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표지판
넘어지면 알게 된다. 바닥이 미끄러웠음을.
미끄러운 바닥을 탓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아니 바닥이 이렇게 미끄러운데 주의 표시 하나도 없어?"
씩씩대며 주변을 둘러보니 노란색으로
코팅된 미끄럼 주의 표시.
"저기에 저렇게 붙여놓으면 누가 알아. 흥 재수 없어"
오늘 일진이 좋았는데 넘어짐 한방에 모두 재수 없어졌다.
바닥에 잠깐 앉아 있다가 인기척이 들리자
재빨리 일어나 수건을 바닥에 던진다.
"여기 물이 왜 이렇게 많아"
자기가 넘어진 건 생각도 안 하고 쪽팔릴까 봐
한 마디를 내던진다.
툴툴대며 정리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온다.
신호등 위에 신호위반 카메라 50.
누가 지키라고 하지 않아도
누구나 그 속도와 신호를 지킨다.
만약 그게 거짓 카메라라면 금세 소문이 나고
너 나 할 것 없이 지키는 사람이 사라진다
신호를 지키는 사람에게는
뒤에서 '빵, 빵'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러다 진짜 카메라로 바뀌고
위반 딱지가 날아오고 나서야
"아 오늘도 위반했는데 계속 날아오는 거 아니야.
이런 함정수사가 어딨어 이런 개 같은 나라가 다 있어.
내 돈 못 빼먹어서 안달이네. 나라에 돈이 없나.
아우 재수 없어"
한 마디를 허공에 날린다.
어찌 보면 사람은 참 간사하다.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짐도 물이 있다면
미끄럽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부주의를 남 탓을 먼저 하고
신호위반 카메라도 신호만 지켰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나의 문제가 아닌
탓을 할 거리를 찾게 된다.
세상에는 주의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주의 표지판도 수십 개가 넘는다.
미끄럼주의. 경사로주의. 신호위반주의.
속도위반주의. 교차로주의.
주의 표지판을 하나씩 주제 삼아 글을 쓰려고 해도
아마 한 달은 족히 걸린다.
그런데 수많은 주의 표지판이 있지만
사람에게는 주의 표지판이 없다.
'그리움주의'
'기다림주의'
'후회주의'
사람에게 이런 표지판이 있다면 우린 덜 후회할까?
넘어지고 나서야 미끄러움을 아는 것처럼
사람과 이별하고 나서야 그리워하고
사람을 기다리게 된다.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동안 해주지
못 했던 것을 후회하고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사람을 위한 주의 표지판은 세상에 없다.
아마 있어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될 것이다.
주의 표지판은 늘 곁에 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