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의 맛을 알다
방송국을 나온 지도 어느새 일 년이 다 돼 간다.
방송작가로 일하는 동안
가슴 벅찬 순간도 많았지만,
정말 좋아하는 일은 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도 실감했다.
나를 라디오 작가로 입문시켜 준 프로는
노래 좀 한다는 동네 노래꾼들은
한 번씩 거쳐간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였다.
평일 대회에 참가해 주말대회를 거쳐
월말대회와 기말대회, 대망의 연말대회까지
진출한 사람들 중에는 가수로 데뷔한 사람도 있을 정도다.
참가자들은 노래와 함께
삶의 보따리를 풀어냈고,
방송이 또 하나의 소통창구가 된다는 것에
괜히 뿌듯하기도 했다.
내가 트로트에 관심을 가진 것도 그 무렵이다.
참가자들이 부르는 트로트가 귀에 익숙해지면서
트로트가사에 담긴 그 심오한(?)뜻하며
구성진 가락이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나훈아의 <고장 난 벽시계>는
내 심금을 울렸다.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고장 나는 걸 찾아보자면 어디 벽시계뿐일까?
우리 주위에 널려있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고장이 난다.
단 하나, 세월만 빼고...
난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작사가의 통찰력에 감탄하곤 했다.
근데 내가 세월도 고장이 났으면 바라는 순간도 있었다.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라
노래할 사람이 없는 날은
시간이라도 멈췄음 했다.
하지만 하늘이 두쪽 나도 그런 일이 일어날리는 없고,
나는 노래 부를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노래 한 곡 하시라고 매달릴 땐
내가 뭐 하는 건가 싶다가도
우여곡절 끝에 방송이 시작되고,
별문제 없다는 듯 방송이 진행되면
그래도 내 수고가 헛되지 않았구나
스스로를 토닥이기도 했었는데...
그 진땀 나던 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소중하게 간직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