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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lee May 15. 2017

34. 드라마 도깨비

첫사랑의 법칙을 설명하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첫사랑


매번 글을 쓰면서 욕심이 나는 것이 있다.  많은 분들이 내 글을 읽어주기를, 그 보다 글을 읽은신 분들이 내가 쓴 글에 어느 정도 공감하시기를. 작가의 욕심이다. 아마 모든 작가의 욕심도 그러하리라. 유난히 이번글은 더욱 그런 욕심이 든다.  처음으로 영화가 아닌 드라마 작품에 대한 글을 써본다. 지난번 '또, 오해영' 드라마 작품도 기록고픈 욕심이 들었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욕심을 내서 드라마 '도깨비'에 대한 '감성으로 보는 영화이야기'에 기록을 남겨본다.


첫사랑. 이 세단어, 듣기만 해도 아련해지고, 설레는 마음은 유독 작가뿐만은 아니리라. 작품과 빗대어 표현하자면, 저승사자 김차사로 환생한 '왕여'가 '도깨비'의 누이이자, 왕후인 '김선'의 족자를 보고 이유없이 눈물이 흐른다면, 이해가 될까? 아님 '지은탁'을 위해 자신이 '바람이 되어 사라질지, 먼지가 되어 사라질지'모르면서도 자신의 검을 뽑아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려는 '도깨비'와 지은탁의 살신성인으로 이해가 될까?  첫사랑은 양면의 모습을 갖는다. 인생의 어느때보다 설레임을 갖는 행복감과 마음속 깊숙히 사무친 아픔과 그리움이라는 양면성. 그리고 첫사랑에 대한 이루어지지 못할 아픔에 대해 우리는 미리 견지한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속설은 이미 하나의 공식이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첫사랑을 한다. 해야만한다. 그래야 뼈가 사무치도록 아픈 첫사랑을 하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진실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으니. 우리는 첫사랑이 내 인생의 끝사랑이 되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래본다. 그래서 가수 '서영은'의 '내안의 너'의 노랫말에서 '어떡하죠. 첫사랑은 슬프다는데. 나 지금 누구라도 사랑하고 올까요.... '라는 가사에 그 간절한 마음을 공감시켜본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 아프고, 슬프니, 아무라도 잠깐 만나, 그 사람과 첫사랑을 끝내고, 진정한 사랑으로 생각되는 그 사람과 슬프지 않고, 영원할, 두번째 사랑을 이루고 싶은마음. 또한 그 상대방도 첫사랑일진데... 그 누구도 아프고 슬플진데... 인간의 사랑에 대한 이기적인 마음이 그대로 담긴다.  첫사랑은 인간을 이기적으로도 만들수 있구나.


이렇게 첫사랑이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에 사무치는 이유는 뭘까? 첫번째, 그건 아마도 '첫'사랑이기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나름 의미를 두는 것이 있다. 그것의 기준은 '유일한'이라는 기준. 그와 동일한 기준을 갖는 것이 아마 '기네스 북'이라는 것이 있을것 같다. 흔하고, 많은 것이 아닌 '유일한' 것, 그것에 '첫'이라는 '접두사'는 우리가 살면서 꼭 기억해야할 것 같은 의무감이 두는 단어이다. 그것도 '사랑'의 '첫'번째이니 가슴속에 사무치고도 남겠다.  첫사랑이기에. 말그대로 첫사랑, 처음으로 느껴보는 특별한 감정, 모든게 처음인 나와 상대방의 감정, 그 감정의 교감, 언어, 몸짓, 생각, 그리움, 애뜻함.... 뭐 그런 감정들이 모두 다 새로운 경험이기에 첫사랑은 더욱 특별하다. 두번째, 이유는 '미숙하고', '서툴러서' 완전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누구나 처음 해보는 것은 아직 서투를수 밖에 없으니, 사랑은 많이 해보지 않은, '익숙하지 못한' 서투름은 완성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더우기 '사랑'이라는,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최대의 감정은, 많이 해본다고 하여도 익숙해지지 않을 듯 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다르기에, 사랑을 많이 해본 들 다시 찾아올 사랑도 역시 새롭게 느껴지기에. 단지, 사랑을 많이 해본 경험은 나의 감정과 상대방을 다루는 '기술적인 측면'이 향상된다고 할까? 그것이 '이별'을 하지 않도록, 사랑이 아프고 슬프게 끝나게 하지 않도록 예방해주는 '예방주사'와 같은 역할을 해주기는 할 것 같다. 마지막 이유는 이루어지지 않기에. 앞서 말했듯이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공식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사랑을 할때 우리의 사랑이 그 공식에 대입되지 않도록, 새로운 공식과 원칙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을 통해 '첫사랑은 이루지 지지 않는다'라는 공식이 우리에게는, 지금 첫사랑을 하는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도록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그런 노력은 어쩌면 점점 그 공식으로 더욱 가까이 가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첫사랑이니, 이루어지지 않을테니,  후회없이 사랑 해보자.'라는 편안한 마음자세가 우리가 첫사랑의 공식을 깨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 애뜻하기에, 이 사랑이 완전해지기를 바라기에, 이 사랑이 끝사랑이 되길 바라기에... 우리는 '욕심'이라는 것을 내고, 그 '욕심'이 결국 상대방을 멀어지게 한다. 그리고 후회하고, 그리워하고, 괴로워하고, 아파하는 것이다. 그래서 첫사랑은 그저 우리의 인생의 한 사건으로 기억속에 남지 않고, 가슴속 깊이 가라앉고, 가라앉아, 인생의 어느시점에서 무언가의 계기를 만나 가끔 우리의 눈을 적시고, 우리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첫사랑은 기타누락자


첫사랑은 인생이라는 '명부'에 기록되지 않은 '기타누락자'와 같은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나에게 올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당신에게 나타날지 모르는  예기치 못한 상황,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 사랑을 시작하기전 싹트는 감정이 서서히 덩쿨로 자라 심장을 압박하고, 그리고 드디어 떨린 고백, 받아준 고백에 대한 환희, 첫 손잡음, 첫 입맞춤. 첫 사랑. 어디를 가도 그대만 있으면 되고, 어느시간이라도 항상 같이 있고싶은 마음.

'함께 걸어갈 모든 길과,  함께 바라볼 모든 풍경과, 수줍게, 설레게, 묻고 답할 모든 질문과 대답들과, 그 모든 순간을 , 사랑합니다.'라며 첫사랑을 시작한다.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들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라며 모든 순간을 찬란하고 아름답게 기억한다.

 '생이 나에게로 걸어온다. 죽음이 나에게로 걸어온다. 生으로, 死로 너는 지치지도않고 걸어온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야 마는 것이다. 서럽지않다. 이만하면 되었다. 된 것이다.' 라고 마지막으로 첫사랑의 뒷모습을 보며 되뇌어 본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왜 이 공식에 대해 알면서도 첫사랑에 실패하는 것일까? '처음'이라서? '사랑의 기술'이 부족해서? 사랑을 하면 나타나는 '호르몬의 유효기간' 때문인가?  그 호르몬을, 새롭게 솟아나는 호르몬을 방어하기 위한 우리몸의 훌륭한 '면역체계' 때문인가? 오로지 '감정으로만 표현' 하는 첫사랑의 특허때문인가? 그 사랑을 놓치지 않기위해 발악하는 우리의 '집착'때문인가? 익숙한 것에는 무관심해지고,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우리의 '호기심'때문인가? 이 모든것이 복합적으로,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비극적 결말의 '인생연극'때문인가? 더 완벽해지기 위해 아픔을 겪어야 하는 '인생수업의 일환'인가? 아직은 현실에 물들지 않고 모든것이 잘될 것 같만 같은 '순수한 시절의 사랑'이라서 그러한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인가?  신이 던져주는 우리 '운명의 질문'이라서 그러한가?  그래서 우리는 '그런 신의 질문에 지독히도 '슬픔 대답'을 해야하는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아니, 모두 다 해당되는 것 같다. 모두 다. 이렇게 철저하니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


소나기 와 도깨비


우리가 기억하는 또 다른 첫사랑이야기가 있다. 중학교 시설 교과서에 나왔던 그 유명한 황순원님의 '소나기'. 시골소년과 윤 초시네 증손녀의 사랑이야기. 감수성이 예민하고,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에 만나는 '소나기'는 어린 소년들의 마음에 '사랑',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심어주었다. '소나기'를 아는 세대라면, 그 감정을 겪어본 세대라면 모두 '첫사랑'에 대한 감정은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작품 '도깨비'는 바로 이 첫사랑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일거라 생각한다.  소설 '소나기'와 비슷한 감정이 들기에...  그리고  이 16회의 작품을 다시 보는 동안 '첫사랑'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작가의 첫사랑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서툴렀다. 감정에만 충실했다. 그리고 아팠다. 슬펐다. 그리웠다. 가끔 떠오른다. 그리고 '지은탁'의 '도깨비'와의 만남이 고3때부터 시작이라는 점이 참으로 닮았다. 우리는 부러워했다. 다시 만난 그들의 사랑을. 하지만 우리가 '도깨비'가 아닌 이상 그러한 환상을 바란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는 현실을 안다. 그래서 부럽다. 그립다. 좌절한다.  우리는 '도깨비'의 검이 뽑히지 않기를 간절하게 원했다.  '저 검이 뽑히면 첫사랑을 이루지 못할텐데..' '지은탁'은검이 보이면서 사랑이 시작되었고, 그 검이 뽑히면서 사랑이 끝나버렸다.


이미 먼 발치가 되어버린 우리의 '첫사랑'. 우리는 가끔 소망한다. 가슴속에 사무친 '첫사랑'의 그리움으로 간절히 촛불을 분다면, 다시 그 첫사랑이 나타나지 않을까?  뒤를 돌아보면 그 사람이 나를 바라보지 않을까? 기대하고, 또 기대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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