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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lee Nov 16. 2016

26. 그물

우리를 가두는 그물 그들이 만든 그물

그물

얽히고 설힌 가느다란 끈으로 겹겹히 이루어진 그물. 물고기를 잡는 용도이며 때로는 육상의 동물과 한때는 불법체류자를 잡는데 사용되기도 한 그물. 철우에게 그물과 배한척은 힘들게 살아가지만 그래도 가정을 이루고 행복을 느끼며 살게해주는 생계의 수단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은 가난에 시달리고, 굶주림에, 감시와 통제에, 노역과 군역에 힘들어하는 삶이라고.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인간의 놀라운 순발력은 아무리 살기 힘든 척박한 환경이라도 헤치고나갈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그들나름의 삶이 있고 지속되어야할 인생이 있다. 아프리카에 사는 원주민도, 숲속에 사는 동물도, 물에사는 물고기도, 저 푸른하늘을 나는 새들도, 인간의 삶속에 파고든 반려동물들도, 저기 시장에 묶인 내일 생사가 갈린 강아지들도. 그렇다. 그들만의 라이프싸이클이 있다. 나의 삶이 풍족하다고 다른 삶을 무시할 수 없는것이고. 나도 저 환경에 태어났다면 나또한 그렇게 살게 될 것이니. 그것이 그들의 운명이자 인생이며, 우리가 인정해야할 삶이다.

그렇게 철우는 전재산을 가지고 강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에게 닥힐 그물과도 같은 운명은 아무도 알지 못했으리라. 경계를 지키는 북한군에게 '만약에 배가 고장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이거이 내 전재산이야요. 포기할수 없디요' 라고 말하는 그를 보면 말이다.


포기할수 없는 배 그리고 가족

고장난 배는 하염없이 남으로 흘러가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돌아가지 못하는 철우. 그는 결국 배를 포기하지 못해 남한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그를 맞이하는 것은 당연히 국군과 정보국 직원들. 그들의 셈은 이미 계산기를 두들기듯 정확하게 나와있으니, 귀환 아니면 간첩이다. 우리가 보는 시각이 정확하게 - 나라가 나뉘어 지듯 - 나뉘어 있다. 비단 이것은 정보국 직원들의 투철한 직업정신만이 아닌 우리가 같는 동일한 시각일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다. 우리가 만약 통일이 된다면 우리는 어떤 이념으로 나뉘어 싸울텐가? 누군가는 '어부지리'의 철학으로 권력을 쥐고 싶을텐데 말이다. 각자 다른 철학으로 한공간에서 열심히 나라를 위해 근무하는 그들. 간부의 동정심, 조사관의 의심, 진우의 믿음. 그들사이에서 철우는 혼란에 싸이고,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배를 포기하지 못하듯이, 자신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럴수록 더욱 조여오는 의심의 고리는 그를 더욱 힘들게 하고, 보지 말아야할 풍요로운 우리의 일상은 잠시나마 그의 마음을 흔들어 본다.

그의 생각은 완전히 배제된 사회. 화려하고 풍족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을 위해 몸을 팔아야하고, 이유없이 맞아야하는 이치에 닿지못하는 현실을 보게된다. 우리는 그에게 아무말도 하지못한다. 변명하지 못한다. 왜 음식을 버리는지, 물건들을 버리는지, 몸을 팔아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지.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아닌 자본, 돈, 물질 이라는 것을.

그런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회유와 강압은 오히려 그를 '가족'이라는 구심점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그 끈을 놓지 않도록 단단하게 한다. 그는 말한다. "왜 나를 돌려보내주지 않는냔 말이오" 그들은 말한다. "당신이 간첩이라고 인정하라고" 아님 " 아니 왜 그런 나라로 돌아가려고 하는지" 나는 가족이 보고 싶다고, 그래서 돌아가고 싶다고 이야기 하지만. 내가 잘못 딛은 세상은 내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신들만의 이야기로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 한다.

또다른 그물

어렵게 돌아왔건만, 그에게 기다리는 또다른 그물.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다시 쓰고, 또 쓰고, 쓰고, 쓰고. 내가 잘못간 세상과 돌아온 세상이 다를 것이 무엇인가? 그들은 나를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나에게 익숙한, 내가 돌아오고 싶었던 이세상도 잘못 건너간 저 세상과 다를 것이 없으니, 괴롭히고 홍보용 사진찍고, 어렵게 가져온 돈마저 빼앗고. 기어코 가족의 그리움마저도 빼앗고, 행복을 빼앗아 버렸다.

그 동안 내래 그물로 고기를 너무 많이 잡았나 봅네다

그물로 고기를 잡아 살아온 인생, 결국 그가 고기처럼 그물에 걸려 버린 인생. 그렇게 철우는 자신을 그물에 강제로 넣어버린 분단의 현실, 자신들만의 논리로 그물에 갇어버린 사상과 이념이 아닌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또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만다.


자신들의 마음대로 권력을 가졌다고, 돈을 가졌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을거라는 헛된 욕망. 그것이 그사람을 위한 것이든,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든. 그 어느것이든 타당성은 없다. 세상을 사는 우리들은 이미 여러가지 그물에 걸린 물고기와 같다. 넘쳐나는 사상들에 혼란스러워하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그물속에 갇혀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철우가 그물로 고기를 잡아 본인도 그물에 걸렸다 생각하듯 우리는 우리가 쳐놓은 수많은 그물에 우리가 걸릴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 오늘부터 그 그물을 하나씩 하나씩 걷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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