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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lee Dec 04. 2016

28. 걷기왕

조금 느리게 걸어도 좋지않은가

아 근데 왜 이렇게 빨리 달렸던걸까?
어쩌면 그냥 조금 느려도 괜찮지 않을까?

"공부는 안될것 같고, 그래요 운동이 쉬울것 같아서 그래서 선택한거에요. 이제는 무서워요"

천성적으로 시속 8km 정도의 속도이하로만 정상적인 이동이 가능한 만복은 단지 이동속도만이 아닌 인생을 사는 방법도 남다르게 태어났다. 아직은 꿈이라는 것을 정하기도 어려운 고딩 1학년.   유년시절의 현실을 모르는 꿈은 이미 잊은지 오래고, 성인으로서 현실로서 살아야하는 꿈은 아직 두꺼운 껍질에 싸여 무엇으로 태어날지 아직 결정도 못하고 있다.  옆자리의 짝꿍 지현은 '공무원'이라는 꿈을 향해 열심히 공부를 한다. 담임선생님은 그건 꿈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짝꿍은 그것이 내 꿈이라 잔뜩 여기고 있다. 만복이가 '죽을만큼' 노력하는 육상 '경보'는 꿈이라고 여기지만 짝꿍의 꿈은 꿈이 아니라고 한다. 현실에 안주하고 그냥 먹고 살기 좋은 직업 '공무원'이 꿈인 친구는 '그것도 쉬운일이 아니라고, 그게 나의 꿈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만복이는 그동안 수업시간에 매일 잠만자는 학생의 '본분'은 잃어버린 고등학생, 사실 버스를 탈수 없으니 매일 2시간씩 걸어야 하니 피곤에 지쳐서 이다. 정작 학교를 오려고 2시간을 걸어왔는데, 단순히 학교를 온다는 목적만 성취하고, 학교의 목적은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복이가 '걷는 걸 잘한데'라는 인식으로 담임의 꿈, 열정에 대한 열창으로 시작한 육상 '경보' 그것은 공부가 아닌 또 다른 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매일 2시간씩 걸으니 자의반 타의반 나름 특기를 갖게 된것이다.  하지만 어느 곳이건 그 곳엔 최선의 선택으로 온 사람들이 먼저 있으니, 나는 쉬운 선택이지만 그들은 마지막 선택으로 온것이다. 당연히 그들의 눈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쉽게 선택해서 온 만복이가 좋아보일리 만은 없다.  엄청난 길치인 3학년 '수지' 선배도 마찬가지, 부상을 입고, 탄탄대로를 달려온 선배는 이제 남은 것은 뛸수없는 '경보'만이 있을 뿐이다.

경보의 제1원칙, 두발이 동시에 떨어지지 말것.

경보는 두발이 동시에 떨어지면 반칙, 실격이 되는 육상의 스포츠 경기. 빨리 걸어서 먼저 골인해야 하니 최대한 속도를 내기위해 하체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그런 하체를 위해 상체는 바짝 붙이고 박자를 맞추어 흔들어야 한다. 뒤에서 보면 엉덩이만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니 마치 '오리'가 보행하는 느낌이며, 나름 섹시하기까지 하다.  먼저 골인점에 들어가는 선수가 1등인데, 그럼 제일 빠른 길은 뛰는 것인데, 그럼 탈락이니, 참 답답할 노릇이다.  우리가 사는 모습, 만복이가 살아야 할 삶이 바로 경보와 같으니, 다들 부지런히 엉덩이를 좌우를 흔들며 걸어가고 있지만, 저기 뛰면 반칙인데, 실격인데, 몇몇은 규칙을 무시하고 뛰어가고 있다. 그들은 나보다 더 멀리 빨리 나아가면서 나보다 더높이 성공하고, 더 많은걸 갖고 있다. 그런데도 심판은 그들의 반칙을 무시하고 나만 쳐다본다.  괜시리 항의할라치면 경기를 방해한다고 '퇴장'을 주거나, 따지고 있는 사이 남들에게 뒤쳐질 것이 뻔하니, 속만 상하고 입으로 속상한 마음을 담아 푸념과 욕만 할뿐이다. 비단 이것은 나만 아닌 남들도 같은 생각이라 아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저기 누군가는 심판을 만나 따지다 퇴장당하고, 우리들보다 뒤쳐져 있으니,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만, 한편으론 '저러는 거 자기 손해지'라고 안타까워 한다.

걷기와 경보의 차이

만복이가 잘하는 것은 걷기, 그녀가 걸을때는 그저 학교가 목적지였으며, 교문이 닫히는 시간전에 골인하는 것이 목적. 빠른 교통수단을 타지 못하는 알러지로 인해 그녀가 선택한 방법. 그녀는 이미 현실에 순응하는 그런 방법을 알고 있으며, 그것도 나에게 맞는 그런 제대로 된 방법을 알고 있다. 그녀가 선택한 경보는 그런 그녀를 한층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도구. 하지만 경보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경쟁, 상대, 등수가 있으니 걷는 것과 다만 속도와 뒷모습만이 다른 것이 아닌 절대성이 아닌 상대성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엄지발톱에 피가나고 빠질정도로 노력하고 그것을 열정이고 노력으로 생각하는 만복이, 나를 걱정하는 선배의 말이 걱정이아닌 질책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짝꿍의 걱정도 못마땅하게 여겨지는 것은 이미 그녀는 순수의 마음을 버리고 경쟁의 세계로 발을 디딘 것이다.

그렇다. 그게 현실이다. 우리의 순수한 마음이 현실, 경쟁, 상대 등만 만나면 순수한 마음으로 듣던 모든 것에 나의 부정적 인식과 욕심, 욕망으로 가득차 버리고, 오해, 의심등으로 변질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느끼면 서울의 대회장으로 가는 만복은 울어버린다. '내가 왜 이렇게 변해버린 것인가?' 다행히 지금의 기성세대만큼 순수의 다리를 많이 건너지 않은 탓에 만복은 다시 순수의 마음이 회복되어 돌아온다. "아, 근데 왜 이렇게 빨리 달렸던걸까? 어쩌면 그냥 조금 느려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비행기, 선배는 그런 그녀를 장난으로 나무랐지만, 지나가는 비행기를 손가락 카메라로 찰칵, 찰칵 100번을 찍으면 소원을 이루어진다는 믿음은 그녀에게 '순수한 마음'을 다시 돌려주웠다.  어쩌면 그녀의 진짜 소원은 '지금 이대로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길 바랬던 믿음'은 아니였을까?

당신의 지금 걷고 있나요? 뛰고 있나요?

뛰고 있는 짝꿍 지현도, 걷고 있는 만복이도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꿈이라 굳게 믿고 나아가는 지현도, 아직은 모르지만 그저 '경보'를 시작으로 이것 저것 열심히 해보게될 만복이도 우리는 모두 미래에 자신들의 꿈을 펼치며 살길 기원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선택한 삶과 인생에 대한 믿음. 그곳엔 당연히 '배려'라는 중요한 기준점만 가지고 살아간다면 '꿈이 없다' 나무랄 것이 무엇이랴. 우리아이들의 꿈은 '건물주'란다.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꿈에 개탄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런 꿈을 심어준 우리 어른들의 모습에 개탄한다. 우리는 편하게 사는 만큼 너무나 많은 것을 잃고 살고 있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 무성영화로 우리를 웃게 해준 찰리채플린의 '모던타임즈'에서 보았다. 그때는 웃었지만, 지금은 한숨을 내쉰다. 지금 우리는 걷고 있는가? 뛰고 있는가? 나는 중요한 것은 걸을땐 걸어야 하고, 뛸땐 뛰어야 된다 생각한다. 반칙이 없어야 된다. 그리고 걷던, 뛰던 주변을 돌아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런 마음을 잃지 말자. 열심히 경쟁하다 길에 누운 만복이처럼. 그런 모습도 내모습으로 사랑하자. 오늘을 사는 우리모두 화이팅!!

걷기왕의 소소한 매력들

안재홍이 카메오로 나온다. 만복이가 자꾸 새끼를 낳으라고 재촉하는 숫소 서순이. 그리고 영화도중 나래이션 목소리 그가 안재홍이다.  만복이는 걷기를 잘한다. 2시간을 걸으면 만보기에 얼마나 찍힐까? 그래서 만복이인가 보다. 담임이 찾은 만복이의 특성말고 또다른 학생, 그 여학생은 리코더를 잘분다. 그리고 배경음악으로 리코더로 연주하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타이타닉'의 'My Heart Will Go On' . 끝없이 웃음이 나오는 소소한 아재개그 같은 영화 '걷기왕' 나만 그런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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