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살면서 온 정성을 다해 기도를 드리는 순간이 있다. 아마 지금처럼 간절한 기도는 내 생전 처음이다.
하늘에 신이 있다고 믿든. 믿지 않든.
우린 온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순간이 있다.
아마 누구나 이 상황이 닥치면
식은땀을 흘리며 온 정신이 한 곳으로 집중된다.
누가 장난이라도 치려고 하면 급정색을 하며
낯 빛부터 눈빛까지 예사롭지가 않다.
평소에는 가깝던 길도 멀어 보이고
평소에는 발에 치이게 보이던 곳이 보이지 않는다.
'제발. 신이시여 제발'
'제가 착하게 살겠습니다. 제발. 나타나소서.'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지금까지 삶의 모든 고난과 역경은
이 순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잊히고
방금 전까지 했던 모든 걱정도
지금 이 순간 이것 앞에 사라질 뿐이다.
원치 않는 상황이지만 살면서 꼭 한 번은
만났을 이 순간.
모든 고민 걱정 근심이 한방에 사라진다.
그동안 무던히도 지나쳤던 이 공간.
매일 스쳐 지났지만 감사함을 잊었던 이 공간.
드디어 알았도다. 드디어 느꼈도다.
이 공간이 있음에 감사함을
내 모든 고통과 고난과 걱정은
사막에서 바늘 같은 존재였음을.
아 위대하고 위대하도다.
고민 뚝. 걱정 뚝. 슬픔 뚝. 고통 뚝.
공간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하다.
휴지가 없어도 양말만 있음에 감사하고
문 만 열려있길 마지막 기도를 드린다.
'번호라도 외워둘걸'
'키라도 복사해 둘걸'
'문 만 열려있다면 오늘부터 단골 되리'
마지막.
마지막.
일 초. 딱 일 초. 난 이 순간 빛 보다 빠른 존재이다.
사는 동안 이토록 빠른 순간은 없다고 단언한다.
활화산이 터지듯
불꽃놀이가 터지듯
폭죽이 터지듯
내 몸에서 터지는 이 순간 나는 다시 태어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살아생전 가장 겸손한 이 순간. 가장 편안하다.
지금 이곳은 천국이로구나.
걱정도 근심도 없는 이곳은 천국이로다.