 한국에 막 번역본을 낸 일본의 신예작가. 알수 없는 지도. 서울에서 김서방찾기 식 "류가현"을 찾아 서울을 해메고 있다. 은희의 영어로 도움을 받아 찾아간 약속장소. 오픈이 두시인데 한시에 약속을 하다니.  두시인줄 알았다는 출판사의 궁색한 미안함. 그의 첫번째 최악이다.  

머리를 묶다 & 재결합 & 망한 출판기념회

남산을 내려오는 은희. 그리고 현오의 은희 공격 전유물 이혼남 운철을 만난다. 트윗의 사진을 보고 그녀를 찾은 운철. 아직 남은 사랑의 열정인지, 스토커인지. 모를정도로 심한 집착을 보인다. 옛정의 그리움을 잊지못하고 은희를 갖은말로 흔들고, 정리하려는 은희에게 무엇이 더 남았는지 미련을 보이던 그가 "나 행복해지지않으려 했어. 재결합할거야"라는 말인지 똥인지도 모를 말을 던져 은희를 절망하게 한다. 두번째 최악. 여기 또 한명의 쓴맛을 보고 있는 친구 료헤이. 6개월간 100여권정도밖에 팔리지 않았는데 억지로 추진한 출간기념회에는 지나가시던 어머니 두분이 참석할뿐 거기에 출판사를 문닫는다는 사장의 더블콤보의 최악을 맞는다. 이쯤되니 포스터를 이쁘게 장식한 한예리님이 최악의 주인공이 아닌 료헤이 작가가 더 최악을 맞는 주인공 같다.  남녀 최악의 하루 더블매치.


다시 머리를 풀다 & 삼각대면 & 작가수치심

은희가 머리를 풀고 묶을때마다 마치 영화의 씬넘버를 구분하여주는 슬레이트처럼 은희의 머리는 최악의 상황을 구분시켜준다.  그녀가 머리를 다시 풀었으니 또 한번의 최악의 상황이 오겠구나.  두남자를 동시에 만나는 최악중의 최악이 온다. 은희를 위해 다가오는 서로를 모르는 두남자. 마치 자동차 광고 처럼 한여성의 이름을 외쳐대던 두대의 자동차. 두명의 남자. "에이미" 그리고 마주보며 "Who are you?" 은희를 불러대던 운철을 보고 현오는 그 양다리 유부남을 직감하고 내려가 소주한잔하며 따지자 한다. 난감한 은희. 최악의 상황도 모자라 두남자에 버려진채 남산 산책로에 남겨진다. 누가 누가 최악인가의 도전자. 아니 이미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료헤이는 확실한 우승의 종지부를 찍게 되는데...  그 상대는 잡지사 기자 현경. 그의 소설의 팬이라는 그녀는 그에게 관심있는 건지. 소설에 관심이 있는건지? 아니 욕망으로 가득찬 소설의 주인공들에 관심이 있다는 말이 맞겠다.  그리고 그를 의심하는 한마디 "정말 아시는 분들인가요?" 이말은 작가에 대한 의심이며, 작가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내면적 감정을 적나라하게 대놓고 까발리는 수치심이다.  이 한장면에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은희가 아닌 료헤이가 되버린다.  어쩌면 이영화에는 여러가지 반전을 두고 있을수도 모르겠다.  포스터나 스토리로 보나 은희가 주인공인데 오히려 인생의 최악을 맛보는 것은 정작 료헤이였다.  어쩌면 처음과 마지막의 나래이션이 료헤이라는 점에서 그런 의심을 두게 한다. "운수좋은날" 은 제목에서나 반전을 느낄수 있으나 "최악의 하루"에서는 제목, 포스터, 인물 모두를 반전주는 듯 하다.

긴 긴 하루였어요. 하나님이 제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한 날이에요. 안그러면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나겠어요.

사실 은희의 최악의 하루는 두남자의 사이에서 마주치는 사건들보다는 내 개인적 견해는 양다리 걸치는 두남자사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은희가, 양다리 여친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도 헤어지지 못하는 은희가, 사랑이라는 느낌이 하나도 나지 않는 현오의 엔조이식 연애와 책임지지 못하는 사랑을 하는 운철의 연애를 받아주는 은희가, 그런 못된 사랑을 위해 통굽 구두를 신고 남산 산책로를 두번이나 오르는 은희가, 못난 남자들 눈치를 보며 할말못하는 은희가, 웃는 얼굴이나 화내는 얼굴도 이뻐보이는 "한예리" 를 좋아라 하는 료헤이와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은희가 오히려 최악이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누구 하나의 것이 아닌 서로의 것으로 내감정도 소중하고, 상대방의 감정도 소중한 것이다. 이 소중한 감정들이 상대방의 마음, 몸, 감정을 모두 소중하게 하는 것이고, 설사 그 시랑이 깨지더라도 그 감정이 이어져 추억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소중한 감정을 잊게돼 서로에게 집착하고 결국에 사랑이 "영화 장미전쟁(1990.09.29.개봉 감독 대니 드비토 출연 마이클 더글라스, 캐슬린 터너, 대니 드비토) " 처럼 비극을 맞게 될 수도 그것이 현대사회의 범죄인 데이트 폭력이 될수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듯 은희는 료헤이에게 관심을 주고 산책로를 함께 걷자고 제안하고 그런 료헤이는 자신의 스토리에 은희를 넣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해준다.  그리고 은희를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진짜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오늘 최악의 하루를 보내셨나요? 잘 살펴보면 최악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모든 사건은 다른이면도 가지고 있기때문이죠. 아니면 당신을 위로해준 누군가를 진정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누군인지 알게 되었을 수 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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